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번째 영화, 알리타 : 배틀엔젤을 보고
SF영화인 것은 분명한데 예고편 보면 정체를 잘 모르겠다. 여전사의 활약을 그린 영화 같기도 하고, 레이스 영화 같기도 해서 결국 이도 저도 아닐 것 같았다. 여주인공 눈은 또 왜 이렇게 큰지, 유치할 것 같기도 해서 전혀 관심이 없던 영화였다. 오래전부터 제임스 카메론이 눈독을 들인 영화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총몽을 보지 않아 원작 팬으로서의 기대감 또한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평이 좋아서 극장으로 갔다. 정말 단순한 이유였다 :)
끝나고 나서 이야기해보니, 오랜만에 아내랑 반응이 갈리는 영화였다. 나는 정말 재미있게 봤고, 아내는 좀 유치했다고 한다. 의외였다. 나는 원래 잔잔한 영화도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특수효과나 스케일보다는 이야기에 더 매료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아내는 스케일 크고 액션, 판타지 등을 좋아한다. 농담 삼아 "이 영화는 별로였지? 사람이 죽어나가질 않네"라고 할 때도 많았으니 :)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훨씬 더 재미있게 봤다. 스토리고 뭐고, 입 쩍 벌리게 하는 액션과 CG가 압도적이었다.
총몽이 영화화된다는 이야기를 언제부터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총몽, 제임스 카메론... 이 두 이름만 전설처럼 떠돌았었는데, 드디어 실체가 나왔다.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지 10년은 족히 넘은 것 같은데, 영화를 보고 나니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알 것만 같았다.
시작하자마자 영상에 놀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레디 플레이어 원과 씬 시티를 봤을 때의 느낌과 겹치는 것 같다.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볼 때, 초반 레이스 장면에서 완전히 압도됐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CG 퀄리티에 추억의 캐릭터들이 마구 나오는 데다 속도감마저 상당했다. 그리고 씬 시티를 봤을 때는, 소위 때깔부터가 달랐다. 처음만 그럴 줄 알았는데, 시종일관 그 분위기가 유지되면서 그동안 본 적 없었던 처음 보는 스타일을 창조했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2가지 영화에서 느꼈던 감정을 모두 느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만화 원작을 자기 시각으로 영상화하는데 탁월한 면이 있는 듯하다. 일본의 코스프레식 영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스토리와 의외의 잔인함이 걸린다. 원작인 총몽은 1부가 9권 분량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3~4권 분량만 다루어졌다고 한다. 그래선지 2부 예고편 같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총 3부작으로 기획되었고 2, 3편은 1편의 흥행에 따라 제작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는데, 꼭 2편은 나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끝내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데드풀 리뷰에서 썼듯이 나는 개인적으로 잔인한 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이다. 이 영화도 데드풀 못지않게 잘리고 썰리고 베고 찌르는 장면이 숱하게 나온다. 그런데도 12세 관람가를 받았다. 인간이 아닌 사이보그이기 때문인데, 그래서 피가 나오지 않는다. 이 차이가 이렇게나 큰 줄 몰랐다. 이렇게나 과격한 액션이 계속해서 나오는데도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총을 쓸 수 없는 세계관으로 설정한 덕분에, 칼을 활용한 액션을 많이 쓸 수 있어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존 윅이 아닌 이상 총을 쓰는 액션이 칼보다 역동적이긴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여하튼, 12세 관람가 치고는 매우 잔인한 영화이니 그런 점은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화책을 좋아하긴 하는데 정작 총몽은 아직 못 봤다. 2편이 나오기 전까지 원작을 보며 2편을 기대해야겠다. 후속작이 기다려지는 영화를 만난다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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