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지도를 너는 그리는거다. 방향도 속도도 네가 선장이다.
“우헤헤헤헤헤헤”
웃을 수 밖에. 우린 미국고등학교에 대해, 더구나 온라인 고등학교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짱이를 도와줄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안타깝지만 좌충우돌이 연속이고, 매일이 에피소드다. 메일로 받은 자료를 읽고 짱이가 “아~~”라고 깨닫는 소리를 내면, 마미, 대디는 온통 관심으로 물었다. “그래? 알겠어? 이해됐어? 그래서 뭐라는거야?” 드라마도 드라마도 이런 코메디가 없다. 우리 주변엔 미국에서 고등학교는 커녕 대학교를 다닌 사람이 없다. 그래도 미국 교육 시스템을 가장 많이 경험해본 자가 짱이 본인이었다. 우린 “뭐래는거야?”를 매일 물으면서, “제대로 했지?”로 부모의 역할을 다하려는 듯 묻고 또 물었다. 고등학자인 짱이가 자기 삶을 자기 스타일대로 나갈 수 있도록 우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거리를 잘 유지하고 있다.
미국 공교육을 시작하는 첫 학기는 Biology, Geometry, World History, Arts, English (국어? 문학?)으로 다섯 과목이다. 교과서는 Art와 English만 중고책으로 아마존으로 주문했다. 나머지 세 과목은 온라인이라 따로 책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손에 잡히는 게 있어야 하지 않나?가 우리의 걱정.) 수업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퀴즈를 프린트해서 풀고 업로딩해서 평가 받는 식으로 된다고 한다. Biology는 실험이 무척 많다면서 신나 했다. 혼자서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번 여름에 수학을 집중적으로 하더니 수학에 재미를 붙였나 보다. 인강으로 한국 고등학교 수학도 챙겨 듣는다. 자기 수준에 맞추어 기초반을 충실히 듣는다나? 본인이 직접 생활 계획표를 디자인하니 시간표에 만족도가 높다.
지난 주에는 과목별 선생님들이 모두 이메일로 인사를 보내왔다. 지난 몇 년 동안 크고 작은 온라인 프로그램들을 들으면서 선생님들과 이메일로 소통하는 연습을 해서인지…. 짱이는 생기 넘치는 이메일로 자기 소개를 했다. 선생님들이 반갑다며 금새 답장을 또 보내왔다. 내일이 신학기 개학날이다 보니, 어제는 우리 식구들 이메일 계정으로 일일이 온라인고등학교 학사 일정이 왔다. 9월이 첫 학기로 되어 있고, 방학 일정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고, 더구나 미국 공휴일들이 표시되어 있어서 더 실감이 났다. 1학기 기말시험은 내년 2월경에 있는데 그 전까지 각자 자기 속도로 커리큘럼의 진도를 진행하면 된다고 한다. “잘해, 너 잘해라,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너는 너만 믿어”라는 말만 해 주고 짱이는 듣는지 마는지 스폰지 밥을 보며 낄낄대고 ….
World History와 English가 가장 부담이 된다고 한다. 중학교 때 세계사를 배웠고 초등학교 때 세계사를 만화책과 책으로 여러 번 읽었던 것이 전부이다. 어떤 식으로 수업이 전개될지 서술형으로 자기 생각을 푸는 것일지 짱이는 사전 지식이나 팁을 구할 수가 없어서 스트레스 조차 살짝 받는 것 같다. English는 미국청소년들에게는 국어, 짱이에게는 문학…. 어떻게 배우게 될지…. 한국교육과 미국교육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낄 두 과목이 될 것 같다. Arts도 흥미를 갖게 한다. 큰 스케치북을 준비하게 했는데, 미술 시간에 선생님이 말하는대로 말을 잘 안 듣고 자기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고 혼이 자주 났던 짱이라…… “나 진짜 곰손인데…. 그림 잘 그리는 얘들이 난 이 세상에서 제일 신기해”라며 걱정을 하고 있다. 어떻게 될지…. 일단 보자.
목공 인턴십이 화요일과 목요일에 있어서 짱이는 코엑스에서 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 한다. 녀석은 무척 힘들어 했다. 결국 방법을 찾아 내었다. 즉, 삼성역 근처에서 3시간 정도 공부를 하고, 퇴근 시간이 지난 후에 집으로 오는 일정을 생각해 내었다. 짱이는 혼밥을 하기도 그렇고 삼성역 근처에서 비싼 밥을 매번 먹기도 부담된다면서 배가 많이 고플텐데 기어이 집에 와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지난 여름에 미국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이 저녁만 되면 톡과 메일이 온다. 한 명은 한류를 무척 좋아하고, 또 한 명은 미국의 시골 지역에 사는 듯 하다. 서로가 생활하는 모습이 너무나 다른지라, 서로에게 신기하다는 표현들을 수없이 날리는 이 십대들! 이메일을 주고 받는 속도가 거의 실시간이다. 이 친구들 덕분에 짱이는 미국고등학교 생활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한 친구는 레이디 버그 분장을 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파티장으로 가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이 친구들에게도 짱이가 온라인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은, 더구나 자기들과 같은 공교육 시스템을 따르는 것은 특이한가 보다.
우린 주간 일정표를 같이 세워 보았다. 계획을 엄격히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하루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고, 이렇게 저렇게 변경할 때 참고하였으면 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연습을 해 보았더니, 이제는 짱이가 먼저 일정을 짜 보자고 한다. 그리고 우린 지키지 않는다. 원래 계획은 변동이 될 수 있는 상황에 하는 것이니까. 일단 출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