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납니다.
이 단어를 쓰고 싶은데 써 본 지가 오랜지라 "뭐더라, 뭐였더나!" 하다가 드디어 찾았습니다. 바로 "겸상"입니다. 이 아름다운 단어 "겸상"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겸상: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람이 함께 음식을 먹도록 차린 상. 또는 그렇게 차려 먹음.
템플스테이의 오리엔테이션 때 식사, 즉 공양은 어떻게 되는지 관심은 쏠렸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1박에 하루 3끼의 식사까지 포함해서 6만 원이라는 비용이니 뭔가 근사한 식사를 기대하는 건 제 욕심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또 절에서 지내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먹는 식사이니 구내식당 정도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래도 먹는 시간을 늘 즐거워하는 저인지라, "아침은 어떻게 나올까?"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날 아침 7시 30분이 되기 전부터 공양간을 찾았답니다. 와우!!! 신세계네요.
공양간 앞에서 스님 한 분이 아침 식사를 알리시는 듯 목탁을 "탁 탁 탁 타르르르르"라는 울림이 퍼지도록 두드리셨어요. 이렇게 하시는 이유가 궁금한데 아직은 못 물어봤어요. 실상사의 구석구석까지 그 음파가 골고루 퍼지도록 마음을 담아서 목탁 소리를 내시는 듯했어요. "밥 먹읍시다" 정도의 의미일까요? 모르는 게 많아서....... 저를 공양간까지 안내해 주던 도반님은 공양간 앞에서 들어오는 스님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스님들과 나란히 줄을 서서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는 음식을 그릇에 담았습니다. 그 다음이었습니다! 이럴 수가 있군요!
"이제 앉고 싶은 곳에 앉으셔요. 이 둥근 테이블은 사람은 모두 동등하다는 말과 행동을 실행한다는 의미를 담아서 절에서 여기 뒀어요. 스님들도, 보통 사람들도 모두 똑같이 앉아서 먹어요."
"그래요? 신기하네요. 와우! 너무 멋진데요."
잠깐 아주 잠깐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가슴이 콩닥거리는 걸 느꼈습니다. 속으로 '스님들과 같이 앉아서 평등하게 밥을 먹는다니! 너무 재밌는걸! 말 그대로 겸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네.'라고 속삭이는 제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서 "전 여기서 먹고 싶어요. 절에서 그런 좋은 취지로 마련하셨다 하니, 또 참여하는 게 의미를 더 살리는 것 같아요. 신나는데요"라면서 어디 앉을까를 궁리하며 그 순간을 즐겼습니다. "겸상"의 의미를 살리면서 스님들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답니다. 아침 공양을 하면서 스님들이 식사하시는 모습을 슬쩍슬쩍 바라보면서 이 겸상 경험이 재미있어서 연신 미소를 지었답니다. 2박 3일을 머무르는 동안 실상사 공양간의 둥근 테이블은 저를 설레게 했고, 식사 때마다 "앉을까 말까? 어디 앉지?"를 반복하면서 그 시간을 즐겼답니다.
여러분들은 살면서 식탁에서 있었던 일들 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나요? 저는 다소 보수적인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일들을 밥상머리에서 늘 경험했습니다. 아버지가 앉는 자리가 늘 우선시되고, 할머니와 장남의 자리가 그 주변을 아우르고, 나머지(?) 식구들, 즉 엄마, 남동생, 제가 앉는 자리가 순차적으로 정해지는 위계적인 자리 배치를 식사 때마다 해야 했어요. 반찬도 같은 밥상에 놓이지만, 누가 무엇을 먹을 수 있고, 누구는 눈앞에 있으나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엄마는 설명했지요. 맛있어 보이는 반찬이 눈에 쏙 들어오는데도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젓가락을 뻗으면 "예의"가 없는 것으로 가정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은 다 사라졌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스님들과 겸상을 하는 이 아름다운 둥근 식탁이 "진정한 밥상머리 교육"의 장이 되었어요.
실상사에는 수직적이라는 말도,
수평적이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 대신 둥그런 것이 많다.
공양간의 둥근 식탁에는 스님들과 일반 대중들이
분별없이 어울려 공양을 한다. 그 덕분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도
스님들 곁에서 격이 없이 공양을 할 수 있다.
아침 법석도 둥그렇게 마주 앉아서 법문을 읽고,
기도하고, 절을 올린다. 이런 문화는 어떻게 자리 잡았을까?
아마도 진심을 다한 대화의 산물이리라.
출처: 아래 링크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