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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May 10. 2019

좋아서 하는거니....끝이 없구나....

드디어 NASA 프로그램에 정식으로 가는구나!   넌 참 알쏭달쏭하다.

Odyssey of the Mind (OM) World Finals! 


작년 가을 부터, 겨울을 지나, 봄이 되도록 짱이는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오직 한 가지에 올~~~인!한다. 전세계에서 똘끼 넘치는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들을 모아서, 도대체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주어주고 독창적으로 해결해 보도록 도전을 주는 프로그램을 NASA는 40년 째 후원해 오고 있다. "말도 안 돼"를 연발하게 하는 억지같은 조건에서 최고로 기발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5일간의 잔치! 이 보다 더 꿀잼인 수학여행은 없다. 


이런 어마 무시한 일은 재채기 정도의 무게로 시작 되었다. OM 홍보 포스터를 본 순간 부터 "NASA 가자!"를 외쳤다는 짱이. 무척 단순하다. 수 개월에 걸친 준비 과정 동안 크고 작은 과정들을 직접 부딪혀 가며 나가고 있는 이 녀석과 팀원들을 보면서 "이 중딩이, 고딩 녀석들이 힘들텐데, 점수도 없는건데, 이걸 부여 잡고 계속 가게 하는 힘은 도대체 뭘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가 끝나고 6시 즈음이 되면, 셋은 어슬렁 어슬렁 모이고, 인천에 있는 팀원은 온라인에서 "나 여기 있다"의 사인을 보낸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연장들을 잡고, 음악 볼륨을 올리고, 뚱땅 뚱땅 만들기 작업을 시작한다. 이 녀석들은 머리를 깊숙히 숙이고는 그 자세로 몇 시간을 일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잘 했는데, 여전히 "아니, 그거 말고, 아니, 이렇게"를 반복하며 까탈스럽게 서로에게 더 높은 퀄러티를 요구한다. 더구나 그래픽 디자인을 맡은 인천 팀원은 영상 통화로 작업을 진행한다. 이 아이들은 상대방의 사정을 봐 주는 법은 태어날 때 부터 모르던 사람들 같다. 본인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 디자인이 나올 때까지 주저 없이, "아니라니까. 다시 하자. 다음엔 될거야. 아냐, 그건 아냐." 다른 사람이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은 모두 다 전혀 상상 조차 하는 것 같지 않다. 단지 "우리가 무슨 말 하는지, 넌 알지. 그래. 넌 해 낼 수 있어. 다시 해 보자"의 마음이 깊이 깔린 듯한 태도이다. 무한 반복 무한 테스팅 무한 요구!

세계대회 출전 D-12날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이렇게.  

NASA.... 지난 해 여름 실은 오래 전 부터 우주에 쭉 관심이  있었다는 짱이. 나의 첫 반응은 "왜?"였다. 넓고 넓은 과학 분야에서 어찌하여 우주? 우주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우주? 그 쪽도 할 일이 있어? 생각이 빠르게 진행 되면서 우주 만큼이나 우리네 삶에서 떨어져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가까이 갈 수 없는 곳을 향해 팔을 뻗으려는 아이를 편하게 바라 볼 수만은 없었다. 왜 하필! 나의 이런 마음을 짐작이라도 하듯, 녀석은 자신도 현실(?)을 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NASA만 좋고, 당분간 NASA 생각을 실컷 하고 싶다고 한다. 자기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NASA와 관련된 삶은 힘들 것 같다는걸 마미 보다 더 잘 안다고 했다. 이 대화를 우린 여름에 했었다. 그런데... 작년 가을 어느 날 서울 변두리에 있는 녀석이 다니는 여자중학교의 복도 구석에 NASA가 후원하는 행사의 포스터가 걸린 것이다. 오매불망 NASA가 마냥 좋다던 짱이가 놓쳤을리가 없었다. 녀석은 바로 액션에 들어 갔다. 지원서도 아직 안 읽었으면서, 그 순간 부터 세계대회 생각 밖에 안 났고, 함께 참여할 멤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매일 아주 조금씩 무에서 유를 하나씩 만들어 냈다. 이 과정에서 엎어지고 자빠지고, 울고 불고, 다투고, 이해하고, 다독이고, 성장하고, 좌절하고, 분노하고, 웃고, 춤추고, 먹고, 만들고. 일상 생활에서 NASA를 실컷 상상할 수 있었고, 짱이는 행복하다고 자주 말한다. 미시건대학에서 열릴 세계대회에서 NASA는 Hands-on 실험을 직접 운영한다. 이 실험을 신청하려고 짱이는 매일 페북을 들여다 보며 손꼽아 기다렸다. 선착순 30명만 지원이 가능한 실험은 딱 3회. 참여할 어린이 청소년은 전 세계에서 수천명. 등록이나 할 수 있을까. 기회는 기다린 자에게 온다더니, 녀석은 떨리는 손으로 운 좋게 신청을 해 냈다. 그 날 아침 이후로 몇 년간 사 모은 NASA 티셔츠, NASA 점퍼, NASA 모자를 언제 찾아 내었는지 무슨 유니폼을 입듯이 챙겨 입었다. 마음은 이미 NASA 스태프이다. 


세계대회에서 상을 받는다는 생각은 부모는 처음 부터 꿈도 꾸지 않았다. 근데 이 녀석들은 "이왕 가는거, 이왕 만드는거, 쫌 폼 나게 하면 좋잖아요. 이왕 가는거 빈손으로 오는 것 보단 뭐라도 하나 받아 오면 좋지 않겠어요."라는 배포를 스스로 품는다. 아니래도.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데도 녀석들은 자기흥에 취해서 상 좀 받아 보자고 한다. 좋아서 하는걸 실컷 하는거, 그거 쉽지 않던데. 하지만, 어른인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다고, 지금 자신들의 꿈 속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래, 네 멋대로 사는거야. 중 2들과 고딩이긴 하지만 아직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마음을 가졌나 보다. 남들이 학과 공부할 시간에 이 녀석은 하루 종일 푹 자고 쉬고, 컨디션 좋은 상태가 될 즈음 부시시 일어나서 다시 만들기로 밤을 새고, 작업양이 많아서 잠을 세 시간 남짓 밖에 못 자도, 발명품을 프리젠테이션할 연극 대본을 작성한다. 이 스크립터를 작성하기 위해 몇 년간 해 왔던 기후변화에 관한 조사를 다 풀고, 멸종 위기 동물의 상황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우리 인간이 가장 가치롭게 여겨야할 "보석"에 대해 코믹하고 철학적인 스토리를 창조해 냈다. 보통 수준으로 하면 될 일을 녀석들은 치고 박고 싸우면서까지 최고로 만들어낸다.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지. 

한강으로 놀러나간 짱이와 팀원,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어떤 결과가 나와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이 과정 자체가 이 녀석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인가 보다. 지금까지는 학교 공부와 성적을 챙기면서 짬을 내어서 만들고 도색하고 조립하던 일을, 지금은 하루중 프라임 타임에 실컷 하고 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녀석들의 행복 지수는 절정이다. 이 즐거운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가 없었을 때는 같은 만들기라도 시간을 쪼개어서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서 겨우 겨우해 왔는데, 요즘엔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일, 아니 놀이를 하면서 주변에서 관심과 서포트를 받는 호사를 즐기고 있다. 못하게 해도 어떻게든 만들기 시간을 짜내던 녀석들이라 자신들이 흡족할 수준까지 무한 반복의 노동도 즐거이 자진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 그리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단순 명료해서 멈칫거리게 하는 것 같다. 주변인들은 내 일이 아니니 참견하지 말고, 그래도 오지랖이 넓어서 자꾸 시선이 간다면, 상대방의 관심사를 있는 그대로 지지해 주고 존중해 주면 되는 것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주변의 관심이나 평가에 덤덤해질 수 있고 뭐라해도 간다라는 독불장군의 마음과 태도가 있으면 되는 것이다. 독불장군.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돕기 위해 떠난 여행길에서 중3 짱이가 펄쩍 펄쩍 뛸 정도로 흥분시켰던 NASA "뮤지엄." 광활한 미지의 세상은 미뤄두고, 이 뮤지엄에서만 이틀을 꼬박 보냈었다. 그러고도 계속 NASA타령이었다. 불과 1년 만에 뜻밖의 기회로 NASA가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니 이 녀석의 눈에는 NASA 이 단어가 아주 잘 보이나 보다. 마음껏 아쉬움 없이 즐기도록 난 멀리서 바라 봐야겠다. 


https://www.odysseyofthemind.com/world-fi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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