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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Jul 08. 2019

미국 고등학생들이 커리어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았다

무대 위 삶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진짜 무대 위에서 자신을 만난다

우리 나라 어린이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장래 희망 1위가 방송인이라 한다. 세계인들이 한류에 열광하는 추세와 연결해서 볼 때 자연스러운 시대 모습이다. 그렇다면 어린이청소년들이 꿈꾸는 미래를 경험하고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는 길을 우리는 얼마나 마련해 주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난 토요일 엘리노 루즈벨트 고등학교 공연장에서 영아메리칸스 공연이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청소년들이 모여 앉은 청중석 쪽에서는 함성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환호성이었다. 음악을 좀 아는 사람들이 칠 수 있는 박수 소리였고, 춤 좀 추는 사람들이 내는 탄성이었다. 청소년 청중들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고 어깨를 들썩거리고, 다리를 구르며 공연과 함께 했다. 거의 무대로 뛰어나갈 것 같은 공감을 표현하는 청소년 어린이들. 영아메리칸스는 4일간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5일째 날에는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공연으로 무대에 올리게 구성된다. 캠프를 신청하면서, 처음 이 공연계획을 들었을 때는 “어린이들 공연에, 더군다나 동네에서 하는건데, 누가 표를 구입해서까지 올까?” 싶었는데, 실제로 행사당일 티켓 데스크에는 관객들이 줄을 섰었다. 이 티켓 판매금은 예술후원금으로 조성되어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어린이들이 생활에서 예술을 경험하는 데에 쓰인다고 했다. 공연은 선생님들이 펼치는 1부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2부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아는 만큼 느낀다고 4일동안 배웠기에 선생님들의 눈부신 테크닉에 제자들은 공연장이 떠나 갈 듯이 환호했다. 그간 쌓인 끈끈한 관계가 있었기에 인기가 많은 선생님이 댄싱, 싱잉을 할 때는 환호성이 더 컸다.  


고등학생들이 과연 몇 명이나 올까? 미국 고등학생들도 본격적으로 대학 준비를 하느라 이런 캠프에는 거의 안 오겠지? 현실은 반대였다. 미국 고등학생들은 캠프나 인턴십,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자신이 그 분야에 맞는지를 실험해 보고 있었고, 전문적인 실력들을 키우기에는 캠프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던 것이다. 짱이는 고등학교 친구들은 진짜 춤과 노래 실력이 대단하고, 성격들도 무척 활달하다면서 이번 캠프를 잘 온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여러 친구들 중에서도 유독 Gracey라는 친구이야기를 저녁 식사 때 자주 이야기를 했었다. “진짜 천재”라며.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못하는 게 없다며, 연신 탄복을 했다. 캠프 시작할 때 나는 이 친구에게 관심이 갔었다. 외모부터 남달라서 저렇게 유니크한 또래들과 짱이가 대화라도 한번 해 봤으면 싶었는데, 절친이 되어 있었다. Gracey는 어릴 적부터 “song writing”을 좋아했다고 하고, 성장하면서 “나는 그 길을 걸어야 한다는 calling”을 받았다고 한다. Gracey는 엄마에게 이 마음을 이야기하자, 엄마는 “The Young Americans”부터 시작해 보자고 했고, 이번에 캠프 후에 오디션도 볼 목적으로 오하이오에서 멀리 캘리포니아까지 왔다고 한다. Gracey는 이미 모델 활동도 조금씩 하고 있고, 자신만의 빛깔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한류에도 무척 관심이 많아서 짱이에게 이것 저것을 물어 보았다 한다. 결국 “한굴말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했고, 짱이는 그 날 밤 Gracey가 흔하게 쓸 수 있는 표현들을 10가지나 설명과 함께 카톡으로 보냈다. 

고등학생들이 가장 단합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새삼 발견했다. 짱이가 중학교 2학년일 때 미국 올랜도에서 액팅 쇼케이스를 참여했었다. 나이별로 20명 남짓의 청소년들은 하나의 그룹으로 묶고, 5일 동안 액팅 쇼케이스도 하고, 트레이닝도 같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마음 맞는 친구들을 여기에서 여러 명 만났다. 무대에서 런 웨이를 매일 했었는데, 그 때 고등학생들의 순서가 되면 서로 환호를 해 주느라 난리가 났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생쯤 되면 20대 초에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지지가 다른 연령들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 프로그램에서 주최측은 “너희들은 서로 경쟁자가 아니야. 배역에서 요구하는 사람은 딱 한 명이고, 그 역에 뽑히는건 다른 사람들 보다 나은 실력이 아니다. 자기 색깔이 뚜렷해야지 그 역에 뽑히는거야. 서로 협력해서 모두가 협력해서 각자의 고유성을 찾아 주도록 하는게 동료 의식이다. 너희는 평생을 같이 갈 수도 있는 동료다”라고 끊임 없이 네트워킹을 강조해서 교육했었다. 트레이닝 때 픽업을 가서 마무리 부분을 참관하면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토요일날 공연 일정이 언제인지를 꼭 물었고, 티켓 값이 어른은 12불이고, 청소년들은 10불이라는 이야기를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꼭 교육을 하고 있었기 떄문이다. 총감독선생님이 “우리 공연은 언제지요?”라고 물으면 청소년들은 일제히 함성으로 “3시, 그리고 6시 30분요”라고 답하고, “티켓 비용은 어른이 얼마? 아이들은 얼마?”라고 다시 물으면 “12불, 10불”이라고 큰 소리로 매일 매일 확인했다. Bob 생각에는 이렇게 함으로써 공연자들이 보다 더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하고, 이 공동체에서 예술교육을 위한 후원금으로 이 티켓 값이 사용이 된다는 것,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도 예술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가치가 높은지를 금전적으로 이해하는데 바탕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재정 자립은 예술인 본인에게는 자존감을 지키도록 하고, 예술이 정부 지원이 아니라 다수의 개인들에 의해 지속이 되도록 하고, 어른이 되어서 내가 직접 우리 공동체에 예술이 공존하도록 기여할 수 있다는 시민 의식을 키우는 과정으로 이해 되었다. 

어떤 고등학생은 아티스트가 되는 첫 관문으로 YA를 신청했는데, 알고 봤더니 할아버지도 왕년에 YA였다는! 

무대에 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연습을 하고 준비를 열심히 한다면 나도 설 수 있는 곳이었다.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은 나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나와 같이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내가 잘 안 되는 동작을 반복해서 배울 수 있는 어른들이었다. 이렇게 내게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내 꿈을 실현해 보는 경험이 모이고 모여서 브로드웨이도 가고, 헐리우드도 가는 것이었다. 나 혼자서 연습해야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해야 하고,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선발이 되고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은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먼저 무대에 서 있는 선배들은 재능 있는 후배들을 무대에 서는 커리어로 초대하기 위해 얼마나 자신들이 지금 행복한지를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소개를 했다.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길을 기꺼이 권하는 사회, 나는 이런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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