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예찬론. 세상이 학교다.
숨 넘어 가겄다....
이 녀석은 이번 기회를 좋다했다가 조용하다가, 지원한다 했다가 글쎄 했다가, 안 한다고 하지도 않고, 더 생각해 본다고 하지도 않고. 나는 이런 이 녀석을 "네 결정이네"하며 던져 놓을 수도 없고,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재촉할 수도 없고, 푸시할 수도 없고........ 으그그.....
홈스쿨링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찾다가 짱이는 "목공기술"을 배우면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좋아라했다. 이 일이 1월이던가 2월이던가..... 원서 접수가 7월이니 시간이 넉넉하다며.... 우선은 급한 창의력대회에 3, 4, 5월 동안 온 마음을 쓰고, 6월 말에 LA로 댄스 배우러 잘 다녀와서, 7월 초에 마음 잡고 바짝 쓰면 되겠다고 했다. ..... 헝헝헝.... 그렇게 봄 시간을 다 보냈고, 지원서 마감일이 1주일이 남았을 때 짱이에게 "이제는...."이라고 넌지시 말을 건냈다.
짱 - "Bob... 나 지금 안 할까 생각 중이야."
나 - "엉? 왜?"
엎치락 뒤치락 이유가 있었고, 짱이의 이유는 지당했고, 동시에 안 해야 할 이유도 그닥 없었고, 돌고 돌아 드디어 일단 원서나 써 보자까지 도달했다. 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한 문제에 대답을 적고, 이틀이 ..... 지났다..... 한 문제만 더 답을 쓰면 된다고 했다.... 원서 접수 마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너 진짜!" 드디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썼다. "더 잘 쓰려 하지 말자. 그냥 제출." 네 몫은 다 했다. 아유... 수고 많았다, 축하축하!
어제 월요일 출장길에 짱이에게서 톡이 떴다. "목공 인턴십 1차 합격! 내일 면접! 오후 5시에 청소년 드림 센터 5층!"이라며 당당함이 담뿍 담긴 톡이 톡톡톡 떴다!! 우리는 빵빠레 톡을 띄우며 공감 퍼레이드!@소확행
인턴 면접을 가는 짱이는 면접에 정성을 다하기 위해 무려 14시간 동안 숙면을 취했다! 면접 의상을 고르며 "바지는 있는데 윗 옷이 없네. 아빠 옷 입을까?" 바지로 들고 나온 것은 헉~
"반바지! 그거 입게?"
"왜 안 돼?"
"글쎄."
아빠의 초록색 셔츠를 입고 까만 긴 바지를 챙겨 입었다.
면접 장소까지 전철로 1시간 30분이 걸렸다. 면접에 나올 질문들을 물어봐 달라며 준비도 했다. 나는 녀석이 하는 대답들을 들으며 이 녀석에 대해 또 파악이 되었다. 이렇게 먼 길을 올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녀석은 생각하고,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청소년 인턴십은 내가 더 관심이 많은 주제라 이 녀석이 가는 길을 뒤따라 가면서 건물 위치를 파악해 두고 싶었다. 이렇게 가면 좀 쉽게 가 볼 수 있을 듯 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떨렸는지..... 초행길이라 그런지 ... 면접 장소를 찾느라 이리 저리 헤매고, 땀을 꽤 흘렸다, 나까지...
짱이는 면접 가고, Bob은 근처 편의점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면접 완료"라는 톡이 떴다. 내가 있는 위치를 알려 주고 오라고 했다.
앉자 마자 수다를 한 바구니를 와르르 쏟아 놓는다. 인턴십교육을 주 2회씩 두 어달 먼저 받게 되고, 이 때는 하루에 7천원을 받는다며. 제작 과정이 시작이 되면, 한 시간에 6천원씩을 받게 되고 역시 주 2회로 몇 주간 제작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비, 시설 사용비 등도 전부 무료라며.
"잘 됐으면 좋겠어. 재밌을 것 같아. 이번에도 잘 짚은 것 같아."
고등학생이 되면 인턴과 아르바이트를 꼭 권하겠다고 오랫동안 마음 먹었었다. 실제 세상에서 자신의 가치를 파악하는 것을 청소년기 때 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더 좋아하는지, 어떤 파트에서 더 잘 하는지, 어떤 재능이 사회에서 더 쓰임이 있는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어른들은 어떤 생각과 생활을 하는지, 내가 그 길을 걷고 싶다면, 혹은 지금 보이는 그 길 너머를 걷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등을 파악하는 시간이 필수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행이다, 짱이도 내 제안을 동의했다. 홈스쿨러는 이 프로그램이 꽤 마음에 드나 보다.
우리가 마음을 쏟는 것은 여기까지.....
결과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일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