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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Feb 27. 2019

동화 같은 실화

서른한 번째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를 보고


사자 한 마리도 아니고 동물원을 샀다고?


제목을 봤을 때, 잉? 하는 영화가 있다. 사자 한 마리를 샀다고 해도 충분히 놀랄 만 한데, 동물원을 샀다니. 게다가 이 영화가 실화란다. 도대체 무슨 사정인지 궁금해진다. 


다소 황당한 제목에 묻힌 것들이 상당하다. 하나씩 끄집어내 보면 감독이나 배우들이 화려하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이었고, 바로 그 유명한 제리 맥과이어와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만든 그 감독이다. 덧붙이자면 바닐라 스카이와 금지된 사랑까지도. (이 영화까지 연출한 것은 몰랐었다)



또한 제이슨 본 아닌 맷 데이먼과 블랙 위도우 아닌 스칼렛 요한슨의 편안한 모습을 보는 것도 반갑다. 사실 둘 다 원래부터 액션 스타가 아니었지 않은가. MIT 청소부와 진주 귀걸이 소녀의 이미지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액션 스타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서 이런 모습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은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 엘르 패닝의 어린 시절도 볼 수 있다.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이 간절한 벤자민 (맷 데이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그는 아내와의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에 가지도 못 한다. 원래는 모험심이 강한 칼럼니스트였지만, 아내를 잊지 못하는 그에게 쏟아지는 주변의 동정 어린 시선이 싫어서 직장을 관둔다. 아들은 방황하다 문제아로 찍혀 퇴학을 당하고, 옆집은 항상 파티를 하는 바람에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이사할 집을 알아보던 벤자민은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찾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 집은 폐장 직전의 동물원으로 200여 마리의 야생 동물들도 함께 사들여야 한다는 것. 동물원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벤자민은 특유의 모험심으로 동물원을 리뉴얼해서 개장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영화는 개장을 준비하며 발생하는 일을 그린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편안하고 따뜻하게 그려진다. 악역도 없고 다들 한 가지 목표로 나아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이 영화의 평을 보면 다들 힐링 영화라고 하는 게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벤자민이 아내의 사진을 보려고 사진 앱을 켰다가 다음 장을 넘기지 못하는 장면이다.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보면 단순히 안타깝다 정도로 끝났다면, 결혼 이후에는 확실히 다르다. 별일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라고 생각될 정도. '만약 저런 상황이라면'이라는 상상조차 버겁다. 벤자민은 강한 사람이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상실을 극복해 나가지만, 그마저도 짠하다.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매력적인 배우가 출연하지만, 의외로 눈에 들어오는 배우들은 아역들이었다. 아들 딜런 (콜린 포드)은 엄마 잃은 슬픔과 아버지와의 갈등, 릴리에 대한 사랑 등 어떻게 보면 가장 많은 감정이 드러났던 배역이 아닐까 싶다. 훈훈한 외모의 아역이었는데, 이번에 캡틴 마블에도 출연한다고 하니 어떤 역으로 나올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딸 로지 (매기 엘리자베스 존스)는 내가 봤던 아역 중에서 거의 탑이다 :) 이렇게 귀여운 아역은 아이엠샘의 다코타 패닝 이후 처음인 듯. 아무리 설명한들 이 귀여움은 전달되지 않을 것 같고, 직접 봐야 한다 :)



어느덧 7, 8년이나 지난 영화가 되어 버렸지만, 따뜻한 가족 영화로 추천하기에는 지금도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음악이 참 좋다. Jónsi의 We Bought A Zoo라는 곡은 분위기가 신비로우면서 편안해서 추천하는 곡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마무리. 

때로는 미쳤다고 생각하고 20초만 용기를 내 볼 필요가 있어. 진짜 딱 20초만 용기를 내보는 거야. 그럼 장담하건대 정말 멋진 일들이 펼쳐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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