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밥과 닭가슴살 구이
처음 자취를 시작하고 난 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외로운 순간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이 감정은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에 예고없이 찾아와 한참을 당혹스럽게 했고 생각해보면 너무나 사소해서 비참하기까지 했다. 그중 익숙해지기까지 가장 어려운 일을 꼽으라면 '혼밥' , 혼자 밥을 먹는 일이었다. 식당에 가서 혼자 밥 먹는 일은 꿈도 못 꾸고 포장을 하거나 배달을 시키거나 혹은 편의점 음식으로 가볍게 때우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켰다. 주로 밥을 먹을 때에는 유쾌한 개그 프로그램을 보곤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입사를 하고, 창업을 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혼자 밥 먹는 일이 많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혼자 먹는 밥이 불편하지 않다는 것, 그 사이 익숙해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직업 특성상 끼니를 제때 챙기기 어려울 때가 많아 말 그대로 때우기 식으로 밥을 먹을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쉬는 날이면 가끔, 혼자 먹을 밥을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한동안 장을 본 일이 없어 채소라고는 마늘뿐이었고 레토르트 카레 한 팩이 전부였다. 혹시 고깃 덩어리라도 있을까 하여 냉동실을 열었다. 일 년 전 추석쯤에 엄마가 올려 보내주신 삼색전이 색이 바랜 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주변에 낀 성애가 삼색전의 터를 짐작하게 했다. 일단 싱크대에 시원하게 던져 놓았다. 다시 냉동실을 탐색했다. 닭 가슴살을 발견했다. 어찌나 반갑던니 절로 '오! 닭가슴살이다'라고 환호를 질렀다. 생각 해보니 한 달 전쯤 동생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사놓았던 것이었다. 대충 유통기한을 가늠하고 먹기로 결정했다. 있는 거라곤 마늘, 닭가슴살, 카레 한팩이라니. 장을 보러 갈까 하다 식사시간을 놓쳐 애매해질 것 같아 말았다.
일단 닭가슴살은 칼집을 내어 우유에 담가 놓았다. 책상 맡에 로즈메리도 한 줄기 꺾어 함께 재웠다. 그 사이 마늘을 칼로 포슬하게 다지고 카레는 끓는 물에 데웠다. 팬에 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밥을 넣고 가볍게 풀어가며 볶았다. 마늘향이 고소했고 향긋했다. 카레를 끓이는 솥에는 수증기가 송풍구를 향해 올라갔고 집안의 온기도 살짝 더해져 괜히 더 아늑했다. 맛소금과 깨소금,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마저 휘리릭 볶았다. 그리고 팬에 닭가슴살을 구워냈다. 간단하지만 뭔가 근사한 한 끼 식사를 완성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흡족했다.
카레를 끼얹어 쫑쫑 썰은 엄마의 김장 김치와 식사를 시작했다. 한입 가득 크게 떠 넣은 밥이 괜히 감동적이어서 마음이 몽글거렸다. '이게 뭐라고 참'이라는 생각이 어쩐지 서글프기도 했다. 어쩌다 혼자 먹는 밥이 편하고 익숙해졌는지 싶으면서도 때때로 혼자 먹는 밥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예쁘게 담음새를 갖추는 부지런을 떨어본다면 혼밥이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우리, 혼자먹을 식사를 기쁘게 준비하자.
글과 사진 ㅣ 글리씨
소통은 @ likeg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