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대로 네 마음껏 공부하는거야! 하늘 땅~
짱이답지 않구먼.
새벽 3시에 일어났다, 그것도 스스로.
새벽 4시에 오리엔테이션이 예정 되어 있다.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온라인으로 어떻게 오리엔테이션을 한다는거지?!!!
녀석은 오리엔테이션 스케줄을 잡기 위해 몇 주를 고생 고생을 하면서도 방실 방실...
질문거리도 연습장 가득 써 두었다.
이렇게 꼼꼼할 수가....
녀석이 서두르게 된 것은 입학합격메일과 함께 온 "Graduation Plan"때문이었다.
짱이는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는 과목이 왜 그렇게 적혀 있는지를 이해를 해야지만, 서류에 사인을 하겠다며 멀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UNiversity of Texas 부설 고등학교 담당자와 몇 번이나 연락을 시도했다. 그렇게 구글 캘린더로 스케줄이 잡혔다. 헐.... 너 쫌 멋있다. 우리들에게 이번 시도는 모든 것이 처음이다. 미국고등학교에 다니는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도 없고... 온라인 프로그램은 꽤 여러 가지를 들었지만 이번엔 스케일이 초대형..... 뭐가 뭔지.... 아는 것이 제로다. 무슨 과목을 듣게 되는건지, 시험은 어떻게 치는건지, 공부가 관리는 되는지, 모르는 내용이 많을텐데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다. 짱이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숲이다. 새벽 3시 40분쯤 Bob도 어슬렁 어슬렁 나왔다. 짱이는 옆에 앉으라 한다. 부모가 합석하고 있다고 말을 하고 오리엔테이션을 이어가겠다며... 앉았다, 시키는대로. ㅎㅎㅎ 기분이 좀 묘했다. 녀석, 다 컸는것 같은걸... ㅜㅜ ; )
입학담당자 선생님은 드디어 첫 질문을 던졌다.
"어느 대학교가 목표니?"
"Well, MIT."
"그럼, 공부를 많이 하고 싶겠구나. 과목을 바꾸어 줄께. 이렇게 하면 어때?"
"Oh, Nice. I love it. Thank you."
엥????? 학생들 마다 신청하는 과목이 다르네? 우리 처럼 고등학교 1학년들은 모두 같은 과목을 같은 시간에 듣는 것이 아니여??? 짱이는 선생님과 주거니 받거니 자기가 목표로 하는 대학에서 요구할 것 같은 과목들을 이야기하고 선생님은 이렇게 저렇게 다시 커리큘럼을 짜준다. 햐!!
"제 2외국어 과목을 들어야 하는데, 넌 한국어2를 해 보렴. 한국어1은 이미 내가 패스 시켜 주었어." 엉?? 한국어 과목을 제2외국어로 들으라고? "근데, 우리 학교에는 한국어 수업이 없으니까, BYU대학에서 신청해서 듣고 점수가 나오면 성적표만 나한테 보내 주렴. 그럼, 내가 너 고등학교 성적표에 옮겨줄께." 울랄라!!! 유타주에 있는 대학교 온라인 시스템에서 한국어를 수업 듣고, 텍사스주에 있는 고등학교로 성적이 전달이 된다??? 진짜???? 수학 과학을 더 공부하길 원하는 짱이! 놀라웠다. 수학은 중학교 때까지 가장 자신이 없어하고 점수도 낮았던 과목이었는데. 선생님은 "수학 과학 공부하다가 어렵거나 숙제가 힘들거나 선생님과 잘 안 맞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연락하렴. 내가 도와줄께. 그리고 우리 학교는 튜터도 붙여 줄 수 있어. 무료야." 헐!!! 짱이는 연신 "땡큐, 떄~~~앵큐!"를 연발하며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나는 옆에 계속 앉아 있었다, 그냥.
녀석, 오리엔테이션이 마무리 되고, 난 도저히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짱이는 Graduation Plan이 자기가 디자인한 대로 제대로 메일로 오고, 확인하고, ㅋㅋ 싸인을 하고, 다시 스캔하여 메일로 보내고서야 자러 갔다고 짱파는 들려 주었다. 평소에는 대낮이 되도록 자는 녀석이 오늘은 왠일인지...... 짱이다!!
으악~~~~~~~~~~~
새벽에 이 난리를 치는 통에 10시로 잡아 두었던 미팅에 난 1시간이나 늦게 가고 말았다. 새벽 5시에 다시 눈을 붙이고는 눈 떠 보니 9시 10분! 미팅 장소에 정확하게 11시에 들어갔다. 아...... 파트너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 큰일났다...... 톡을 쳐 본다.... 상대는 내가 9시 10분에 보낸 톡도 읽지 않았다... 진짜.... 큰일났다...... 할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 안 받는다....... 11시 15분. 톡이 떴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아침 7시까지 작업하다가 잠깐 눈 붙였는데, 지금 깨버렸어요." 야호!!!! 우린 정오에 만나서 오후 7시까지 실컷 미팅을 했고, 결과에 뿌듯해했다. 짱이와 커리어채인지 중인 Bob.... 우린 조화롭게 지낸다, 실수하고, 일어나고, 축하하고, 다시 걷고.
홈스쿨링을 선택할 때도 온라인고등학교에 대해서 구체적인 고민은 못 했었다. 하나씩 기회가 주어지는대로 자연스럽게 고르고 있다.
신짱, 상상한대로. 네 맘대로.
우리 자신만이 한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