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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Jun 23. 2019

1막을 내렸다

드라마수업을 초5부터 고1까지 5년 배워보았더니... 

우연히 시작해서 하도 깔깔대고 좋아하니까 지금껏 가볍게 수업을 받아 온 드라마. 어제 5년을 같이 했던 친구들과 마지막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대막을 내렸다. 꼬꼬마 첫 수업 때 부터 찍어 두었던 사진들을 모아둔 폴더를 열어 보았다. 또래들이 수줍게 웃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어린이들은 거침 없이 웃고 있었고,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희노애락을 표현하던 귀여운 표정들, 함께 작품을 쓰느라고 엎드려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자신들이 직접 쓴 대본을 들고 연기를 펼치던 모습, 그러다가 또 빵빵 웃음이 터지는 모습들.... 평면 사진들인데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영상 자료들도 있는데 도저히 ... 아직은... 클릭을 못했다...   

Photo: Tan Cundrawan from Pixabay 

짱이는 영화를 보면서 영어를 습득했다. 영어습득이라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는 실컷 시청할 수 있었다. 워킹 패밀리로 주중에는 놀이터 갈 시간도 내기가 어려웠던 터라 짱이는 영화를 통해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실망도 보고 배웠다. 그래도 이렇게 내재된 감정들을 발산할 기회가 없을뻔 했다. 다행히 드라마 수업을 매주 했기 때문에 짱이는 Scene이 주어지면 영화 속 내용을 떠올리며 신나게 자기 속 깊이 넣어 두었던 감정들을 하나 하나 캐어낼 수 있었다. 초등5학년 때 짱이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심하게 받았다. 더 이상 외로울 수 없을 만큼 혼자였었다. 드라마 수업에서 자신의 감정을 살필 수 있는 연습을 했고 감정을 참는 것은 건강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있었기에 아이는 요동치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보고, 표현할수 있었고, 안정감을 가졌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초등 고학년이 되었을 때 "나 어린이집 다녔을 때는 인형들을 모두 내놓고 배역을 맡겼어. 대사나 행동을 막 상상하면서 놀았는데 진짜 재밌었거든. 드라마 수업에서 대본쓸 때 이렇게 놀았던게 도움이 많이 되더라. 신기하지?"라고 들려 주었다. 대본을 쓰는 작업도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짱이와 친구들이 단어들을 무작위로 던지고 나면, 선생님과 겹치는 단어를 골라 내고, 이 단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 내는 놀이, 그렇게 창의력은 눈치차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금씩 자랐다. 아이들은 대본을 쓰면서 어떻게 더 재밌게, 더 슬프게 할 것인지, 어떻게 청중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의논했고, 이 시간은 수업이라 불렸다. 자기 배역을 더 전달력이 있게 하기 위해서 어떤 의상을 입을 것인지, 어떤 프랍을 가져올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 내었고, 어떤 때는 냉장고를 포장했던 카드 포드지로 구해다가 무대 장치까지 직접 디자인해 내기도 했다. 선생님과 함께 무대에서 어느 각도로 자신들이 위치를 잡을 것인지, 어디로 입장하고, 어디로 퇴장할 것인지 등을 의논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해 갔다. 어제 공연에서는 의자 몇 개로 자동차를 표현하고, 교실이 상상되도록 하고, 세월이 지난 후 교장실이 연상이 되도록 했다.  "창의력 수업"이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수업 내용이 창의적 놀이여서 드라마 수업에서 "진짜 창의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제한된 예산으로 공연을 무대에 올리다 보니 초라함은 기정 사실이었다. 무대 배경을 준비하는 비용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무대 분위기는 뒷화면으로 파워포인트로 처리했고, 음악기술은 내가 맡기로 했다. 리허설을 하기 위해서 무대 대관도 해야 했다. 의상은 각자 알아서 집에 있는 것들로 준비해 왔다. 청중은 부모님들이 전부일 것이기 때문에 현수막이나 다른 인쇄물은 생략했다. 리허설을 해 보니 무대 배경을 담당할 인력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악도 내가 맡다 보니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들어야 했다. 학교 성적에도 들어 가지 않는 이 수업에 더 추가로 비용을 쓰자고 제안하는 것이 주저 되었다. 큰 무대에 아무런 장식도 없이 우리 아이들만 올렸다. 나는 이 아이들만으로도 충분히 무대가 꽉차는 느낌을 받았다. 몇 달 동안 대본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대본을 외우기 위해 추가로 스트레스를 받고, 무대에까지 올리는 수고를 자청했던 아이들....... 마지막 인사는 무대에서 했다.


무엇인가를 중단하고 포기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이어가는 것 보다 몇 배로 쉽다. 지금까지 목적 없이 재미만을 목적으로 드라마 클럽을 해 왔던 우리 친구들.... 무척 보고 싶을 것 같다.... 짱이와 같이 공연을 했던 네 명은 모두 이제는 학교 성적에 모든 시간을 쓰고 싶다는 선택을 했다. 짱이는 대학을 갈 때까지 드라마를 계속 하고 싶다고 한다. 연기력을 평가하는 시험을 짱이는 지난 2년간 쳤고 Grade 5까지 받았다. 이 시험은 최고 단계가 Grade 9이라고 한다. 이를 완주하게 되면 드라마를 가르칠 수 있는 라이센스가 나온다고 한다. 짱이는 이제 이게 자기 목표라고 한다. 드라마 스킬도 계속 배우고 트레이너 자격증도 더불어 갖게 되면 자기는 대학가서 드라마를 가르치는 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한다.      

Photo: Annie Gavin from Unsplash 

과연 우리는 2막을 다시 올릴 수 있을까? 

사람의 인생을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면 10대를 어떻게 보내는 것이 더 행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짱이는 뮤지컬도 좋아하고 공연도 무척 좋아한다. 비용이 부담이 되어서 못 보여 주었다. 드라마 수업을 계속 하는 것으로 이 갈증은 대신하고 있다. 자신의 일상에서 아트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챙길 줄 아는 것도 나는 연습이 필요하고 삶의 일부가 되도록 길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짱이가 품고 있는 이 관심이 촛불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 불씨를 끄는 부모가 될 것인지, 가늘더라도 활활 끝까지 탈 수 있도록 불쏘시개를 찾는 부모가 될 것인지 우리는 생각했다. 드라마 교육이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주는 힘을 보고 있다. 어떻게 이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인가.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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