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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Apr 11. 2019

변화가 우리에게 말을 건냈을 때

홈스쿨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대단한 용기네요"

"어떻게 받아들이셨어요?"

"괜찮겠어요?"

"어마 어마하게 좋은 일이 생길건가 봅니다"


평범하게 여겨지던 것들이 비장한 무엇인가를 통해, 흔하지 않은 무엇인가로 변신하는 순간이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경험해 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변화는 무척 자연스럽고, 늘 그곳에 있으면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고, 담담하게 "응"하고 대답하면 어느 새인가 내 곁에 와 앉아 있는 것이었다. 용기라는 큰 느낌의 단어 보다는 솔직함이라는 가벼운 느낌의 무엇이었다. 내 마음 속의 내 목소리에 "그래, 그러자"라고 살짝 대답하면 되는 것.   


6년이 걸렸나 보다. 일상에서 배움을 즐기고, 성장과 행복을 평생동안 추구하는 습관을 키워주고 싶었다. 초등 때 부터 홈스쿨을 J에게 권했다. J는 친구가 마냥 좋았고,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시간이 좋아했기 때문에 나의 제안에 J는 주저했고, 남편은 워킹 패밀리인 우리가 J의 점심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분명히 반대 표현을 했었다. 중학생이 되자, 평가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이해가 되지도 않고 해결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 일들이 반복되는 일상 생활에서 J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농구를 같이 할 친구가 있다는 것이, 10대 문화가 만들어지는 수다가 있는 교실이, 학업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어서 홈스쿨링을 권했지만, 이번엔 J가 단호히 거절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시간을 학교내신 시험들 사이 사이에서 챙기며 보낸 3년 간의 시간. 고등학교 진학을 의논하던 작년 가을, "이제 나 홈스쿨 시작해야겠어"라며 웃으며 말을 건네왔다. 남편도 "스스로 점심을 챙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라며 "하고 싶은 일을 지금해야지 언제 하겠냐"라며 동의. "드디어!"를 외치며 박수를 친 나. 이렇게 J는 자신의 인생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결정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했다.

2018년 여름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안개로 다리 전체를 못 볼 때는 "다시 오게 될 행운"을 암시한다나?! (Photo by SJW)

"홈스쿨 하는 아이들은 아침에 늦잠이 심하다던데"라는 이웃들. "우리 사회는 아직 홈스쿨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요. 아이와 충분히 의논했나요?"라며 평소 아이를 격려해 주던 어른들의 우려를 J는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비난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J도 나도 알고 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눈으로 보면서 이해하는 것은 다른 것 같다. 남들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일어나는 소리를 내는 J의 얼굴에는 어둠이 없다. "어제도 운동을 하고, 음악을 듣고, 온라인 공부를 하다 보니, 새벽 3시가 또 넘었더라"는 설명이다. "그래도...."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지만, 입으로는 "그랬구나"라고 J의 생활에 맞추는 나를 본다. "무슨 문제가 있는거니? 홈스쿨링을 하면 너희들이 쟤를 가르칠거니?"라는 시어머님의 근심 가득한 얼굴. J는 나에게 공부에 관해서는 늘 이야기를 나누지만, 공부 내용에 대해서는 내 도움을 포기한지 오래이다. 온라인 프로그램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신청했고, 과제 제출 날짜를 비롯해 모든 일들을 직접 챙긴다. 우린 평행선 같다. 같은 테이블에서 J는 공부를 하고, 우리는 일을 한다. J는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벌떡 일어나서 우리들에게 말을 쏟아 놓는다. 문제 푸는 것을 도와 줄 수는 없지만, 감정을 푸는 일은 우리는 기꺼이 한다. 아주 흥미진진하다. 내가 지금껏 몰랐던 J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때 홈스쿨링이 가져온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대학 진학이 우리에게도 중요한 사항이다. 이렇게 홈스쿨링을 하는 것이 대학 진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할지 자주 생각한다. 정규 학교에서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시험제도를 뒤로 하고,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고 모든 것이 펼쳐진, 하지만 우리가 일일이 책임지고 결정해야 하는 홈스쿨링을 선택했다. 우리가 쥐고 있는 나침반은 무엇일까? 나침반은 분명히 우리 손에 있다.

J가 미시간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스포츠팀 파운더들을 위해 직접 만든 메달들 (Photo by S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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