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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Jan 08. 2020

미국고등학교,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

네가 가장 힘들 때 우리가 곁에서 함께 힘들 수 있어서 다행이다.

수석해야 하는데 – 격한 스트레스의 상황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우리 집 사정을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했나? 고등학생 정도이면 경제적인 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 이해할 수 있는 만큼 하겠지? 해외 대학을 가고 싶어 하는 짱이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아는지라 문득문득 두렵다. "굳이 꼭 대학을 가야 되는 건 아니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거, 그게 전부야. 네가 진짜로 공부를 하고 싶고, 꼭 배우고 싶은 주제나 교수가 있다면, 그땐 이 세상 어디든지 가서 공부할 필요가 있겠지"라는 대화를 중학교 때 무척 많이 나누었다. 짱이는 "난 계속 공부할 거야. 난 나를 알아, 나 배우는 거 좋아해. 하지만, 나 학교에서 성적 낮다는 것도 알아. 근데 그거와 대학 공부랑은 달라. (?) 난 진짜 그 대학에서 배우고 싶어." 해외 대학에서 공부시켜 주겠다고 호언장담해 두었다가, 이제 2-3년 뒤의 일인데 그때 되어서 "네 일이니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이 아이의 발목을 잡는 행동일 것이다. 부모가 재력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일단 몇 년 뒤에 고민할 일이고, 더구나 이 아이가 고민할 몫은 아니고, 지금은 짱이가 마음의 준비, 학업적 준비, 소원하건대 경제적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짱이의 부모이자 팬으로서 해야 할 일 같다. 그래서, "해외대학은 웬만한 보통 가정은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기가 어렵다"는 것, "해외 대학들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많다"는 것, "지금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면 장학금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성적을 아주 높게 받고 학교 수준을 낮추면 장학금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더 키울 수 있다"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자식에게 하는 협박이 아니라, 부모의 솔직한 고백이고, 책임이고, 기도다. 짱이가 품은 꿈을 내 맘대로 한계 지울 수는 없다. 


그런데..... 

짱이는 텍스트가 읽어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거나, 퀴즈를 봤는데 자신이 바라던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을 때 ㄴㅁ을 보였다. 아주 아주 드문 일이었다. 지금까지 학교 다니면서 성적 때문에 우리가 심적 압력을 가한 적도 없고, 본인도 이렇게 성적에 유난을 떤 적도 없어서, 나로서는 의아할 뿐이었다. 그런데...... 짱이가 흐느끼며 “장학금 받고 싶어. 놓치면 안 된단 말이야” 이 말을 듣는데, 난 내 입을 꽉 깨무는 느낌과 가슴에서 올라오는 아픔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아, 이 아이의 마음에는 이 퀴즈가 전부가 아니었구나. 이 퀴즈들의 끝에 있는 최종 점수를 마음에 품고 있구나. 어쩌나. 장학금에 대해 이렇게까지....... 그래도 생전 처음 하는 미국 학교, 더구나 미국 고등학교인데, 가능이나 한 일일까? 얘는 진짜 얘이구나. 어쩌지..... 너무 배포를 키웠나?” 짱이는 


"(울면서) 수석해야 하는데 –" 

"아이코, 맙소사......" 


격한 스트레스를 스스로에게 주고 있는 딸을 지켜보는 것 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 옆에 있어 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사진: musikschule from Pixabay

자기 자신이 현재 어디쯤 서 있는지, 어디로 마음이 가고 싶어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University of Texas, Austin을 지원하기 전에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고등학교 프로그램도 신청했었다. 등록금이 어마 어마해서 처음부터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았다. 하지만, 짱이는 지원이라도 해 보자였다. 한 달 이상의 시간을 지원서를 쓰는데 고스란히 넣었다. 결과는? 우린 탈락했었다. 말이 한 달이지,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만감이 교차했었었다. 학업 성적을 적는 난에서는 우린 보잘것없었지만, 학과 외 활동 부분에서 "네 인생 최고의 경험 10가지를 우선순위로 적어라"라는 문항에서는 지금까지 했던 '딴짓들'이 너무 많아서 우린 신나게 고민하면서 Top 10을 골랐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보냈던 지원서가 불합격이 되고 나서 방향을 틀었던 학교가 UT였다. 짱이와 우리 가족은 “하이스쿨 뮤지컬”에서 본 미국 고등학교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UT고등학교에서의 공부쯤은 자신감이 충만되어 있었다. 1학기를 보내면서 짱이는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갔다. 그리고 하는 말이, “정말 다행이지 않니? 이렇게 어려운데, 스탠퍼드 갔더라면? 으악… 끔찍하다. 정말 운이 좋았어. 응!” 우리는 한참 깔깔대었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를 홈스쿨링을 하면서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경험했다. 

이렇게 미국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던 와중에도 주변의 즐거움을 몰라라 할 수 없었다. 짱이는 작년 가을 메이커 페어에도 갔고, 좋아하는 긱블도 만나서 사진도 찍었고, 카이스트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컴퓨터 프로그램도 배웠고, 핸즈온을 좋아하는터라 목공 인턴십까지 실컷 해 보았고, 기타 개인 레슨, 첼로 개인 레슨, 오케스트라 연주회까지 일상에서 챙길 수 있는 소소하고 다양한 재미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바쁘게 하는 것은 이 아이의 컨디션에 좋지 않다고 우리는 생각이 들었다. 짱이에게 하나만이라도 내려놓자고 여러 번 권하고, 심지어는 격하게 부딪히기까지 했다. 하지만, 녀석은 하루 이틀 결석을 하면서라도, 지각을 하고, 조퇴를 하면서도 끝까지 마무리를 해 내었다. 이런 작은 재미들을 내려놓고 확보한 시간으로 결국 학교 공부를, 학교 공부만을 하라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주저한 적이 많았다. 다행히도 녀석은 자기 생각, 주관을 그대로 밀고 갔다. 우리는 부모로서 갖고 있던 걱정을 충분히 전달했고,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홈스쿨링, 자녀와 부모는 함께 가장 Vulnerable 취약한 상황에 우리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기회를 갖는다.  

온라인 프로그램이 아무리 훌륭해도, 공부가 아무리 힘들어도, 기댈 곳이라고는 우리가 1차적이고, 전부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고민거리가 나타나면, Vulnerable 하면, "언제나 우리는 네 편"이라는 것을 뚜렷이 전달했다. 온몸으로 표현해 주었다. 


홈스쿨러들이 계속 대답해야 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사회성이 떨어지지 않는가"이다. 공부를 하겠다는 자녀에게 "공부할 시간을 아껴야 하니까 다른 일들은 봐줘야 한다"? 우린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도 의도적으로 말한다. "사람됨이 먼저이다" "공짜로 주어지는 일은 받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등학생, 사춘기를 운운하며, 부적절하다는 태도를 보일 때면 나는 "마미로서의 책임(?)"이라는 착각으로 가혹하리만큼 목소리를 높였다. 그날 저녁에 깨달았다. "너와 나는 그래도 위계질서가 존재하는데 내가 심했구나." 몇 번이나 사과를 했다. 짱이가 오해를 할 수 있는 행동과 말을 한 것은 사실이고, 이 점은 엄마인 내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누구도 일방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내가 부족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LZhG90HFG8

Brene Brown 박사의 영상은 나에게 '부모로서 부족할 수 있는 것이 축복이라는 것'을, 'Most Memorable Moments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순간'들은 가족이 좌절하고, 넘어지고, 곤경에 빠졌을 때라고, 그 순간에 서로를 지지하는 '바로 그 사람'으로 있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이 링크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이란..... 배경 음악만 들어도 미소가 떠오르고 마음에 평화가 깃드는 느낌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지원군이 얼마만큼, 누가 있는가? 

짱이는 부모만큼 챙겨 주는 코치가 있다. 

G박사님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우리 아이지만, 이해가 안 되는 면이 있었다. 첫 아이라서, 워킹 패밀리라서, 흔하게 보이는 특징이 아니라서, 주변에 의논할 사람이 없었다.  짱이가 가장 힘들어할 때, 우리가 속수무책이었을 때, 우린 전문가를 찾아야 했다. 부모의 고민이 나침반이 되어서 찾고 찾던 끝에 태평양 건너에서 닿은 인연! 기적이었다. 닥터 G는 언제나 짱이 편이다. 짱이의 시선에 맞추어서 짱이가 마음속 깊이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도 모르는 생각들을 닥터 G는 짱이 방식대로 보물찾기처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도와준다. 닥터 G와 대화를 나누고 나면, "아, 시원하다. 속이 시원해"라고 했다. 


미국 학교를 입학하면서 짱이가 맨 처음으로 만났던 사람은 Academic Counselor였다. 첫 대화에서 나눈 내용은 "네가 해야 할 일들"이 아니었다. "넌 대학에서 무슨 공부를 하고 싶니?"였다. 노트북 너머로 우린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Culture Shock을 표현했었다. 이 academic counselor는 희망 진로에 맞추어서 고등학교 수업 일정을 디자인해 주었다. 졸업할 때까지 학과 공부에 대한 일체의 의논은 자기와 하면 된다고 했다. 든든했다. 


G박사님은 이번에도 우리를 대신해서 짱이를 챙겨 주셨다. 물론 학업면에서는 도움을 주지 못하신다. 미국인이긴 하지만 이미 자녀들이 성인이다. 미국에 살긴 하지만, 주변에 고등학생은 없다. 우리가 우리 주변에 고등학생들이 없어도 미디어 등을 통해 우리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대략 추측하듯이 이 분도 딱 그 정도로 파악하고 짱이에게 도움을 주신다. 미국고등학교니까 우리 한국학교에서 하는 대로 추측하고 우리식으로 판단하면 곤란할 것 같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우리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짱이가 공부하고 싶어 하는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과 문화적으로 이해를 하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G박사님은 그 역할 이상을 하신다. 짱이는 우리 사이에 생긴 갈등을 G박사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풀었다. 이 분의 전문 분야는 짱이의 고민들이다. 짱이가 어떻게 그 힘든 과정들을 수년간 헤쳐 나올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믿기 어렵다. 짱이가 감당하기 힘든 공부로 헉헉 대고 있을 때 닥터 G는 “Be gentle to your little Jeewon.”이라고 말씀해 주시고, 짱이가 힘든 과제들을 해 내었을 때 의기양양해하면 박수를 치면서 뛸 듯이 함께 기뻐해 주신다.  


사진: mohamed hassan from Pixabay

아주 민감하고 어려운 대화를 했다, 시작일 것이다, Let's be vulnerable. 

다른 문화권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꿈을 키우는,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해 가는 시기에 짱이는 있다. 학교를 다닌다면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우린 홈스쿨러이다. 의도적으로 여러 가지 주제를 이야기한다. 몇 년 전 일본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태어나서 쭉 살고 일본은 가 본 적도 없던 분이 우리에게 해 준 이야기이다. 자기는 같은 질문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고. 즉 "너 어디서 왔니? 영어를 어떻게 그렇게 잘하니?"라고. 자신은 나이가 50이 훨씬 넘도록 미국에서만 살았는데, 영어를 제외하고는 할 수 있는 언어가 없는데. 외모가 백인이 아니어서 늘 이렇게 이방인 취급을 받고, 모국어인 영어가 부족한 듯한 선입견을 사람들이 갖고 있다고 씁쓸하게 말해 주었다. 아시아계 이웃이 극히 드문 곳에 사는 분이어서 우리를 만났을 때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한 두 과목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던 날 짱이와 이 대화를 기억할 계기가 있었다. 퀴즈 문제 중에서 틀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짱이는 문제 풀이의 내용이 논리에 맞지 않다며, 다시 선생님에게 메일로 물었다. 선생님은 메일로 다시 설명을 해 주었지만, 짱이는 여전히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야?" 

"그러네. 다시 묻자니, 선생님이 내가 예의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냥 받아들이자니 말이 안 되는 건데 그냥 받아들이는 거고. 선생님이 내가 미국 얘가 아니니까 영어를 이해 못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떻게 해야 하지? 어른이, 선생님이 설명을 해 주었으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이건 퀴즈 문제를 이해하자는 일이야. 모르는 건 물어보는 건 원래 학생이 하는 일이고, 설명을 해 주는 사람이 선생님이야. 몰라서 물어보는 거잖아. 네가 점수 1점 더 받겠다고 이러는 거 아니잖아. 그리고, 선생님이 느낄 감정 때문에 네가 답이 아닌 것을 답이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학생의 일은 아닌 것 같아." 

"......... 그래도..." 

"너는 모국어가 영어도 아니고, 외모도 서양인이 아니야. 그때 그분 이야기 기억나지? 우린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늘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사람들은 가질 거야. 그 생각은 그들의 선택이야. 너는 네 선택을 할 수 있어. 네가 영어가 짧다고 생각해서 너의 주장을 펼치기를 주저하는 건 글쎄, 생각해 볼 일이야. 이건 너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어. 앞으로 해외에서 생활하고 싶다면 계속 경험할 일이고. 네 주장을 펼치는 것과 영어, 그건 잘 생각해 봐." 

사진: (좌) Wikilmages from Pixabay (우) 2016년

홈스쿨러 고딩이 짱이는 '영화 겨울왕국'도, '헤어컷'도, '드라이빙'도, '영화보기'도, '외식'도 모두 '기말고사 이후'로 미루었다. 머리가 조금이라도 길면 못 견디는 녀석인데, 어느 순간 달라졌다. 새벽에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 있는 이 아이를 보면, 울퉁 불퉁하게 삐쳐 나온 머리카락이 흡사 어떤 동물을 떠올렸다. 꼭 닮았다. 짱이는 "순해 보여, 편안해 보이지 않니?"라며 좋아한다. 엉뚱하다. 오른쪽은 2016년에 심리학을 온라인으로 들을 때 장난기 넘치던 모습! 역시 순간순간에 사진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건 필요해. 재밌잖아. 


고등학교 공부, 우린 잘 모른다. 더구나 온통 영어다. 우리가 얼마나 모르는지, 뭘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홈스쿨러에겐, 우리 서로에겐 우리가 기댈 언덕이 되어 주어야 한다. Business Information Management의 마지막 챕터에 나온 숙제를 하면서 나를 부른다. 'Access'? 문제가 발생했단다. 난 모른다. 그래도 일단 들어 본다. 그리고 짱이가 답을 찾아가도록 나는 팬심을 발휘한다. 승리는 너의 것!


#교육 #미국온라인고등학교 #기말고사 #부모의역할 


* Top Photo: S. Hermann & F. Richte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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