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일곱번째 영화, 어벤저스 : 인피니트 워를 보고
1년이 지났다. 드디어 1년이기도 하고, 벌써 1년이기도 하다. 충격적인 결말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극장을 빠져나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 뒷이야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우주의 절반이 사라진 지금, 남은 어벤져스만으로 어떤 역전극을 펼칠 것인지 기대가 되기도, 과연 이 커진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마블 영화는 자동적으로 예매를 하고 있긴 하지만, N차 관람을 한다든가 마블의 역사를 줄줄 꿸 정도의 열정적인 팬은 아니다. 그래도 이번 영화는 10년의 MCU를 한 차례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영화라 어느 때보다도 기대가 크다. 그래서 극장에서 아른거리는 기억을 깨우느라 고생하지 않기 위해, 넷플릭스에 올라온 어벤져스 3 : 인피니트 워를 다시 봤다.
아내와 나는 치킨을 사 와서 맥주를 꺼내 놓고 영화를 틀었는데, 마치 둘 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봤다. 다시 봐도 참 대단하다. 20명이 넘는 주연급 배우를 누구 하나 빠뜨리지 않고 잘 활용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풀고 가는 단계가 거의 없이 150분을 꽉 채운다.
개인적으로 여태 모든 마블 시리즈 중에서 어벤져스 3을 가장 재미있게 봤는데, (이전까지는 윈터 솔저가 최고!) 어벤져스 1, 2에 비해서 더 좋았던 이유는 악역 때문인 것 같다. 타노스의 말은 분명 궤변인데, 뭐랄까 설득력이 있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갖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캐릭터임에도 밉지가 않다. 그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총을 휘갈기는 일반 악역과는 다르다. 특히, 딸인 가모라와의 에피소드와 엔딩을 장식한 그 표정을 보면 무턱대고 미워할 수가 없다.
캐릭터 간 밸런스 붕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력한 타노스, 그리고 마찬가지로 또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캡틴 마블의 등장, 출연진 목록에만 이름을 올렸던 앤트맨이나 호크아이 등이 어떻게 등장할까. 토르의 지구 귀환 씬처럼 임팩트 있는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어벤져스 3편을 보고 글을 작성하는데, 정작 3편에 대한 이야기보다 4편에 대한 기대감에 대한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3편을 본다는 것은 그저 4편에 대한 예우나 준비 과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참, 넷플릭스 버전에는 충격적인 오역이 수정되었다. 부디 이번 영화에는 오역 사태가 없기를. 오역으로 본래 의도가 잘못 전달되는 일도 안타깝지만, 영화를 본 이후에 올라오는 이야기가 전부 오역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더 안타깝다. 이렇게 이야깃거리 많은 영화에서 영화 이야기만 해도 모자랄 판에 엉뚱한 이야기에 쏠리는 건 아쉬우니 말이다. IMAX 티켓 구하기가 힘들어 일요일 밤에 예매를 해뒀다. 집에 오면 한참 늦은 새벽이 될 텐데, 그때까지는 어벤져스 관련 글은 쳐다보지도 말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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