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림공작소 Mar 30. 2019

모름지기 복수란 이래야지

마흔한 번째 영화, 킬 빌 Vol.1을 보고

며칠 전 새벽, 잠들기 전에 TV를 켰다가 한 시간을 넘게 푹 빠져서 봤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 Vol.1 이었다. 다 끝나고 나니 5시 가까운 시간이 됐고, 네이버 영화에 들어갔더니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다 :)


다시 보니까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킬 빌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5명을 찾아내서 다 죽여버린다는 정말 단순한 플롯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2편까지 합치면 무려 4시간이 넘는 이야기임에도 말이다. 이토록 단순한 이야기를 이렇게 독특하게 만든 것은 정말이지 연출의 힘이다. 타란티노 감독만큼 자기만의 색이 줄줄 흘러나오는 경우도 드문데, 킬 빌이 특히 더 그렇다. 영화 시작을 알리는 OST Bang 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리고, 시작하자마자 벌어지는 격투씬과 아이 앞에서는 잠시 대화를 나누는 모습까지... 시작부터 들었다 놨다 하는 장면이 계속해서 나온다.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를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어느 하나 재미없게 본 영화가 없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킬 빌, 데쓰 프루프, 바스터즈, 장고까지.. 아직 못 본 영화가 조금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부 다 재미있게 봤다. 몇몇은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기도 하고. 나에겐 이 중 킬 빌의 이미지가 가장 강하게 남아있다. 15년 전에 본 영화라 어렴풋하게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까 장면 장면들이 생각이 난다.



특히, 마지막 청엽정에서의 결투가 백미다. 말도 안 되게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대결인데도 긴장감이 넘치고, 중간중간 흑백으로 전환하거나 실루엣만 보여주는 연출 등은 굉장히 감각적이다. 곳곳에 코믹한 연출이 있는데도 너무 몰입이 되어 그게 코믹하게 느껴지지가 않을 정도. 장면 장면들이 이렇게 뇌리에 강하게 박힌 데에는 강렬한 핏빛 이미지, 그리고 영화에 기막히게 잘 어울리는 OST를 사용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보니 대부분의 OST가 귀에 바로바로 꽂히는데 한동안 OST를 반복해서 들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그동안 국내 예능이나 다른 매체에서 수없이 사용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패러디 혹은 오마주라는 이름으로 킬 빌은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소비되었고, 덕분에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다거나 예전 영화라는 느낌이 없다. 아마 촌스러운 느낌이 조금 든다면, 그건 일본 특유의 오버가 곳곳에 배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왜 그렇게 까지 해야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은퇴를 선언해서 너무나 아쉬운 감독과 배우가 있다. 연기의 신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작년에 은퇴를 했고, 타란티노 감독은 이제 2편의 영화만을 남겨두고 있다. 10개의 영화만 연출한다고 선언했는데, 그의 9번째 영화가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상 최강으로 보이는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조합, 거기다 충격적인 실화를 다뤘다고 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피 냄새 진동하는 영화가 될 것 같은데, 이렇게 색깔 있는 감독이 왜 은퇴를 한다는 건지 그저 아쉽기만 하다. 꼭 번복해주길 바랄 뿐. 


이번 배경화면은 코믹한 스타일로 만들어봤습니다 :) 

배경화면 다운로드 받기 : https://blog.naver.com/glim_gongjakso/221500953356

인스타그램에서는 보기 쉬운 카드 뉴스 형태의 리뷰로 올리고 있습니다. 놀러오세요! @glim_gongjakso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한 트릴로지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