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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impse 글림스 Feb 07. 2018

VR, 영화, 그리고 솔직한 리뷰

3D VR 영화 '나인데이즈' 를 보고 왔습니다.  

VR이나 AR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은 IT 용어일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용어는 약 2000년대 초반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확실히 체감하게 된 것은 VR은 가상현실 헤드셋 기기 (VR 기어)를 체험하면서, 그리고 AR는 지난 2016년 전 세계를 강타한 '포켓몬 GO'를 통해서였죠.


'포켓몬 GO' 플레이 연출장면 (사진=flickr)


아시는 분은 이미 너무나 잘 아시듯이, 포켓몬 GO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고 전 세계를 매료시켰습니다. 그 기술은 사용자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행위 (activity)를 제안했고, 포켓몬 수집, 체육관 배틀 등 게임적 요소들로 사람들 마음속 경쟁심에 불을 붙였습니다.


- VR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컴퓨터 등을 사용한 인공적인 기술로 만들어낸 실제와 유사하지만 실제가 아닌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 혹은 그 기술 자체를 의미한다. (출처: 두산백과)

- AR (증강현실, Augumented Reality): 실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로, 현실세계에 실시간으로 부가정보를 갖는 가상세계를 합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므로 혼합현실 (Mixed Reality, MR)이라고도 한다. (출처: 두산백과)


이와 같이 VR, AR은 어느 정도 역사가 있는 개념이지만, 해가 갈수록 이를 구현하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그 화제성은 더해갑니다. 유명 컨퍼런스인 SXSW 2018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서는 '올해 12가지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완성된 VR 마켓' (The VR market matures)을 꼽았습니다. 이제 실제로 예술, 제약,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VR을 하나의 툴로써 어떻게 응용 혹은 통용을 할지 논의하는 단계에 이른 듯합니다. (여기서 굳이 다루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미 게임 분야에서는 수많은 케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최근에 흥미롭게 본 기사가 있습니다. 지난 1월 18일부터 28일까지 열린 '2018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에서 VR 벤처인 CityLights가 VR 인디영화 'Spheres'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확한 액수는 나오지 않고 seven-figure deal, 즉 미화로 0이 6개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VR로 영화라니! 이제 2D로 생동감 있는 영화라고 하면 명함도 못 내어놓는 세상이 오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Spheres'는 우주공간의 재현이라는 주제로 3편으로 나누어 제작이 되었고, 이제껏 사람들이 기존 콘텐츠로 경험한 우주라는 공간을 더 실감 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플래니타리움만 가도 설레는데 VR로 '체험'하는 우주라면 얼마나 멋있을까요?


VR 영화 'Spheres' (사진=Wired)


비슷한 시점에서 한국에서도 '나인데이즈' (Nine Days, 2018)라는 VR 영화가 개봉할 거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권양헌 감독의 작품이며, 송윤아 한상진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잠실 롯데시네마에서 2018년 1월 말부터 상영을 하고 있으며, 저는 2월 1일 제 인생 첫 번째 VR 영화이자 국내 최초 극장형 VR영화를 확인하러 가보았습니다.


- 영화 소개: 중동전쟁 중 종군기자 (송윤아 분)가 피랍돼 9일 동안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영화. 영화제작사 대쉬필름과 VR 전문제작사 써틴플로어 공동 제작 (출처: 뉴스엔)

영화 '나인데이즈' 촬영 현장 모습 (사진=뉴스엔)
영화 '나인데이즈' 스틸컷 (사진=대쉬필름)


28분이라는 짧은 런타임이 지나갔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 VR이라는 기술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가지고 갈 수 있는지 그 일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콘텐츠를 제작하기 전에 VR기술을 충분히 이해를 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경각심도 들었습니다.


VR 기술의 핵심 포인트는 '공간의 재해석'입니다. 현실과 분리된 가상현실을 구현해내어 사용자는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n가지의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죠. 단, 사용자가 가상현실을 그대로 받아드릴 정도로 '현장감'이 있다는 가정하에 말입니다. 영화 '나인데이즈'도 VR 기술을 이용해 관객이 마치 직접 주인공 피랍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길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그런 현장감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시야가 좀 넓어진 3D 영화라고 해야할까요. 현장감에 관련해서는 3D 영화가 주는 효과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고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 또한 굉장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영화 '나인데이즈'가 제작될 때 시청각 외에 다른 감각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던 듯 합니다. 현실 속 관객은 앉아있는데 VR 속 관객은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채 화면 속에서 자율적이지 않은 동선을 따라 영화를 관람해야하죠. 4D 극장에서는 현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청각 콘텐츠와 모션을 연결시킵니다. 관객이 극장에 앉아있더라도 영화가 시작하면 마치 정말로 위험천만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듯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영화 '나인데이즈'는 현실 속 관객의 물리적인 위치와 영화 속 관객의 시선을 가진 역할의 동작 간의 괴리를 좁히지 않았습니다. (성급한 해석일수는 있지만) 어떻게 보면 VR 기술을 시청각 자극을 극대화하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제작에 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VR 영화를 만들 때에는 이런 오감 활용의 부분에서 콘텐츠 자체의 creativity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VR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함께 제작된 VR 맞춤형 영화 콘텐츠 말이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봤을 때, VR 기술을 영화에 잘 활용하려면 영화가 관객을 어떻게 잘 포함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관객이 영화 '나인데이즈'에서 특정한 역할을 맡았다면 어땠을까요? 알고보니 관객이 영화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이야기가 그 캐틱터 중심으로 돌아갔다면 어땠을까요? 아니면 영화 내용에 아예 '관객'이라는 역할이 포함되어 있었더라면? VR기술로 현장감을 높이고 영화 스토리 자체에서 관객에게 역할을 부여함으로서 관객의 심리적 참여도를 높이게 되면 굳이 물뿌리고 의자를 흔들지 않더라도 관객의 집중도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기술을 최대치로 응용을 하려면 기술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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