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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Jun 18. 2019

인턴십, 세상에 없으면 내가 만든다.

한겨레중고등학교 새터민청소년들과 6개국에서 온 청소년들이 준 소중한 경험

"배움에는 학교에서의 배움, 가정에서의 배움, 사회에서의 배움이 있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자유학기제 혹은 자유학년제가 만들어진 이유도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사회, 직업군들을 보여 주고, 각자가 꿈꾸는 미래를 보다 구체적으로 해 주기 위한 국가정책적 시도이다. 짱이가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이 시간을 후회하고 싶지 않게 보내고 싶었다. 시민사회에서 민주시민교육을 하시는 선배님, 환경 교육을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하시는 분, 공영방송 KBS에서 시청자들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을 늘 생각하시는 PD님, 기업들이 사회적 공헌을 하도록 프로젝트를 하는 기업인 등과 함께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그 때 경기도에 있는 한 학급과 제주, 청주, 서울 등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30여명의 중학교 1학년들이 이 시간을 함께 했었다. 청소년들에게 교육정책이 다가가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라는 눈치를 받을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청소년 누구에게나 해 주고 싶은 경험인데 우리 아이라는 이유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많이 다른 선택"을 하고, 주변의 시선이 의식이 되었지만 진행했었다. 참여해 주신 어른들이 진심으로 도와주어 뜻깊은 "사회에서의 배움"으로 기억되었고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경기도 안성 소재 한겨레중고등학교 내의 남북청소년교육문화연구소 고선아박사님 주최

해외에서는 어릴 때 부터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청소년들이 인턴십도 다양하게 하는 것이 늘 부러웠다. 짱이가 어렸을 때, 이 녀석이 고등학생이 되면 우리 나라에서도 청소년들이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경제개념도 배우고 자신이 하고 싶은 커리어와 관련이 되는 일도 실제 상황에서 경험하고 성장하였으면 하고 바랬다. 안타깝게도 그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긴 하지만, 극히 제한적이다. 경제적인 것은 내려 놓더라도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으면 하고 찾아도 보고, 인턴십 기회를 만들어도 보고 싶었지만, 여전히 요원한 일이다. 그러던 중 한겨레학교에 계신 고선아 박사님이 소중한 기회를 제안해 주셨다. 고박사님은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살고 있는 새터민 친구들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교환학생을 온 청소년들이 "평화, 가족, 통일, 꿈" 등에 대해 토론을 펼치는 프로그램을 만드셨고, 이 10대들을 위한 통역을 짱이에게 맡기고 싶다는 소식이었다. "따봉!!!" 짱이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늘 찾고 있던 나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기회였다. 녀석은 선뜻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평소에 흔하게 들어 보는 주제도 아니고, 탈북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사연을 전달하는데도 자신이 실수할 수 있음을, 여러 가지 경험이 부족한 자신이 통역하다가 의도치 않은 실수를 하게 되면 모두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다며 주저하였다. 우리 아이로서의 짱이가 아니라, 한 명의 청소년으로 짱이를 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공감하고, 격려해 주었다. 실수는 자연스럽다고, 고 박사님은 청소년인 네가 완벽할 것이라고 기대하시지 않는다고, 이걸 통해 너도 배우는 기회를 주시는거다 등 등. 짱이는 새터민 청소년들이 쓴 편지글을 묶어서 출판한 책을 읽으면서 경기도 안성으로 배움을 찾아 탐험을 갔다. 


통일, 평화 등 큰 단어들이 이 청소년들에게는 생활의 일부였다. 북한에 있어서 헤어져 있는 가족들, 청소년들은 무척 그리워했다.  

새터민 발표자들은 북한을 떠나 한국까지 오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했고, 독일이 통일이 되는 과정을 듣고 자란 독일 청소년에게 우리 새터민 청소년들은 그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했고, 이 워크숍을 통해 외국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듣고 싶어 했고, 새터민 친구들이 평화와 통일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고 살아갈 것인지를 들려 주었다. 가슴 벅찬 이야기들이었다. 새터민 친구들이 이 곳에 오기까지의 여정이 상상이 되어서 가슴이 먹먹해졌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얼마나 도전적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시간 이 청소년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진정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짱이와 사회하는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인 효은 선배님은 서로에게 조율을 하느라 처음에는 몇 번 크게 웃었다. 효은 선배님이 능숙하게 리드하면서 짱이는 자신의 역할에 몰입해 가기 시작했다. 청소년들은 서로가 소통하는데 짱이가 통역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너무나 평화롭게 삼각형으로 대화가 주거니 받거니 이어졌다. 이 대화를 연구소에서 영상팀을 맡고 있는 청소년들이 카메라에 담았다. 촬영에 필요한 대목인 경우 "좀 더 말해 봐. 이 쪽으로 앉아" 등도 자연스럽게 말해서 청소년들은 이 말들이 웃겨서 또 웃음이 터졌다. 평화였다. 


대화 내용이 진정성이 듬뿍 담겨 있었고, 스토리텔링이라 다소 호흡이 길게 진행되었다. 통역하기가 녹녹치 않았을 터인데 짱이 녀석, 차분히 잘 했었다. "제 3국출신"이란 단어는 한국말로도 무슨 뜻인지를 몰랐는데, 새터민 선배님들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영어를 쓰지 않는 나라에서 온 청소년들은 발표를 하다가 자국말이 나오기도 했고, 짱이는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이렇게 자신이 알지 못하던 국제 정세, 이웃들의 삶에 대해 하나씩 배워갔고, 청소년들 사이에 하나의 커뮤너티가 만들어지는 것이 보였다. 서울로 오는 시외버스 막차를 놓칠새라 고 박사님은 날다시피 운전해서 우리를 배웅했다. 서울로 오는 시외버스에서 짱이는 자신이 보던 시간을 다시 돌아 보았다. 자신이 부족했다며, 통역을 더 잘 할 수 있었다며 무척 아쉬워했고, 프랑스어가 갑자기 들렸을 때를 떠올리며 웃고, 새터민 선배님들이 겪은 일들을 기억하며 대단한 분들이라며 놀라워했다. 경기도 안성의 풍경도, 시외버스도, 한겨레중고등학교도 녀석에게는 학교였다.     


사회에서의 배움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겪을 수 있는 과정을 우리는 함께 보았다. 이번 기회는 짱이가 살아갈 미래를 또래 커뮤너티와 더불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더욱 의미 있었다. 국가, 세계, 평화, 통일 등 이웃에 관심을 품은 어른으로 짱이가 성장했으면 싶었다. 홈스쿨링을 하는 시간동안 짱이가 인턴십, 자원봉사, 아르바이트 등을 다양하게 해 볼 수 있도록 나는 도울 것이다. 


북한 음식으로 리셉션이 마련되었고, 인조고기, 두부밥, 북한식순대를 함께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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