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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Jul 16. 2019

"너에게 자유를 허 하노라."

고딩이 첫 여름을 놀고 춤추고 노래하는데 정신이 팔렸구나! 운 좋았어!

"엄마, 나 굳이 가고 싶지 않아. 수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과학도 아니고..... 내가 영어 연습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가야하지?" 

글쎄다..... 그냥 놀구오자. 너 몇 달 전에 YA (The Young Americans) 신청할 때만 해도 좋아라 했었는데........ 짱이..... 변덕쟁이!!! 

며칠 뒤 다시 물었다. 

"우리가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번에는 어떤 것이될까? 네 말대로 이번 프로그램은 공부와는 완전 거리가 멀고, 그렇다고 메이킹도 아니고..... 우리 그래도 의미는 있어야할 것 같아." 

짱이는 그제야 속 마음을 슬그머니 내비쳤다. 


"사실 나 좀 떨려, 요즘 점점 더 긴장이 돼.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더구나 춤까지..... 으악.... 나 안 하고 싶어. 그리고 이 프로그램 진짜 빡셔. 더구나 미국 얘들 프로그램이니 아마 엄청 돌릴껄..... 어쩌지! 휴......... 흐음.... 그래, 이번 경험은 "Beyond Comfort Zone!"쯤 되겠다. 응, 그래, 그건거 같아. 내가 진짜 진짜 불편해 하는 일을 일주일씩이나 하는거......아... 진짜 후회가 되려고 하네. 왜 한다고 그랬지?"  

고딩반들이 펼친 Beach Girl 공연 ~ @TheYoungAmericans

YA 캠프는 짱이의 예상대로 진짜 힘들었다. 참여자들은 모두 Solo로 하나 이상의 역할을 해야 나는데, 짱이는 Acting 을 맡았고 Beach Girl역할을 친구들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마음대로 표현하기"에서 자기는 무대 위에 벌러덩 눕는 역할을 자청했다고 한다! 공연 당일 촬영을 하고 있던 나는 내 카메라 렌즈 속으로 짱이가 나오고 녀석이 말하던 beach girl의 모습을 보고, 울컥했었다. 녀석은 comfort zone을 훌쩍 훌쩍 뛰어 넘으며 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대는 진정 이 청소년들의 놀이터였다!

YA 캠프 기간 동안 하루가 다르게 짱이는 즐거워했고 그 만큼 변해갔다. 몸을 움직이는걸 집 밖에서는 극도로 자제하고 거의 "점잖다"는 평가를 주로 받던 짱이였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집 안에서는 늘 까불 까불거리며 춤추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에 우리는 이 녀석이 double identity로 사는 것이라 여겼다. 이 두 개의 정체성이 하루 하루 거리가 좁혀지는 모습이었다. 녀석은 부끄러움이 심한데다가, 완벽주의까지 발동해서 첫 날은 아주 불편해 했다. 더구나 하루 종일, 즉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뛰어 다니고 춤을 추고, 노래를 온몸으로 부르니 스포츠를 사랑하는 짱이더라도 체력적으로 도전이었던 것이다. 프로그램 동안은 표현하지 않았지만, 한국에 온 후 자기가 사실은 "매일 온몸이 쑤셨다"고 ㅋㅋ 했다. 춤과 댄스도 도전적이었지만, 

"Creativity Class 창의력 시간"이라 부르는 시간이 정말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1시간 동안 YA 선생님이 연주하는 피아노를 들으며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대로 그림이든 글이든 창작 활동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짱이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So new, So different". 이런 수업은 처음이다 보니, 선생님은 그리고 싶은대로 그리라고 했는데, 미국 친구들은 나이에 관계 없이 다들 주어진 종이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작업하고 있지만, ㅋㅋㅋㅋ 한국에서 같이 간 친구들만 머리를 바짝 들고 서로 쳐다 보면서 "무엇을 해야할 지"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 시스템과는 완전 반대니까 짱이는 그만큼 힘들었던 것 같다. 녀석은 "우리는 정해진 틀에 fit in해야 하는데 그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어. 그 다음에는 또 선생님이 기타를 치면서 1시간 동안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는거야. 진짜 힘들었어." 고맙게도 짱이는 life changing moment를 이번 캠프에서 여러 번 선물 받은 것 같았다. 우리 이야기를 들은 한 분은,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뜻밖의 것을 얻기도 한단다. 너에게는 과학보다도 수학보다도 아마 지금은 이 경험이 더 필요했었나 보다. 우주의 섭리가 이번에도 네게 꼭 필요한 선물을 가져다 준 것 같다. I am so happy for you"라고 하셨다. 짱이는 이번 프로그램으로 자신이 "more open, more adventurous"하도록 했다고 한다. 감사한 일이다.  

짱이와 어울리던 고등학생들. 이 캠프를 찾아서 미국 전역에서 날아온 청소년들이었다. 

짱이는 이런 "노는 캠프"에는 나이 많은 아이들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처음부터 마음을 비웠었다. 앗! 근데 여기 저기서 큰 아이들이 보였고 더구나 남학생들도 무척 여러 명 보였다. 미국 고등학생들 중 이 캠프를 온다는건 그 만큼 이런 내용을 좋아한다는 뜻이라서 ㅎㅎㅎ 이 청소년들의 댄싱과 싱잉 실력은 장난이 아니었다. 짱이는 자기 친구들이 "가장 탤런트가 뛰어난 그룹"이라며, 이 아이들을 "천재"라고 불렀다. 녀석은 집에 와서도 친구들과 카톡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얘는 외국어를 10개나 할 줄 안대. 모두 완벽하게 하는건 아니고 기본 보다 조금씩 10개국어를 한다는거야. 멋지지 않니? 걔는 벌써 모델링을 하고 있대. 많이 고민했었는데, 아무래도 자긴 그 쪽에서 더 잘 나갈 것 같다고 확신이 든대. 멋지지? 여기는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구별이 없어. 그냥 하나로 고등학생으로 같이 놀아. 너무 자연스러워." 등등등..... 짱이는 "YA에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나이가 많은 아이들에게 선생님들이 늘 "고등학생, 너희들은 200% 잘 해야 한다, 그래야 너희들을 보고 나이 어린 아이들이 100% 정도는 잘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고 정말 정말 자주 말했어"라고 했다. "being there ….. setting an example 을 하면 teaching 하지 않더라도 가르쳐 주는 것과 같다"는 거였다나? ㅎㅎㅎ 소중한 라이프 스킬을 배웠구나. 홈스쿨러라서 늘 "사회성"에 대해 마음이 쓰이는게 사실이다. 캠프 때 한 친구는 "Won이를 여기 두고 가면 안 되나요? 얘는 진짜 웃겨요. Won이랑 매일 매일 만나서 놀고 싶어요. 진짜 재밌어요"라고 나에게 말해서 내가 행복했던 적도 있었다.  난 "Won"? 그게 누구지?했었다. 짱이는 이번에 미국 이름을 살짝 바꾸었다고 나중에 말해줬고민. "Won"으로 줄여서 자신을 소개한 덕에 ㅋㅋ 캠프에서 이 외우기 쉬운 이름을 모두가 즉석에서 외워 버렸다는! 

YA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무대. 단 1초도 열정이 식은 적은 없는 공연이었다.

"YA 선생님들은 정말 달라. 이 분들은 살면서 무엇이든지 마음만 먹으면 해 낼 분들이셔.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우리랑 지내는 동안 정말로 "몰입"이 뭔지를 매 순간 보여 주셨어. 나도 YA 선생님이 되고 싶은 것 같아. 지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 

와!!! 그랬다. 고등학생들이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고 선생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진지하게 받아 들이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진정 존경할 수 있는 롤 모델들과 함께 지내는 것 같았다. 

YA 선생님 전원과 사진을 찍겠다던 짱이!! 

선생님들의 이름을 줄줄 읊어 가면서 선생님들과 나눈 추억을 이야기하는 짱이! 이 분들에게서 다시 배우고 놀기 위해 내년에도 YA 캠프를 오겠다는 우리 고딩이! 공연이 끝나자 짱이는 말한대로 수 십 명이 되는 YA 선생님들을 나비처럼 쫓아 다니며, 같이 사진을 찍고, 등에 싸인을 받았다. 필기구도 3자루나 챙겨 쥐고서!! 

"다양성"을 글로써 배우는 것이 아니라 캠프 내내 같이 춤추고 노래하면서 생활에서 느꼈다, 자연스럽게.  

엄마인 나로서 고마웠던 것은 짱이와 우리 한국 어린이들이 다양성을 생활에서 보고 배웠다는 점이다. 캠프 기간 동안 휠체어를 탄 친구도 있었고, 발달 장애우 친구들도 여러 명이 함께 생활했다. 선생님들은 오전 오후 교대로 이 친구들 옆에 있었다. 춤을 출 때는 손을 잡고 함께 뛰어 나오고, 노래를 할 때도 손을 꼭 잡고 눈을 맞추면서 함께 불렀다. 감동적이었다. 짱이가 들려 주었다. "선생님들이 계속 이 친구들 옆에 있어. 이 친구들이 캠프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 같았어. 근데, 진짜 놀라운 일이 있었어. 한 번은 선생님들이 모두 회의를 들어 가고 우리들끼리만 있어야 하는 시간이 있었어. 근데 고등학생들 중에서 몇 명이 이 친구들 손을 꼭 잡고 있는거야. 선생님들이 부탁을 한 것 같지는 않았고, 그냥 우리들 중 누군가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걸 배운 것 같았어. 정말 보기 좋았어." 

오른쪽 끝에서 자신의 춤에 몰입한 우리 딸! 자랑스러워!! 

짱이가 어렸을 때 난 "왜 넌 무대 중앙에 서고 싶다고 손을 들지 못하니? 너도 한번 그렇게 해 봐"라고 압박? 제안?을 한 적이 자주 있었다. 녀석은 늘 "보일 듯 말 듯한 구석 자리"에서 "나는 친구들 하고 같이 하는거가 더 좋아. 굳이 앞에 나가서 스트레스 받고 주목 받고 하는거 귀찮아"였다. 으이구~~~라며 많이 속상해 했었다. 그런데 이젠 우리 딸의 있는 그대로가 사랑스럽다. 이번 무대에서도 짱이는 ㅎㅎ 고등학생들 중 가장 가장자리쪽, 시선이 닿지 않는 자리를 지켰다. 멀리서 딱 봐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찾기도 좋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짱이는 자기 흥에 취해 있는 것 같았다. 누가 뭐래도 자기 춤에, 노래에 녀석이 몰입해 있는 것이 무척 무척 보기 좋았다.  

승리! 한 판 잘 놀았네!! 

녀석은 한국에서 떠날 때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주당 과제를 다 못하고 떠났었다. 책을 분철을 해서 가면서 "비행기에서 수학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난 잊어 버렸다. 한국에 와서 "엄마, 그거 알아? 나 진짜로 했다. 이렇게 마음 먹고 진짜로 한 건 처음이다. 미국 도착하자 마자 나 제출 했었어. 캠프 갔다 오느라 나 수학 수업이 몇 주나 밀려 있지만, 난 그렇게 걱정은 안 해. 내가 결국은 해 낼 것이라는 걸 난 알아. YA이후로 내가 뭐가 달라졌는지 알아? 난 실수하는거 겁나지 않아. 공연 때도 실수를 많이 했지만 난 속으로 크게 웃고 있었어"

 

우리 고딩이, 정말 많이 배우고 온 듯 하다. 처음에는 이번 캠프의 의미를 찾고자 노력했지만 그리고 살짝 염려했지만...... 결국은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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