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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Jun 04. 2019

단 나흘이었다. 너는 무엇을 배웠느냐?

짱이의 인생에서 최고의 강도로 최장 길이로 펼쳐진 한 마당이었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 인천에 도착해서 오늘 월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우리 세 식구는 한 자리에 앉았다. 각자 무엇이 의미 있었는지 대화를 나누었다. Odyssey of the Mind 2020의 BIg Qustions들은 이미 발표가 되었고, 짱이는 "어느걸 골라야할지 모르겠어. 다 재미 있어 보여"라며 벌써 마음은 2020년 5월 오하이오 대학에 가 있다. 짱파는 "왜 다시 가야하지? 난 의미를 못 찾겠는걸?"이라며 신중한 반대를 펼치고 있다. Bob은 "그나 저나 팀원을 어디서 어떻게 확보하지?"로 궁리 중이다. 짱이의 대답은 기록해 둘 만한 가치가 있다. 

OM 대회 자체가 의미있었고, 오프닝 장에서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고 한다. 웹사이트를 통해 수십 번 보았던 그 곳! 그 함성 속에 이 녀석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동안 우리 가족은 무척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국내외적으로 참여를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지만, 이번이 최고였다. 형광빛으로 한국팀 단체점퍼를 입은 것도, 그 점퍼 팔에 태극기가 붙어져 있는 것도, 등에 멋있게 KOREA라 적힌 것도 우리를 흥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우리는 국가대표였다. 우리가 속한 커뮤너티의 이름을 높이 휘날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명예로운 일이다. 1년을 준비하고, 정성을 기울일 만한 가치는 있다.   


핀트레이드는 "의외로" 어려웠다는 짱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이어서" 그런가 보다는 분석을 했다. 우리 BMS팀의 핀은 핀 트레이딩에 나온 핀 중 최대 사이즈! 보통 핀들의 4배에 가까운 크기였다. 짱이는 다른 참가자들이 우리 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아서 선뜻 바꾸기를 주저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는 이렇게 큰 핀을 달아서 더 멋있는 곳들, 혹은 달아 두고 보면 그렇게 큰 사이즈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 보여 줄 수 있는 전략을 택했다고 한다. 짱아 너 짱이다. 그리고 다른 트레이더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주변에 반짝이는 핀들도 같이 달아 두었다고 한다. ㅋㅋㅋ 또 트레이딩을 시작하기 위해 말을 걸 때 "칭찬을 하면서 접근"하니 상대도 호의적으로 반응을 하더라는! 예를 들어, "You've got a very impressive collection."이라면서 스윽 앉는다나?! 그리고 자기 디스플레이판이 꽉 차 있는 참가자들은 우리 핀을 둘 자리가 없기 때문에 거절하는 경우들이 있어서 디스플레이가 다소 빈약한 쪽으로 다가갔다고 한다. 이번에도!!! 

6개월이나 끌고 왔던 마음이 어떻게 가능했냐고 물어 보았다. "시작한 것이니 끝을 본다"는게 중요했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올림피아드까지 가야 했었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결과가 참혹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녀석은 심사 위원들 앞에서 정말 낮은 포복으로 나비처럼 날아다녔다. 1인 다역을 했다. 준비해간 대본은 한 마디도 못했고, 모두 에드립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그럴 것이었으면 자기가 무엇하러 그렇게 여러 번 수정을 하고, 밤을 새어서 작업을 할 필요가 있었냐고...... 대회를 치루고, 다음 날 head judge를 만나고 나오면서 짱이는 결국 복도 구석으로 가서 ..... 점수표가 너무나 수치스러웠던 것이다. 이럴거면... 이럴거였으면.... "맥이 풀리고, 서럽고, 속상하고, 부끄러웠다"고 한다. 짱이가 퍼부었던 노력과 정성은 우리 가족은 안다. 자기에게 있던 모든 것을, 아니, 있는 것 없는 것 주저하지 않고 부었다. "후회가 남지 않을만큼"이라는 다짐 앞에 떳떳할만큼 했다. 


다른 나라에서 펼쳐지는 행사였기에 평소에는 보기 힘든 문화, 세상을 봐서 의미 있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주최를 했더라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달랐겠지. 평범한 행사가 아니라, 소규모 행사가 아니라, 한 국가만이 하는 행사가 아니라, 주제가 융합, 창의력이었기에 이번 올림피아드는 짱이의 안목을 확 성장시켜 주었던 것 같다. 짱이는 세상을 보았다고 했다. 단 몇 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과연 그런 일이 있었었나 싶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고 한다. 

다방면으로 배웠다고, 그래서 만족한다고 한다. 참석했던 사람들이 모두 유사한 경험들을 했지만, 마음 가짐에 따라서 배우는 바는 다를 것 같다나. 짱이는 사람에 따라 배운 바가 다를 것이고, 자신은 엄청 많이 배웠다고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배움이 컸다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하는 시기에, 홈스쿨링이라는 엄청난 선택을 하는 와중에, 우리 가족이 함께 치루었던 여러 가지 도전 중에 이번 프로젝트는 압도적으로 overwhelming 했다. 그리고 결과는 최하였다. 2020년에 재 도전을 한다면 비슷한 정도로 힘든 과정의 시간을 보내야할 것이고, 우리가 노력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운들이 작동을 할 것이다. 수많은 물음표들로 구성이 된 준비과정에 착수한다 하더라도, 세계올림피아드에 참여할 티켓을 딸 수 있을지는 다시 미지수이다. 불확실한 결과, 무모한 준비과정, 무한한 resilience, 미래 커리어와의 연계성은 모호함.... 이 정도면 충분한 조건이다. 2020년 재도전을 하겠다는 짱이를 Bob은 조건없이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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