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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Jun 04. 2019

청소년들에게 이렇게도 해 줄 수 있구나

수 개월을 준비해 온 시험의 대기실 풍경.  "너를 응원해! 이만큼~~"

수능도 아닌데 한국에 있었던 가족들은 우리 팀원들이 드디어 시험장으로 갈 때 새벽잠을 설쳐가며 손을 모으고 마음을 모았다. 미국에서, 더구나 세계대회에서 시험 같은건 처음 쳐 보는 우리들!! 얼떨결에 코치인 나도 함께 시험 대기실로 들어갔다. 아뿔!!!! 안 들어 왔으면 어쩔뻔~~ 시험 대기실에선 또 한 판의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긴장을 풀어 주고 "두뇌 회전을 좋게 하기 위해 긍정의 에너지를 일으키기 위해" 대기실이 쩌렁 쩌렁 울리도록 하이볼륨으로 댄스 곡들은 이어졌다. 청소년들은 내키는 대로 춤을 추고 있었다. 


BMS팀은 일단 앞자리에 앉아서 상황을 지켜 보았다. 이어서 어깨들이 들썩 들썩, 옆으로 쿡쿡.... "가자, 가자"라며 스스로들 나와서 춤판에 어우러졌다. 대박! 시험도 잊었는지, 하기야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댄스 댄스?? 음악 사이 사이로 시험장으로 향할 팀이 호명이 되면 일제히 환호를 하며 행운을 빌어 주었다. 잠시 후 이 큰 강의실을 가로 지르는 기차 놀이가 시작이 되었다. 


웃고 넘어지며 즐기는 사이, BMS가 불렸다. 다시 환호하는 청소년들! 아, 맞다, 너희 시험치러 가야되지! 기상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진 상태로 씩씩하게 흔들 흔들 시험장으로 행진해 갔다. 이 날 우리 팀은 98.43/100점이라는 최고점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대회! 6개월을 준비해 온 작품을 Judge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하는 순간! 

아!!! 이 또한 뭉클하다. Judge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신발을 독특하게 신거나, 모자를 특별하게 쓰거나, 머리 염색을 색다른 색깔로 하는 배려를 보였다. 그래, Judge라는 단어만 들어도 떨리는데! 청소년들이 자기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이런 작은 배려는 청소년들이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도 남겠다. 아니나 다를까 분홍색 스파클로된 운동화를 신은 심사위원이 우리 팀들을 맞이하고 브리핑을 해 주었고, 설명 도중 자신의 신발 이야기를 꺼내서 비로소 우리 팀은 한바탕 웃고 수다를 떨면서 긴장도 날려 버렸다. 

부모의 역할이 무엇일까를 대회 내내 생각했다.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부모, 교육자, 환경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고, 다른 한국팀 참가자들과 이야기해 보고, 우리 팀들과도 이야기 해 보았다. 다름이 허용되는 사회, 다름이 손가락질 받지도 비난 받지도 않는 커뮤너티, 너는 왜 그렇게 하냐고 묻지 않는 분위기가 기본이라는데는 모두 동의를 했다. 시험을 치루면 반드시 성과가 높아야 한다는 것도 항상 맞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을 더 굳혔다. 


시험이라는 도전을 한 청소년 사람들에게는 그 과정에 걸맞는 환호로 마무리를 축하해 주어야 한다. 현장즉석과제를 치루고 나오는 청소년들을 맞이할 때 부모들과 코치들은 응원 스프레이를 준비하도록 권장 받았다. 팀들이 나올 때는 어른 한 명이 목소리가 하늘에 닿을 듯이 이들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그리고 이 청소년들은 문 뒤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축하를 받을 준비를 했고, 어른들은 호들갑을 떨면서 우리 아이, 너의 아이를 구별하지 않고, 오버 액션으로 환호를 하며 환영해 주었다. 코끝이 찡했다. 


그래, 이럴 수도 있는거야. 보기 좋잖아!!

왼쪽 저 문을 통해 마치 유명 연예인이 나오기라도 하듯이 연세 많은 심판관이 팀의 등장을 발표했다. 

창의력올림피아드는 40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커뮤너티, 패밀리, 이웃들과 함께 세월을 쌓아 왔다. 우리 버디 학교는 친구들 + 친구들의 형제들로 팀을 짰다고 한다. 코치는 엄마! 이 팀은 몇 년 째 캘리포니아에서 지역 리그를 치루며 본선 대회까지 올라 왔다고 한다. 작년에 캘리포니아에서 대화재가 발생했을 때 버디팀 코치 맘은 집이 타서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 이 와중에 임시로 구한 집 거실을 이 팀에게 지난 9개월간 그대로 내어 주었고, 매 주말 마다 이 팀은 모여서 대화재로 집을 잃은 슬픔을 함께 이겨 나왔다고 한다. 감동이었다. 


기숙사 카페테리아에서 "한국팀이지? 우리 아들이 왔더라면 너무 반가워했을거야. 이 티에 너희들 사인 좀 해 줄래?"라며 다가온 OM 대디! 몇 년 전 한국팀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아들이 그 때 한국 멤버들에게 사인을 받았던 티를 다시 가지고 와서 우리 멤버들의 사인을 받아 갔다. 


인생에 작은 의미들을 만들면서 OM커뮤너티를 함께 키워 가고 있는 어른들...... 그래, 멋있네. 이렇게도 할 수 있겠네!! 

 

새우잠을 자며 대회를 치루고 친구를 만나느라 나흘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는데, 어느덧 폐막식이 있었고, 몇 달 간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상장하나 못 받는 청소년들이 몇 천명이었다. 이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들이 보낸 시간과 선택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어른들의 특별한 관심과 대화를 대회측은 당부했다. 그리고, 내일은 또 다시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마지막 밤은 틴 파티로 신나게 웃고 떠들 수 있도록 대회측은 또 배려를 해 두었었다. 한국팀은 혹시나 하는 염려로 이 틴파티를 못 가게 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틴!만 입장할 수 있고, 어른들은 출입부터 통제가 된다는 틴 파티! 야회에 팬스가 쳐지고 대형 댄스장이 세워졌다. 잔디를 무대로 밤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틴들은 마지막 밤을 즐겼다. 그래, 그 고생을 했는데, 이 정도 위로 공연은 마련되어야지. 놀 줄 아는 사람이 되려면 놀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해야돼. 

        틴파티장~~~ 차로 여러 번 돌아 가면서 더 잘 보이는 위치를 잡아 보았다. 팬스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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