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리 Jan 30. 2017

이럴 땐, 소울푸드


먹고살자고 하는 짓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 날이 있다. 그저 잘 버텨낸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기특하거나 잔뜩 씁쓸해진 마음만 남은 내가 안쓰럽거나한 그런 날 말이다. 이것을 먹는다고, 먹어야만 사는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깜냥에 부려보는 작은 사치가 일상에 숨구멍을 낸다. 주로 그동안 먹고 싶었던 과일이나, 케이크, 와인을 산다. 구하기 어렵거나 평소보다 넘치는 값을 지불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으로. 굳이 먹을 것 말고 필요한 것이나 갖고 싶었던 것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그러나 먹고사는 일에 대한 보상은 단순히 먹고사는 의미를 뛰어넘어 잘 먹고사는 일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허기진 배를 불리는 것 대신 허기진 마음을 달래는 나만의 소울푸드가 필요한 것이다.



1.

계절 너머에 있는 과일은 겨울에 여름을 살게 한다. 

묘하게 순리를 거스르는 쾌감이 일탈을 가능하게 한다.


2.

한판의 온전한 케이크에 과감히 숟가락을 들이댄다.

모양을 유지하려 애쓰지 않고 그 흔한 인증사진도 사실 필요 없다.

그저 먹고 싶어서 산 케이크는 맛있게 먹으면 그뿐이다. 


3.

1만 원대 와인으로도 충분히 족하지만 3만 원대 와인을 과감히(?) 산다.

따뜻한 물로 개운하게 씻고 나와 책상에 앉아 업무를 시작한다. 

이때 와인잔에 구색을 갖출 필요도 없이 얇은 물컵에 엄지 한마디 정도를 따라 마신다.

마음까지 노곤해진다.



어쩌면 온전히 나를 위해 마트에 가고, 무언가를 고르고, 준비하는 시간을 연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짜 잘 먹고 잘 살아내기 위한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글과 사진ㅣ 글리

@likegll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