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 것 자체가 성장이고 행복
지난 학기에는 133일 동안 대장정을 악착같이 했는데....... 그때는 딱 하루를 놓쳐서 두고두고 엄청 힘들어했었는데..... 우린 짱이가 대단한 집념을 발휘했다는 걸 알고 감동받았었는데....... 133일을 이어 갔던 걷기 습관은 지금도 짱이는 하고 있다. 습관을 지킨다기보다는 "노는 시간"이 이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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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도 여전히 이 사소한 도전에 짱이는 도전장을 던졌었다.
기왕 하는 거, 상장도 받으면 좋지 않겠냐면서 며칠 동안 세 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리저리 골똘히 고민했었었다. 자신이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 과연 현실 가능성은 있는지 등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랑도 의논하고, 그리고 선택했던 과제였다.
짱이는 "요리를 해 보겠다"는 도전장을 던졌다. 유튜브로 호기심을 채우는 사람이다 보니, 요리를 하면서 커팅 등을 아름답게 한 영상들과 전 세계의 맛난 요리들을 보며 자신도 해 보겠다는 "뜻을 세웠다." 난 부드럽게 몇 차례 주의를 환기시켰다.
"짱, 너 우리 집에서 내가 요리 제일 못 하는 거 알지? 나 못 도와준다, 안타깝지만."
"노 프라블름. 내가 요리하고 엄만 먹어."
"짱, 우리 집에는 요리 도구.. 뭐 그런 거 없어. 난 어디서 사야 하는지도 몰라."
"난 메이커야. 도구는 이미 널렸어. 걱정 마."
"재료도 계속 사 와야 되는데, 코로나라서... 그리고 내가 일하면서 얼마나 시간이 될지 몰라."
"주변에 있는 걸로 할 거야. 그리고 재료 사러 가는 것도 또 재밌지, 뭐."
이렇게 사전 점검을 했었다. 그리고 난 이번 학기에는 짱이가 해 주는 맛있는 요리를 실컷 먹을 준비를 했다. 하단에 있는 토스트를 짱이는 진짜로 해 주었었다. 그것도 추억이 될만한 날에! 아일랜드 사람인 지인이 디너에 초대를 했었다. 디너라.... 아일랜드.... 그쪽 시간으로 오후 7시를 우리 시간으로 계산하니 새벽 4시! 짱이는 디너를 가는 마미를 위해 새벽 3시부터 이 토스트를 만들어 주었고, 나는 큰 접시에 잔뜩 쌓아서 아일랜드 디너에 참석했었다, Zoom으로!
솔직히 이번 학기에는 짱이가 이 과제를 하고 있는지도 나는 깜박해 버리고 말았다. 물론 요즘 요리하는 실력이 부쩍 늘고 있어서 짱이가 마미 식사를 챙겨 주는 경우도 아주 자주 있다. 내가 하겠다고 하면 내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부스스 일어난다. 그리고,
"엄마, 나 이왕 먹는 거 맛있게 먹고 싶어. 내가 할게."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바쁘다는 이유로 짱이와 요리를 하는 재미를 놓쳤다. 요리에 무척 관심을 보이는 어린이여서 놀잇감으로 된 요리 도구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주었지만, 난 한 번도 같이 못 했다. 대신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쿠킹 교실을 부지런히 데려가 주었다. 짱이가 만들어 준 쿠키와 케이크, 신기했었다.
이번 학기 도전은? 아뿔싸.....
짱이의 표정을 살폈다. 아.... 내가 좀 기억을 했었어야 했는데...... 옆에서 도움이 되겠다고 몇 번 제안이라도 했었어야 하는데..... 미안해서 어쩌지......
도전 후기를 읽으면서 몇 번이나 웃음이 터졌다.
소중한 것들을 챙겼구나. 글에서 짱이스러움이 듬뿍 느껴졌다. 이 글을 쓰면서 자기 자신도 재미있어했을 것이 느껴졌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더구나 야심 차게 "도전"이란 단어를 걸고 하면서, 어떻게 "실패"라는 필수 코스를 피해갈 수 있을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지만 자신을 인정하는 습관이 있는 짱이가 이렇게 쿨하게 "실패"를 선언하고, 재치 가득하게 글로도 담았다는 것이 나에게는 그 어떤 "성공" 보다도 의미가 있었다.
영재원에서는 고맙게도 청소년들이 제출한 과제를 섬세하게 체크해 주고 있나 보았다. 이 과제를 읽어본 담당 선생님이 피드백을 올려 주신 것을 짱이는 다시 나에게 읽어 주었다. 책상을 같이 쓰면서 짱이는 공부를 하고, 나는 일을 하다가 둘은 몸을 뒤로 넘겼다 앞으로 기울였다를 반복하며 웃었던 시간이 있었다.
고등 2학년 시기를 보내는 짱이는 자주 "자립할 준비"를 하고 있는 마음이 드러난다. 요리를 연습하는 것도 "나중에 혼자 독립해서 살 때"를 위해서라나...... 그걸 뭐 준비하니? 준비 안 되면 그냥 좀 더 오랫동안 같이 살면 되지....... 나도 마음을 잘 챙겨야 하나?
"짱~~ 공존, 어때? 공존하자!"
* Top Picture - evan-dvorkin-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