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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3. 법석? 절에서 자기소개를? 야단법석?

하얀 캔버스 같은 배움의 마음으로 실상사에 첫 발을 디뎠다는 점을 다시 한번 적고 싶어요. 불교에 대한 상식이 없는 청정무구(네이버 뜻풀이: 맑고 깨끗하여 더럽거나 속된 데가 없음) 한 상태로 갔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답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도 사찰에서 숙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호기심도 발동해서 11월 말에 2박 3일로 예약을 했습니다. 정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저처럼 방만 빌리는 경우를 "휴식형 템플스테이"라고 실상사에서는 부르고 있었습니다. 도착하고, 숙소로 길 안내를 받으면서 체류 기간 동안 제가 해야 하는 것들과 선택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듣다가, "엥?"이라는 소리를 내며 장난기가 발동되는 순간이 있었어요. 안내해 주던 분을 바라보며 신이 나기 시작했어요.


"내일 아침 8시 30분부터는 저희 사찰에서 머무르는 모든 손님들, 식구들과 스님들 모두가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있어요.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야 하니까, 준비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실상사에서는 모두 합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봤나! 그냥 하룻밤 묵어 가는 지나가는 사람인데, 스님들과 아침에 인사를 한다니? 자기소개는 도시, 혹은 속세에서, 그것도 업무상 다루어지는 일인데, 이 깊은 산 중에서, 그것도 스님들 앞에서, 굳이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시간이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뭐라고 해야 하지? 스님들은 어떤 점이 나 같은 스쳐가는 사람들에 대해 궁금하실까? 진짜 궁금하신 건가? 등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말랑 말랑해지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법석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웃음이 터질 뻔했답니다. 제가 들어 본 경우는 야단법석할 때 그 법석만 있었기에 야단법석과 절, 그리고 스님들이 나란히 두고 생각하니 연결이 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너무 무식한 질문인 듯해서 그냥 웃음을 참으면서, 큰 미소로 대신하며 궁금증을 달랬답니다. 숙소로 들어와서 법석이란 단어를 검색하니, 야단법석에 뿌리를 둔 단어로, 법석도 야단법석도 불교 용어라고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법문을 들을 수 있도록 넓은 마당에서 스님들이 자리를 마련하고 질의응답을 하던 전통에서 왔다고 했어요. 흥미롭네요.


법석 자리.jpg
공양간 앞 문구 그대가 나이군요.jpg
스님과 일반인 사이에 위계질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사에서 인간은 모두 동등하다는 생각으로 전환되는 선물을 받았어요.


다음 날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법석이 열린다는 건물(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을 찾아서 달려갔답니다. "와우"라는 탄성이 나왔는데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있도록 타원형 혹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앉았답니다. 그리고, 아침 기도 의식을 짧게 나누고, 드디어 "자기소개"의 시간이 왔습니다. 마침 정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10명 남짓의 일반인들이 있어서 그분들이 하는 자기소개글을 들으면서, 제 차례도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답니다. 살며시 스님들 쪽으로 눈길을 돌려 보았답니다. 이 자기소개 시간을 어떻게 듣고 계신지 궁금했거든요. 와우! 전원이 한 분 한 분이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계셨어요.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고, 신나는 가슴이 얼굴에 가득 드러나서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제 소개를 했답니다. 스님들이 일제히 말하고 있는 저를 응시하시는 짧은 순간이 아주 특별한 시간으로 제 마음에 자리 잡았답니다.


다른 분들은 법석을 어떻게 느꼈는지가 궁금해서 글을 찾아보았답니다. 저처럼 이 분도 그때까지 갖고 있던 생각의 틀을 훌쩍 벗어나는 시간을 보냈네요.


맛있는 아침 공양을 하고 8시 30분,
'하루를 여는 법석'에 가기 위해 반야전으로 향한다.
5분 전인데도 사람들이 서둘러 뛴다.
신문에서 읽은 법인 스님 글이 떠오른다.
나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5분 전 착석 문화를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뛴다. 이것이구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정직한 사유의 힘이다.

출처: 아래 기사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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