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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Aug 09. 2019

기록: 홈스쿨러 짱이의 도전

하나씩 하나씩 너 자신의 더듬이를 믿고 가는 너!  보기 좋아. 

"이거 어때?" 

"오호~~~ 네가 재미 있어하겠는대! 어떻게 찾았니?" 

"그치? 재밌겠지?"

"근데 너 시간 없다며.... 이거 하려면 다른거 내려 놓아야겠는데?" 

"그치? 그래서 필요한 시간을 확인했어. 할 수 있을 것 같아. 재미 있을 것 같아." 


이러고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청서는 접수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짱이가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다음 주 수요일에 있을 발표회를 위해 수많은 시간들을 쏟아 부었다. 밀려 있던 온라인 수학 프로그램을 종강 전에 마치기 위해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 중간 고사도 치고, 재시도 치고, 열심히 쫓아 가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지원서를 썼는지 물어 보았다. 오늘 밤 10시가 마감이라고 했다. 짱이는 저녁 8시 부터 신청서를 쓸 계획이라고 했다. 질문들이 어떤 것들인지 파악하고 있는지 물어 보았다. 잘 알고 있었다. 짱이가 하겠거니 생각하고 난 저녁 미팅에 가서 신나게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돌아 오는 길이었다. 우리 가족 단톡에 "집으로"라고 띄우자마자, 우수수 몰려 오는 짱이의 톡들! "빨리 읽고 피드백" 응? 뭐지? 그렇다. 난 내 미팅에 몰입이 되어서 짱이의 지원서가 접수 마감이 임박했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짱이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는 지원서

그랬구나...... 그렇지? 음.... 고등학자의 나이가 되면 너희들 정말 이제 스스로 다 챙기는구나..... 지원서를 읽으며 찬찬히 즐기고 싶은데 짱이는 난리가 났다. "빨리"라는 톡이 뜨는걸 읽고도 난, "응? 어째서지?" 여러 장을 보내는데 일일이 내 피드백을 쓰기가 곤란하다 싶어 전화를 걸었다. 

"엄마, 10시 마감이야. 다 봤어?" 

"아! 끊어." 

흐악.... 9시 56분이었다.

바로 집중하여 톡으로 온 신청서를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대학 공부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구나! 

"마감시간에 쫓기면서 너 진짜 이러기 있냐?"

이렇게 화를 낼 시간은 없었다. 일단 고! 고!  이렇게 된 상황에서는 축복을 듬뿍 담아서 일단 지원하는 것이 중요! 시각을 다투는 순간이었다. "훌륭하다, 훌륭해! 고~~" 

"9시 58분에 제출"

짱이가 보낸 톡은 10:00에 내 폰에 떴다. 

휴.... 으이구...... 너 진짜!!!  


짱이는 "외부 활동 경력 및 자격증" 파트를 아주 아주 길게 썼다. 몇 주 전에 bio를 업데이트해 두었던 득을 톡톡히 보았다. 오늘 요긴하게 지원서에 입력한 듯 했다. 캠프 지원할 때 마다,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마다 bio를 다듬자고 이야기해 두었더니 이제는 스스로 잘 챙긴다. 이번 지원서는 학년이 있어서인지 대학 공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질문이 있었다. 짱이가 쓴 글을 읽으며 이 녀석이 자기 인생에 대해 상상을 자주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데.... 근데 말이다, 짱아! 너 자꾸 이렇게 마감시간에 간당 간당하게 할거니? 집에 와서 들으니, 계획한 8시에는 아빠랑 저녁을 먹었다 한다. 9시가 되어서야 지원서를 쓰기 시작....... 으이구... 쓰다 보니 할 말이 많더라는! 후덜덜하다. 그래도 네가 직접 찾았고, 시간을 확보해서 썼고, 끝까지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해 내었으니,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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