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이는 4시간째 마미의 사업에 대해 따지고 들었다

기업분석을 제대로 배웠나 보다, 땀이 뻘뻘 났다.

웬만하면 접고 가면, 외워 버리고 가면 좋으련만...(진짜?).... 짱이는 이해가 될 때까지 꿈쩍 하지 않는다. 이 날도 그랬다. 학기말로 전 과목을 마무리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나도 할 일이 무지하게 많은데, 우린 그만 이 대화를 시작하고 말았다.


짱: "엄마랑 이 대화를 진지하게 한 번은 하고 싶었어."

마미: "나야 고맙지. 뭐가 궁금하니?"

짱: "고객이 누구야? 다른 경쟁사들과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 봐."


아하! 이럴 땐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하는 거야. 마미는 두 눈에 힘을 주고, 목소리는 저음으로, 호흡을 단단히 하면서 사업에 대해 설명을 했다. 짱이는 고개를 떨구었다.


짱: "불투명해. 모호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설명해 줘."


나 바쁜데.... 더구나 공부하는 고등학생 딸을 데리고..... 하지만, 짱이의 분석력을 우린 최고로 가치 있게 여긴다. 다시 설명했다.


짱: "말이 안 돼. 엄마의 경쟁 대상은 어떤 기업이야?"

마미: "경쟁이 안 되지. 난 탁월해. 아마 유일한 아주 독특한 형태일걸."

짱: "그건 엄마 생각이야. 고객은 다를 수 있어. 미안한데, 내게 엄마 제품을 팔아 봐."


어쭈...... 너 오늘 세게 나간다. 내가 못할까 봐?

다시 나름 날카롭게 경쟁력 있게 설명했다. 짱이와 두 눈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2년 전에 품었던 소망이 떠올랐다. 난 사업을 시작할 때 내가 가는 길을 투명하게 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짱이가 나의 좌절과 다시 일어서는 과정, 버티는 과정, 깨지는 과정, 승리하는 과정을 간접 체험하도록 숨기지 않고 보여 주면서 도움받으면서 가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사업이니만큼 우리 집에 있는 청소년부터 내 상품을 매력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고객님의 반응이 신랄하다. 꼴불견인 고객으로 분류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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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 "엄마도 나처럼 이렇게 좀 분석해 봐."

마미: "너 제대로 배웠구나. 되게 세밀하네, 너. 부럽다, 뭐."

짱: "난 숙제로 이 정도 하는데, 엄마는 진짜 사업이잖아."

마미: "당연하지. 엄만 이 내용이 머리와 가슴에 모두 새겨져 있어. 숙제는 이렇게 하는 거야. 얘는 엄마를 뭘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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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는 거라면, 아마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본 짱이! 기업 분석도 역시 영화를 상품으로 하는 곳을! 전혀 양보하거나 이해해 주는 기색이 없이 질문을 하고, 또 하는 짱. 우린 살짝 감정이 상할 수 있는 수위까지 닿았다가 식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조금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우린 날을 세웠다.


마침내 짱이와 나는 소통이 되고, 웃음을 다시 나누게 되었고, 뜻밖의 아이디어들까지 건지게 되었다. 짱이는 무려 4시간을 같은 자리에 앉아서 꼼짝 하지 않았다. 작정을 했구나. 생각의 차이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고 따졌더니, 비로소 해소가 되고 표정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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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 "난 너에게 도움 많이 받았다, 오늘. 근데 너에게도 뭐 도움이 되는 게 있었니?"

짱: "응. 난 지금까지 배운걸 실제 상황에 적용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

마미: "자주 적용해 봐도 좋아. 난 너랑 이렇게 사업 분석하는 거 좋아."

짱: "엄마, 나 이 정도면 컨설팅 아니니? 나 컨설팅 쪽도 좀 잘하는 것 같아."

마미: "그러네.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또 하나 경험했네."

짱: "물론 진짜로 할 때는 좀 더 부드럽게 할 거야. 고객이니까."

마미: "넌 가족한테 너무 신랄했어. 어쩜. 그렇게 따지고 드니?"

짱: "도움됐지? 내가 그렇게 했으니까 오늘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들을 엄마는 건진 거야."

마미: "말은 잘해요. 아주 지는 법이 없어요. 너 나가서도 꼭 그렇게 이겨라. 집에서만 이기지 말고."

짱: "물론이지."


팽팽히 맞섰지만, 서로가 추구하는 것은 동일했기에 우린 멋진 팀워크를 발휘했다. 팀 승리였다.

claudio-schwarz-unsplash.jpg 사진: claudio schwarz on unsplash

* Top Photo: jonathan toma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