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리 집에서 짱이는 미국공립고등학교를 1학기 마무리해 보았다, 휴!
삐그덕 거리면서도 공존을 방향을 잡아 온 우리 가족! 자축하자.
드디어 1학기 1부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힘들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미 이 길을 시작했고, 계속 가야 했기에 좌충우돌 오늘까지 왔다. 짱이와 우리는 서로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고, 스스로들도 자신에 대해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를 깨달으면서 공존을 시도했다. 야행성인 짱이는 모두가 잠자는 밤에 가장 몰입해서 공부를 했다. 신년을 맞이해서 내 스타일대로 새벽에 일어나기 습관을 기르고 있는 나에게 '굿모닝'을 하고서야 잠을 청했다. 해가 뜨고 나서야 잠이 드는 짱이를 보면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습관을 바꾸어 주어야 하나? 과연 이 아이, 아니, 이 사람에게 이 습관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수학 Geometry
하루면 배울 문제를 왜 이 학교는 한 달 내내 설명하고 또 덧붙여 설명을 하는 거지?
짱이는 내내 궁금해했다. 한국학교에서는 가르쳐 준 대로 그대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배웠다.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식을 배우고 외우기까지 했다. 미국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가르쳐 주는 대로 문제를 풀면 베끼는 일이었고, 다 배운 뒤에 자신의 방식으로 설명을 풀어야 한다는 ……
다행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학교 시험이나 공부를 열심히 안 하고, 슬슬해서 …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던 것은 솔직한 표현이다. "이게 뭐지?" "어쩌란 거지?"를 연발했다. 하지만, 패러다임 쉬프트! 밖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 생각을 바꾸는 데에 그렇게까지 힘이 들지는 않았다. 우리 한국 학교에서도 미국 학교에서도 교과 내용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설명한다. 차이는 그 다음이다. 한국식에선 선생님이 딱 하나만 콕 집어서 지적하고, 이 방식대로만 풀어야 한다고, 이렇게 푸는 것이 정답이 가장 쉽게 빠르고 정확하게 나온다고 선생님이 강조 강조한다. 미국식에서는 선생님이 여러 가지 방식을 가르쳐 주고, 이 중에서 네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네 방식대로 풀라고 한단다.
선생님이 이해를 시켜 주었는데, 온라인에선 학생이 답지로 선생님을 이해시켜야 했다.
Geometry는 마침 중학교 1학년 때 배운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는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선생님이 설명해 주는 걸 이해하면 됐다고. 그런데 지금은 하나하나 자기 스스로 내용을 이해하고, 심지어 문제를 학생인 자신이 선생님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매일이라며, 버거워했다. 어떻게 그 답이 나오게 되었는지 과정을 서술해야 했다. 짱이의 꼼꼼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왔다. 답에 대한 설명을 쓴 후에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혹 비슷한 느낌이라도 나는 표현이 있으면 안 된다면서 다시 봐 달라며….. 본다고 내가 수학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수학을 설명하는 선생님의 분위기도 한국과 미국이 달랐다.
마침 인강 수학도 듣고 있어서,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 수업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다. 한국 선생님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액션도 흥미진진했고, 가끔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미국 선생님은 그냥 단음 조였다. 강약이 없었다. 장난기 넘치는 짱이는 두 수업을 동시에 틀어서 같이 들어 보는 생각을! 괴짜다.
기말고사를 칠 때 수학공식은 프린트물로 들고 들어간다?
"이건 또 뭐지?" "우린 왜 이 공식을 외우겠다고 그 고생을 했던 거지?" 짱이는 호탕하게 웃어젖히면서 프린트를 흔들었다. 한국학교에서 많이 외웠던 공식들을 미국 학교는 아예 한 장의 프린트로 제공했다. 그럼 시험은 무얼 테스트함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짱이는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아, 외국에서 학교를 나온 지인에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어차피 문제를 푸는 과정은 인터넷 찾으면 다 나오니까, 어떤 문제에 어떤 공식을 적용할 것인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나?? 어쨌든 시험에 뭘 갖고 들어갈 수 있다니, 땡큐라는 짱!
그렇다고, 부모가 고등수학을 도와줄 수는 없잖아?
수학을 초등 수학도 안 도와준 마미가, 이제 와서 고등학교 수학에 관심을 보일 수도 없고, 본다고 이해를 할 수 있지도 않고, 학교로 달려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 짱이는 이해가 안 되는 문제를 만나면, 그냥 컴퓨터 화면만 뚫어질 듯이 바라보길 2시간…. 가끔은 더 이상… 이해가 될 때까지.... 이렇게 머리가 띵~~~ 할 정도로 혼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유튜브 뒤져서 관련 정보 배우고, 다시 풀어 보고를 무한 반복했다. 짜식, 고생했다.
Business Information Management, BIM
“누가 이런 과목을 신청해?"
수업 일정을 잡을 때 카운슬러 선생님도 이 과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소개도 없었다는데... 어라.... 자기 스케줄에 이 과목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학기가 시작되고서야 발견한 짱이! 첫 학기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스러운 점수를 얻고 싶었던 짱이, 난리를 떨었다. “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앞으로도 쭉 없을 거야. 근데 내가 왜 이 과목으로 이 고생을 해야 해?”라며… 이 과목은 창업을 하고 경영에 대해 배워야 하는 마미에게 필요한 과목이었지 짱이는 아니었다. 결국 이 과목을 가장 어려운 코스로 분석하고, 일단 그나마 자신 있는 과목들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다시 오는 것으로 미루었다.
졸업 후 사회생활의 기본을 배웠다
BIM과목 숙제를 하면서, 짱이가 하소연을 하면 마미는 귀를 쫑긋하고 듣게 되었다. 흥미로웠다. 고등학생들에게 이 과목을 필수로 가르치는 이유도 궁금했다.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유용하게 여길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사회생활을 할 때 관공서를 비롯, 다른 조직으로 서류를 보낼 때 참고가 될 연습을 이 과목에서 할 수 있었고, 과제로 실제 경험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또한, 컴퓨터의 기본적인 기능을 배우고, 익히고, 활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신기했고, 부러웠다. 고교 졸업생들 중 바로 취업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경우들도 많으니, 이렇게 공교육 시스템 내에 있는 동안에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 교육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부러웠다. 수업 내용은 짱이가 '저작권' 때문에 공개를 할 수 없다고 해서, 숙제했던 것을 적어둔다.
Business를 왜 알아야 하냐고? 숙제는 실습.
‘당신이 구운 과자를 동네 시장에 팔려고 한다. 시장의 판매 관리자에게 보낼 편지를 양식에 맞추어 작성해라.’
‘반품을 요청하는 편지를 양식에 맞게 작성하고, 라벨 양식을 사용해서 수신자 주소를 적어라.’
‘상품 A, B, C의 가격 및 재고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엑셀표를 만들어라.’
'당신이 가고 싶은 대학교에 카탈로그를 요청하는 편지를 양식에 맞추고, A, B, C 등과 같은 요구사항을 포함해서 작성해라.'
컴퓨터를 활용한 과제. 한국과 미국이 프로그램 시스템이 달랐다니? 그럼, 숙제는?
어제까지 꼬박 일주일 동안 BIM을 하면서 내용 파악뿐만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과도 씨름을 해야 했다. 온라인 수업은 영어로 나오고, 본인 컴퓨터 시스템은 한글로 돌아가고, 과제는 영어로 해서 제출해야 하고.... 결국 마지막 주차의 과제는 한국과 미국의 컴퓨터 시스템 차이로 짱이가 만든 프로그램이 자신의 컴퓨터 화면에서는 구현이 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또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부른다. 내가 컴퓨터를 들여다 본들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하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현재의 상황을 다 듣고, “지금 나한테 설명했던 걸 선생님에게 그대로 알려 드리자. 그리고 도움을 받자. 내게 이야기했던 대로 그냥 쓰면, 선생님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 순서를 매겨서 선생님에게는 좀 더 명확하게 설명을 드리자”라고 방법을 찾아보았고, 짱이는 마지막 과제를 이렇게 메일로 일단 문의했다. 휴.....
체육 Physical Education
400쪽짜리 원서 한 권이 1학기 교과서? 체육수업인데?
이 과목도 아주 흥미로웠다. 온라인으로 어떻게 체육 수업을 한다는 거지? 가능했다. 자신의 신체를 파악하기 위해 하루 운동량과 하루 섭취량 등을 관찰하고 기록하게 했다. 짱이는 좁은 우리 거실을 운동장 삼아서(?), 몇 초에 뜀뛰기를 몇 번 하는지를 끄응… 혼자서 시간을 재어가며, 웃어가며, 점검해서 적었다. 다행인 것은 이 녀석은 운동을 너무나 즐기다 보니 이게 숙제가 아니라 놀이로 여겨졌다. 공을 몇 번이나 튀기는지 횟수를 재고, 연습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등의 숙제를 할 때엔 아파트 앞 주차장에서 또 짱이는 신이 났었다. 물론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 스스로. 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이렇게 실기뿐만이 아니라 체육 이론도 강도 높게 들어갔다. 400쪽에 달하는 원서를 설마, 설마 체육과목인데 진짜로 책을 쓸까라고 생각했다. 단 1쪽도 건너뛰지 않고 from cover to cover로 수업이 진행되었고, 과제가 나왔다.
다이어트 연대기표? 더구나 200년 사?!
'4일이나 시간이 걸린 숙제 한 건!' 다이어트의 역사에 대해 배우는 주였다. 시대별로 온라인에서 광고를 찾아서 다이어트 정보가 어떻게 허위로 기재하고 소비자들에게 해로운 제품을 제공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1단계. 이를 보완해서 그다음 시대에는 어떤 다이어트 제품이 생산되었는지, 또 이 제품 광고는 어떻게 등장했는지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 2단계. 각 시대마다 포스터 등 당시 시대적 상황을 잘 표현한 다이어트 광고 포스터를 딱 1장만 골라서 시대별로 표를 완성하는 것이 3단계. 한 단계 더 있다. 거의 200년을 커버하는 이 리서치는 ‘연대기표’를 만드는 시스템에 넣어서 하나의 시리즈로 만들어서 제출하기가 4단계!!! 였다. 과정이 이렇다 보니, 이 숙제 하나 하는데 무려 나흘이 꼬박 걸렸다. 대조적으로 채점은 1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서 왔다. 휴…
엉뚱한 곳에서 배움의 보석을!
다이어트 광고를 시대별로 분석할 때 짱이는 엉뚱한 곳에서 배움의 보석을 발견했다. 광고 포스터의 하단에 소비자들이 써 둔 피드백들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감탄을 했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제일 부러워’라며 댓글에서 위트와 내용이 알찬 글들을 신나게 읽었다. 엉뚱하다. 시간이 없는데, 더구나 그냥 숙제인데... 너 정말 그러고 놀고 싶니? 배웠으니 좋은 거지, 뭐.
과학 Biology
비교적 가장 자신감을 드러내었던 과목이었다, 그. 런. 데. 교과서가 없었다.
온라인으로 텍스트가 주어졌는데, 한 장에 걸려 있는 링크가..... 링크가.... 우수수...... 무한대로 확장하며 자료들이 제공이 되었다. 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난 종이책이 주는 느낌이 좋아. 스크린으로 읽는 건 불편해. 잘 읽히지도 않아"라고 불평 아닌 불평을 했는데, 그게 한 학기만에 옛말이 되어 버렸다. 프린트를 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고, 다시 정리하기에는 시간이 역부족이었다. 하루 8시간씩 온라인 텍스트를 읽어야 했다. 나중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라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
놀면서 읽었던 책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한글로 된 과학책을 초등학교 때 끼고 살았었다. 유튜브를 알게 되면서는 해외 사이언스 동영상을 무한대로 보면서 자랐다. 이렇게 놀잇감으로 과학을 접했던 과거가 이제 고등학교 공부를 하는데 뿌리로 역할을 해 주었다. 더구나 초등 때부터 관심이 특히 컸던 내용을 온라인으로 하나씩 배우면서, 스스로 깨우치고, 좌충우돌하며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기회를 주었더니, 제대로 익혔던 것 같다.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학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시험 성적이 나빠서 자기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마다 학원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하고 고민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힘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짱이도 이런 나의 생각에 마침 동의를 했다. 그래서 학교 수업 시간을 놓치면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온 마음으로 들었다고 한다. 스스로 할 수 있었다.
채점 결과가 이해가 안 될 때는 선생님에게 이메일로 설명을 청했다, 따지는 것이 아니었다.
매주 퀴즈를 봤야 했고, 점수는 고스란히 종합 평균에 반영이 되었다. 짱이는 무척 민감하게 퀴즈에 반응했다. 한 번은 정답을 자신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자신이 대드는 것으로 오해를 할까 걱정을 했다. "미국 학교에서는 질문하는 거 좋아한다며. 그런지 안 그런지 한 번 해 보자"라며 부추겼다. 짱이는 최대한 '공손하게' 어째서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왜 다른 답을 골랐는지를 써서 메일을 보내고 자정을 넘기고서야 잤다. 선생님에게서 다음 날 새벽에 벌써 답장이 와 있었다. 문제가 이상했던 것이라고, 이 문제점을 지적해줘서 고맙다며, 교과서 제작팀에게 이 건을 알려 주었다며, 점수를 수정해 주었다.
또 한 케이스가 있었다. 객관식 퀴즈 문제였는데, 온라인 수업이라서 선생님에게 직접 물어보고 이해를 명확히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1문제당 2점인데 답이 2개 중에서 모호했다. 다행인 것은 이 퀴즈는 번호를 고르고, 왜 그게 답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적도록 되어 있었다. 짱이는 이 모호한 부분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점을 상세히 적을 수 있었다. 짱이는 1/2 포인트를 챙길 수 있었다.
영어가 문제가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제물로 나온 퀴즈를 읽고 또 읽었는데도, 심지어 구글 번역기까지도 돌려 보았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는 퀴즈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짱이는 “아니. 영어라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적은 없었어.” 우린 얼른 덧붙였다. “아마 한글로 되어 있어도 이해가 안 되는 문제였을 수도 있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있잖아. 그럴 땐 답이 틀릴 수 있는 거야. 하지만 그 문제를 틀렸다고 네가 그 부분을 전혀 모르는 건가? 이해가 부족한 건가? 아니야. 넌 최선을 다한 거야. 출제자의 의도까지 파악하면서 네 머리를 맞추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가는 생각해 봐야 해.” 다행이었다. 짱이는 영어가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평가 점수로만 비교해 본다면, 미국에서 태어나서 모국어로 영어만 할 수 있는 또래들보다 높았다. 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짱이.....
미국고등학교 커리큘럼을 처음 접하고, 헐떡대면서 따라오는 사이에 중학생이던 짱이가 성숙한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번 1학기를 보내면서 우리 마음속에서는 늘 어리기만 하던 짱이가, 진정 고등학생, 작은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것을 보았다. 어쩌면 이 아이는 벌써 훌쩍 커 있었는데, 마미의 눈에서만 계속 아이로 보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내 시선이 이 사람이 자신을 작은 존재로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 흠찟 놀랐다.
그 날 이후로 마미는 짱이와 더 넓은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영화로영어습득 #홈스쿨링 #미국온라인고등학교 #Homeschoo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