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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Apr 19. 2020

게임판을 읽으니, 자신을 읽고, 진로를 읽더라.   

장기전에서 승리할건가, 단기전에서 계속 후회할건가? 보드게임에 답이 있다

학교 공부가 세상을 살아 가는데 전부가 아니라는 짐작이 들고, 지금 회사/조직에서의 삶이 내 커리어의 전반전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이웃끼리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합니다. 


보드게임을 하면 이런 점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로 아이가 어렸을 때,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커리어에 한참 관심을 쏟을 때, 약 5년 정도를 신나게 보드 게임했습니다. 그랬더니..... 

Photo by Tim Bish on Unsplash

1. 과제 집착력이 생긴 것을 목격했습니다. 

저는 보드 게임이 서툽니다. 그러다가 잘할 것 같은 보드게임을 한 두 개 만났습니다. 아주 작은 자신감은 이 게임을 좋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반복해서 보드게임 연습(?)을 열심히 했습니다. 승리를 경험했을 때의 쾌감이란!!! 


코엑스 등에서 보드게임 행사가 크게 열릴 때면 아이와 개장할 때부터.... 막을 내릴 때까지....  아이는 게임을 하나하나 다 해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보드게임들로만 챙겼습니다. 하루 종일 보드게임을 하면, 머리를 쓰면, 지칠 만도 한데.... 점심 먹는 시간이 아깝다면서...... 결국 도시락을 싸 가서 한쪽 귀퉁이에서 스탠딩(? 즉 식탁도 없이 그냥 서서)으로 후딱 먹고 다시 보드게임을 실컷 하곤 했습니다. 


몇 달씩 프로젝트를 끌고 가야 할 때 여유롭게 시간을 운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하는, 즉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힘을 보았습니다. 아이에게는 이 프로젝트도 결국 게임이라 이기기 위해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본 풍경이다했는데 ..... 보드게임이었습니다.  

 

Photo by Michal Vrba on Unsplash

2. 승부욕이 있더군요, 그땐 자신감이 숨겨져 있어서 몰랐어요. 승부욕이 이제는 자신의 꿈으로 옮겨 붙었어요.


게임에서 지면, "한 판 더!"를 외치는데, 아....... 불안해지더군요. 

"이게 뭐라고? 너 그러면 못 써. 보드게임에서는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고 그러는 거야. 스트레스 받지마." 

"싫어. 한 판만 더 해줘."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린이가 식탁에 의자를 바짝 당겨서 앉아서 꿈쩍도 안 하던 모습이란!! 


일터에서 사람들 간에 원하는 바가 달라서 갈등이 초래되면, 내가 먼저 그냥 양보하고 마는 부, 모의 성향을 아이는 없는 것 같아서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래도..... 이길 수 있을까? 그냥 지는 것이..."라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자신이 선택할 일이고, 그 날 저녁에는 한 판 더 할지, 말지가 문제였습니다. 결국 한 판.... 아니...... 이 어린이가 이길 때까지..... 적수가 되어 주어야 했습니다. 어차피 함께 놀고 배울 시간을 그때 더 즐겁게 기꺼이 할 것을..... 아쉬움이 남습니다. 


3. 보드게임판을 이겨야 직성이 풀리더니, 과제를 할 때도 "전략적 사고"가 작동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한 판에 시간이 꽤 걸리고, "전략 게임"이라는 고난도의 게임도 2박 3일씩 하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진짜로 연말연시를 맞아서 지인들과 제주도 여행을 가서 맛있는 식사하고, 보드게임으로 하루 종일 놀고, 밤 10시가 되어서, "그럼, 내일 아침 8시에 만나서 계속 하자"며 사흘인가 나흘인가를 전략 게임을 실컷 해 본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게임을 같이할 수 있는 또래 친구들이 있어서 무척 반가운 일이었지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더 확보하기 쉬울지, 선발 기관은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보드게임 판을 보듯이 안내문을 읽고 파악해 내는 이 길러져 있었어요. 전략적 사고는 결국 "승리하기 위한 판 짜기"라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왕이면 코스트를 낮추고, 임팩트는 높일 수 있다면! 어른들의 굳어진 머리도 보드게임을 하면서 자꾸자꾸 돌리다 보면 상하좌우로 내 머릿속이 빠르게 작동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옵니다. 바로 "빙고"를 외칠 순간이지요. 

Photo by Michal Vrba On Unsplash 

4. 내가 원하는 것, 나의 승리를 주눅 들지 않고 큰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업무에서 실적을 내고서도 자축을 하는 것이 그렇게 편하지는 않은 우리 문화입니다. 아이가 학교 성적이 잘 나와도 흠뻑 인정해 주는 것이 주저되는 가족들이 꽤 됩니다. 예체능 프로그램에서 축하할 일을 많이 만드는 것도 사실 아니고요. 


승리를 했을 때의 느낌! 

내가 원하는 것을 내 목소리로 소리 내고 들을 때의 느낌!  

보드게임에서는 짧은 시간에 임팩트 넘치게 아주 자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게 뭐라고...... 성적도 아니고...... 상장도 없는데....... " 


그래서 마음껏 기뻐하고, 우쭐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여유 속에서 우리는 함께 배포를 키울 수 있습니다. 

 <행복한바오밥> 웹사이트

5. 코딩이 대세라는데..... 우린 그냥 "마이크로로봇"이라는 보드게임을 신나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줌 zoom으로 패밀리 임파워먼트 프로그램을 하고 나오니, 아이는 뚫어져라 노트북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KAIST에서 온라인으로 배우는 파이턴 수업인데 프로그래밍을 해야 한답니다. 과제는 어제 마무리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오늘 마감일까지 쳐다보고 있네요. 그러더니, 갑자기 "아하!"라고 쾌재를 부르더니, 손과 눈이 빠르게 돌아갑니다. "이젠 됐다, 엄마, 볼래?" 합니다. 고딩이가 뭔가 제안을 할 때는 냉큼, 넵! 


"프로그래밍은 심플할수록 좋은 거거든. 자, 이게 내가 처음 만든 거야. 작동은 완벽하게 돼. 근데, 난 이 프로세스가 마음에 안 들었어. 그래서, 봐라, 이게 다시 만든 거야. 훨씬 간단하지?"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데 훨씬 가볍게 느껴지는 프로세스! 


"마이크로 로봇(보드게임)할 때의 원리랑 같아. 가장 단기로 가는 과정을 찾아내는 쪽이 이기는 거야. 그때 나랑 잘 놀아줬지?


사실 충분히 놀아 주지는 못 했습니다. 그래서 주변 워킹 패밀리들에게는 보드게임을 강추하고 있습니다. 

Photo by Michal Parzuchow on Unsplash

5. 보드게임 덕분에 해외인들과도 웃고 즐기면서 친구 될 수 있어요. 

미국에 있는 초등학교 방문할 기회가 있었어요. 교실에서 책장을 가득 채운 보드 게임을 보고 엄청 놀랐던 적이 있어요. 미국 가정에 초대받아서 갔는데 그 집 거실 클라젯에도 보드 게임이 가득 들어 있어서 또 놀랐지요. 그리고, 또 다른 집에 갔을 때는 아예 보드 게임하는 방이 따로 있더군요. 몇몇 가정들로 미국 사람들을 일반화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보드게임을 가족들이 많이 한다는 것은 분명했어요. ㅎㅎ 


"이렇게 많은 보드게임을 언제 다 합니까?"라는 우리 가족들의 질문에..... ㅋㅋ

"가족들이 모이는 시간이 많은데, 딱히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보드게임이 그래도 제일 좋은듯해서요. 

  그럼, 한국 가족들은 뭐를 하면서 같이 노나요?" 아하!!!! 


"수업 시간에 보드게임을 하면... 수업 진행에 방해되지 않나요?" 

"어린이들 중에서 수업 내용을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이해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럴 때 그냥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수업과 관련이 되는 놀이를 하면서 기다리라고 부탁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학생들 마다 배우는 속도가 다를텐데, 이럴 때는 어떻게 도와주나요?" 

"아! 네.... 그렇군요. 그런데 그렇게 일일이 챙겨 주기가 쉽나요? 차이가 나는 건 자연스럽지 않나요?" 

"그걸 배워야 다음을 이해할 수 있잖아요. 수업 시간에 그걸 못 배우면 어디서 배워요?

"............. 보드게임이 참 많네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 

 

문화의 차이를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저희 아이는 보드게임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 해외에서도 또래들과 쉽게 어울려서 보드게임을 하면서 서먹한 분위기를 떨굴 수 있었습니다. 


놀 줄 아는 사람은 어디서든 환영받는다는 걸 떠올리는 경험이었습니다. 

 

 * Top Picture: Photo by Vince Flemi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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