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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Apr 12. 2019

홈스쿨링을 안 했더라면 어쩔뻔?

일주일에 음악 시간이 몇 시간?

3월은 밤을 새면서(?) 작업을 한 날이 무척 많았다. 짱이는 에세이 작업을 한 번 시작하면 흐름이 이어지는 만큼은 몇 시간이고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쓰고 쓰고 또 쓰고를 반복했다. 이 창작 작업은 짱이가 지난 초등 + 중등 9년 간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되돌아 보게 했다. 글쓰기의 소제는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 경험, 어떤 것에 대해 20단어로 쓰시오," 현재 자신의 모습에서 바꾸고 싶은 점을 20단어로 쓰시오" 등등 가볍게 쓸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우리가 낮밤이 뒤바뀌면서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친구들은 입학식을 했고, 낯선 교실로 갔고, 체육 시간이 돌아 왔고, 새로운 또래들과 학교에 적응해 갔다.


늦잠자도록 두어도 되나? "홈스쿨하는 얘들은 낮밤이 바뀌었더래"이란 말들을 듣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떨구게 되었는데...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네.... 어쩌지.... 큰일이 났나...라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하고 있는 나를 만났다. 분명 어제도 늦게까지 작업했나 보다. 아냐.. 또 운동했을거야.... 운동 선수할 것도 아니면서....온갖가지 상상을 하며 자는 아이, 아니 이제는 덩치 큰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 봤다. 4월도 여전히... 저렇게 잘건가? 청소년기에는 저렇게 피곤한데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학교를 가지? 우리가 이상한건가? 신체리듬은 같을텐데.... 


또 오후 1시가 되어서야 부스스 일어나는 내 딸 짱이! 흐그그.... 

인문학을 읽고 싶을 때 그냥 읽을 수 있다,  홈스쿨링의 좋은 점이다.

"늦게까지 작업했나보구나." (우아한척 했지만..사실은 부글부글) 

"아냐. 금방 끝냈어. 음악 들었어." 

"응? 음...악...."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작업이 끝났으면 자야지! 남들은....) 

"응. 음악! 너무 좋아서 듣고 듣고 계속 들었어."

"그랬구나." (속 쓰림을 순간 느낀다.)

"엄마도 들어 보면 정말 놀랄거야." 

"안 들어봐도 놀라워, 이미...." 

입은 웃고 있으나 눈은 내 속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나 4시쯤 잤나봐. 음악 한 세 시간 쯤 들은 것 같아. 거실에서 계속 걸으면서 듣는데, 진짜 좋았어." 놀랍다, 놀라워. 세 시간!! 그것도 매일 같이!!! 


그래, 네가 원하는 것만 쏙 쏙 골라서 실컷 네 시간을 채워 보아라... 


짱이는 시간표 다듬기만 한 주 내내 하고 있다. 월요일은 하나도 안 지키고, 화요일은 3시간 정도 챙겼고, 수요일은 시간표를 다시 다듬느라 하나도 안 지키고, (못 지켰나?), 목요일 오늘은 완벽하게 지켰다. 오전은 첼로 레슨 및 연습, 점심 식사 후 기타 연습, 그리고 기타 레슨이 2시 30분 부터 한 시간, 잠시 음악 들으며 쉬었다(무엇을 얼마나 했길래 휴식이 필요한지...)가 5시 부터 창의력 대회 준비팀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다시 음악 듣기. 그 때 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음악 듣기를 쭈욱 한다. 고르고 골라서 모아 둔 뮤직 리스트가 공간을 가득 채우며 울려 퍼지고, 짱이와 팀원들이 메이킹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녀석의 노랫 소리도.... 으그그... 남들은 이 시간에 중간고사 준비할 터인데..... 이래도 되나?.... 

지난 2월 저 붉은 망토를 입고 과천과학박물관을 활보할 수 있는 중3 졸업생 짱이

내일 오전엔 분명히 이렇게 말하며 계~~속 잘 것이다, "어제는 머리를 정말 너무 많이 썼나봐. 우리 팀 작업, 많이 했지?"라는 말과 함께 또 정오를 넘기도록 잘 것이다. 그렇지 않은 날은 몇 일 전 화요일 하루 뿐이었다!!!  


짱이의 시간을 내가 살피는 것이 부모의 책임일까, 부모의 간섭일까? 홈스쿨일까? 홈플레이그라운드일까?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어디까지일까? 얼씨구... 저 녀석은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음악에 맞춰 스웨그까지... 저렇게 많이 움직이니 그렇게 잠이 오는거지! 


학교 갔더라면 이 메이킹 작업은 꿈도 못꿨을 것, 음악도 저렇게 마음 놓고 듣지 못했을 것....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도 이제 시작인걸... 근데 이래도 되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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