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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영 Mar 13. 2023

네덜란드 집 구하기(1) - 로또로 집을 구한다?


네덜란드로 출국하게 됐다.


주거난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현상이다. 유럽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거기에 네덜란드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땅 덩어리도 작은데 공부하고 일하러 오는 외국인이 많은 국가라 주거난은 더욱 심각하다. 오죽하면 팬데믹 상황이 나아져서 네덜란드를 떠났던 외국인 학생들과 신입 외국인 학생들이 캠퍼스로 오려고 하니 다수의 대학에서 "집을 구하지 못했으면 네덜란드에 들어오지 마라"는 성명까지 냈을까 (기사 링크 참고). (대학의 이런 무책임한 조치에 대해 나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금전적 여유가 없는 게 문제지 돈이 있으면 집을 구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나는 매매가 아닌 렌트에 한정하여 얘기하고, 학생이 아닌 직장인의 입장에서 얘기하려고 한다.

그런데 돈이 있다고 집을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내 경험과 네덜란드에 집을 구하고자 한 사람들(한국인, 더치, 기타 유럽 국적 소유자)의 경험을 비추어보았을 때 그렇다. 물론 모아놓은 돈과 벌고 있는 돈으로 집주인에게 어필하여 집 구할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나 돈 이만큼 있어. 지금 당장 몇 달 치 렌트 낼 수 있어."보다 "나 지난 3개월 동안 꾸준히 월급 이만큼 받았고,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월급 받을 거라 렌트 밀리지 않고 낼 수 있어."이다.


나는 박사학위를 마치고 일을 하러 네덜란드로 갔다. 그래서 당장 거주할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021년 말의 일이었다.


오퍼를 이미 받았기 때문에 월급도 알고 있었고, 나이도 적지 않은 나이이며 당시 네덜란드 정부 권고에 따라 재택근무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쉐어하우스에는 절대 살고 싶지 않았다. 돈 벌러 가는 게 주목적이 아니라 경험과 경력을 쌓자고 가는 거였기 때문에 저축을 덜 하더라도 스튜디오나 아파트에 혼자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암스테르담 Light Festival에서 찍은 전형적인 네덜란드 집




로또 당첨돼야 집을 얻을 수 있다고?


그때부터 집 구하는 다양한 플랫폼을 알아보고, 내가 지내려고 한 도시의 매물을 쉴 틈 없이 알아봤다.


Facebook에 하우징 관련 페이지가 많다. 네덜란드 도시 이름과 housing이란 단어를 조합하면 수도 없이 뜬다. 단, 사기가 판을 친다. 즉, 집주인도 아닌데 매물 사진과 정보를 가져와서 올리고 보증금과 렌트 몇 개월 치를 받고 튀는 거다. 집 못 구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서 사기 치는 못된 사람들이 많이 발견되는 곳이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계속 보다 보면 사기 유형이 어떤 것인지 파악이 된다. 그리고 쉐어하우스의 방 1개를 내놓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나는 진작에 Facebook을 제외시켰다.


혼자 사는데 원룸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스튜디오 매물이 많은 Holland2Stay라는 사이트를 1순위로 겨냥했다. 이 업체는 네덜란드 주요 도시마다 건물을 통으로 관리하고 있다. Fully-furnished 된 매물을 갖고 있어 어떻게 보면 호텔 또는 우리가 말하는 레지던스 같은 곳이다. 몸만 들어가면 된다.

특이한 점은 "lottery"로 뽑혀야 매물로 나온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또 맞아야 집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니.. 충격적이면서도 신기했다. 웹사이트에서는 심지어 매물 당 몇 명이 경쟁에 뛰어들었는지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로또 당첨 없이 바로 결제하고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매물도 소수로 나오긴 한다.


스튜디오가 몇 개 올라오지도 않는데, 매주 한 스튜디오당 세 자릿수의 경쟁자가 있는 걸 보고 가망이 없겠다 생각하고 일찌감치 포기했다. 나중에 이 방식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당첨 과정의 투명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다. 게다가 이 업체는 특정 매물에 줄을 서려면 가입자들이 소정의 수수료를 내게 한다. 업체가 많은 사람들이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로또에 참여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며 개선할 방법을 찾지 않는다고 탈락자들은 비판하기도 했다.


이건 페이스북에서 보이는 사기 사례와는 다르지만, 간절한 사람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수수료로 돈을 버는 구조인 것이다. 아무리 계정을 많이 만들고 매주 신청을 해도 당첨되지 않으니 답답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물론 이 와중에 당첨되는 사람도 보았다. 결국 이게 로또 아닌가. 당첨될 확률은 낮지만 당첨자는 있다. 나도 처음부터 가입비 명목으로 돈을 내야 하는 자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가입비도 내지 않았고, 로또 시도도 하지 않았다.


Pararius와 Funda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의 양대산맥이다. 다음 글에서 Pararius, 에이전시와의 연락, 뷰잉, 집주인의 선택을 얻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이어서 쓰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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