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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Jun 17. 2019

물리 고등1을 온라인으로 배우고 마치다.

데드라인에서 죽을 듯이 고생하는 것, 또! 자신에 대해 알아 가는 과정.

"너 이제 다음 학기는 카이스트 신청하지 마라, 이렇게 할 바에는!" 

"꽝꽝꽝!! 이게 왜 안되는거야! 짜증나, 진짜!!" 


주말에 연이은 미팅으로 피곤이 몰려와서 쓰러져 자고 있었는데, 짱이와 짱파가 내는 소리에 Bob은 불편한 소리에 화들짝 깼다. 일요일 밤 11시 47분. 짱이는 물리 수업에서 나온 미니 테스트들과 탐구과제, 빅 테스트 등을 한꺼번에 치루어내는 대장정을 주말 동안 하고 있었고, 마감을 앞두고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업로딩을 하고 있었다. 마음은 급하고 에러는 자꾸 나고 말과 행동으로 화를 표출하며 책상을 꽝꽝 두드리고 얼굴은 울상이었다. ..... 어찌할 것인가...... 내가 꾸중을 한다면 효과적일 것인가? 불편한 대화를 하기에 지금 타이밍이 적절한가? 이 아이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등을 챙겨 보았다. 컴패션 Compassionate Parenting......  지금은 데드라인에 맞추어 테스크를 마무리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다. 등대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녀석이 비틀대면, 짜증을 부리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대응을 하며, 짱이가 방향타를 부여쥐고 항해를 마쳐내도록 마음을 모았다. 녀석을 지켜보며, 이 시간이 끝나면 무슨 대화를 어떻게 해야할지 궁리했다. 실패의 순간은 아니었지만, 좌절과 시련을 겪는 시간으로는 적절했고, 우리는 긴 대화를 할 때였다. 자정을 넘겼고, 웹사이트는 모두 닫혔다. 2019년 1학기 물리 1을 우리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고등학자가 자신만의 여행가방을 챙길 수 있도록 집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어떤 점을 배웠니?" 

"난 내가 화학을 더 좋아하고 잘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물리 특히 이번엔 천체 물리였는데 더 재밌었어. 쉬웠거든, 그래서 조금 놀랬어. 이번 수업은 학교에서 하는 물리를 다루지는 않았어. 이미 그건 학교에서 다 배웠다고 가정하고, 그것보다 한 단계 더 수준이 높은 내용이어서 힘들었어." 

"(그렇다면 이 녀석이 학교 내용은 또 건너 뛰었고, 학교 수업 내용이 비었다는 말이구나, 배워야할텐데! 끄응) 그럼, 학교 물리 내용을 네가 따로 챙겨 봐야할 필요는 있다는 말이네?" 

"응, Khan등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데, 다음에 한 번 봐 두어야 할 것 같아." 

"선생님들은 어떻게 평가하실 것 같아?"  

"성적 안 좋을 것 같아. 내용도 할 만했고, 어려웠지만, 내가 시간만 들이면 재미 있게 하고, 성적도 어느 정도 나올 것 같았는데..... 망친 것 같아..... 성적은 기대 못할 것 같아... 어쩌지.... "


자책의 모드로 갈 찰나였다. 녀석이 꽤 중요하게 다루는 과목이고 향후 공부에 초석이 되는 것이라서 밤 1시를 넘기면서 하는 대화는 리스크가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난 이 정도면 의미 있었다고 생각해. 적어도 넌 물리에서 네가 어느 정도 하는지는 이번에 파악했어.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다음에 네가 물리 수업을 다시 들을 때 기초 구조는 파악이 되었을 것 같아. 학교에서 중간 기말을 본다고 가정해도 90점 이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네 나름 60-70점을 받을 수도 있는거야. 그럼, 우린 그렇게 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해. 더구나 넌 8주 과정에서 세 번이나 "우수학생"으로 선발이 되었어. 오늘 본 시험 점수 등으로 전체 평가가 낮더라도 난 이건 의미 있었다고 생각이돼. 네가 그닥 노력하지 않고, 과제 자체가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했고, 평가도 우리가 놀랄 정도였잖아. 오늘 네가 마감 때 또 이렇게 한것만큼 이 기억도 챙겨야 할 것 같아. Bob이 한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고마워. 엄마 덕분에 마지막 순간에 덜 놓치고 하나라도 더 챙겼던 것 같아. 근데 머리가 진짜 아프다." 

"난 내 딸의 목숨을 지켜야겠다. 머리가 아프면 어떻하니? 마감 시간을 얼마만큼 넘겼지?" 

"20분!" 

"그렇구나. 그럼, 이제 부터 우리 집에서는 무슨 일을 하든지 마감 전 20분이 우리집 마감이다. period. 어때? 우리 지금까지 마감을 여러 번 했는데, 그 때 마다 식구 전부가 너무 고생하지 않니? 이렇게 계속 살고 싶은건 아니잖아?" 

"응. 그러자." 


"계획대로 되지 않고 어려웠던 원인은 무엇이었던 것 같아? 그 부분을 바꾸어야 네가 다음에는 이렇게 고생하지 않을 것 같아." 

""의미 있는 1시간"이 생각 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던 것 같아. 기억나? 우리 월요일에도 그랬고, 화요일도 미팅 시간 맞추느라 힘들었고, 그치? 내가 생각했던 것하고 다르게 이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어." 

"그랬구나. "의미 있는 1시간" 때문에 네가 이렇게 고생했다고 하니, 내가 사과할께. 미안하다. 부모로서 너에게 이번 과제 제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 식으로 들려서 무척 미안하다. "의미있는 1시간"은 네가 가족으로서 해야할 일들이고, 내가 부모로서 네가 경험했으면 하는 인턴십 등의 경험으로 제안하는거야. 난 이 의미 있는 1시간은 쭉 할거야. 변동 없어." 

난 단호한 목소리로 이어갔다. 


"홈스쿨링에서 아빠랑 나는 교장쌤이고, 전과목(?) 공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책임을 지고 있는 교육자이고, 점심도 챙겨야 하는 학교식당 영양사야. 난 네 홈스쿨링 기간 동안 내가 부모로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 앞으로는 네 시간에 대해 조금 더 타이트하게, 컴패션하게 갈려고 해. 하루에 공부 시간 2시간은 내가 꼭 챙긴다. 이 공부는 네가 정하는거야. 내가 네 공부를 정하지는 않아. 나는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잘 몰라. 네가 가장 잘 알아. 네가 원하는 공부를 네가 하는지를 나는 매일 2시간씩은 꼭 챙긴다. 주말은 체크하지 않아. 쉬어야 하고 노는 시간이니까. 이번 주에 네가 원하는 공부는 뭐니?"

"아라바이트를 신청해야 해. 그리고 앙뜨십 캠프를 조사할 계획이야. 원래는 LA갔다 와서 사흘 동안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번 카이스트 처럼 이렇게 망치고 싶지는 않아. 갔다 오니까 시차 적응 때문에 사훌 동안 내가 마음 먹은 만큼 되지를 않아. 그래서 이번 주에 해 두고 가고 싶어. 카이스트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니까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네."

"참 논리적이고 좋은 계획이네. 난 다른 나라에는 있지만 우리 나라에는 없어서 아쉬웠던 것이 아르바이트이고, 앙뜨십 경험인데, 네가 그 둘을 이번에 해 보겠다고 하니까 반갑다. 나도 도울께." 


나는 물리를 모른다. 천체물리는 단어만 들어도 하품이 날 정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 녀석이 꼭 공부하고 싶어하는 분야이다. 홈스쿨링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홈스쿨링까지 했는데도 천체물리를 공부함에 부족함이 있다니...... 


홈스쿨링을 부모들이 어려워하는 이유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어렵다. 예습 없이 실시간으로 발생을 하고 짱이와 상호 작용을 통해 발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역할을 어떻게 하는가가 짱이가 하는 홈스쿨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지 짱이와 대화가 되어서 무척 감사하다. 물리는 모르지만, 내가 물리를 알아야할 이유도 없지만, 짱이가 물리를 실컷 공부하도록 주변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있다. 

     

사진: Mabel Ambe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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