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학년 2학기, 고등학교 마지막 학기가 시작되고, 짱이의 게임은 클라이막스로 가고 있다.
지난 7학기 동안 짱이가 이 전 과정을 혼자 힘으로 해 내는걸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Desperation”! 홈스쿨링으로 고교 과정을 선택할 때는 “마음껏 실패해 보고, 가족들과 함께 다시 일어나 내는 연습을 실컷 해 보자”였지만, 결국 이건 그녀만의 여정이었다.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만, 읽어도 읽어도 끝이 안 보이는 엄청난 양을 뚜벅 뚜벅, 꾸역 꾸역, 그냥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Desperation.
여기에 대학 입시까지 혼자 힘으로! 9월에 시작한 12학년 1학기에서 중간 고사, 기말 고사 시간은 어김 없이 오고, 생전 처음 해 보는 대학 입시도 쌍두 마차로 달려 오고, 짱이는 계속 달렸다. 모든 에너지를 긁어 모아서 한 과목씩 겨우 겨우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입시 원서를 작성하면서 짱이는 “성적을 더 높이도록 노력했어야 했어”라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말에 난 한 번도 동의하지 않았다. “너니까 해 낸 것이라고.” “혼자서 여기까지 왔으면 넌 충분히 자신이 자랑스러워도 된다고” “조금 더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은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라고 양심껏 말했었다.
꿈에서 그리던 학교들을 내려 놓고, 성적에 맞추어서 학교를 찾고, 등록금이 너무 높아서 다시 그 학교들을 포기하고,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서 원서라도 한 번 넣어 두고, 또 적절한 대학을 조사하고, 다시 좌절하고, 또 일어나고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한 학교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제출할 서류는 정말 여러 가지. 그 중 하나가 영어 실력을 증명하는 공인인증 영어점수. 미국 대학들 중 상당수가 “미국 고등학교를 3년 이상 다녔으면 공인영어점수 면제”하는 조항이 있다. 그래서 토플 준비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원서 마감을 코앞에 두고 한 대학에서 고등학교 여부와 관계 없이 토플 점수는 무조건 내야 한다는 답장이 왔다. 그제서야 부랴 부랴 토플 신청을 하고, 스스로에게 “왜 지금껏 해 두지 않았나?”라는 자책을 했다. 짱이의 실력을 봐왔던 나로서는 “걱정하지마. 어릴 때 이런 시험을 쳐 본 경험이 있으니까, 고득점은 몰라도, 패스할 정도는 나올거야”라고 열심히 들려 주었건만, 짱은 불안해 했다. 1학기 기말 고사를 치고, 실패한 과목들은 다시 제시를 쳐 내면서, 토플시험을 봤다. 그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
읽기 28/30
듣기 29/30
말하기 29/30
쓰기 27/30
총 113/120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이 결과를 확인한 짱이는 가족 카톡방이 쩌렁 쩌렁 울리도록 만세를 불렀다. 대학 입시를 하면서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기에 이 결과는 그녀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충전해 주었다.

“그 대학에서 요구하는 컷트라인이 95점이야. 그래서 난 95점만 넘겨 주기를 정말 정말 바랬거든. 토플을 2번 더 보면 비용도 너무 비싸. 근데 113이래. 나 이제 토플은 충분해.”
짱이가 받은 점수는 전 세계 고등학생 응시자들 중에서는 상위 1-2%, 전체 응시자들 사이에서는 3-4%에 해당이 된다고 적혀 있다.
퇴근길에 동네 중고 책방으로 전화를 걸었다. 초등 6년, 중등 3년 동안 우리 집을 도서관으로 만들어 주었던 곳이다. 책방 사장님은 초보 엄마인 나에게 “결국 책이에요, 지원 엄마. 지원이 대학갈 때 저한테 고맙다고 할거예요. 초등 때 책 읽게 해 줘야지 언제 읽게 해요. 책 뿐이에요. 제 말이 맞다고 하는 날이 올 거예요”라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무려 9년간 들려 주었던 책방 사장님. 그 날이 오늘이었다.
“사장님 말이 맞았어요. 역시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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