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조금 이른 아침을 열어 요리하던 기쁨을 잊고 산지 오래다. 고요하게 흘러가는 번잡스러운 일상을 살아가다 보니 그 즐거움의 존재가 까맣게 지워져 버렸다. 그렇게 영영 알아채지 못한 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따금씩 열지 않은 가게 문을, 조심스레 똑똑똑 두드려주는 이웃 덕분에 그 존재를 다시 발견하게 됐다. 꽤 운이 좋다.
"굿모닝, 가지랑 토마토 샐러드랑 이걸 넣어서 샌드위치도 좀 싸왔어요"
카페 단골손님으로 가까워진 그녀, 탐이다. 좋은 식재료를 사다 두어도 빨리 먹지 않으면 상하게 되니, 그럴 바엔 넉넉히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편이 낫다며 종종 함께 아침을 챙겼다. 처음엔 끼니를 챙겨주는 따뜻한 이웃이 있다는 것이 참 좋은 일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다. "서울살이에도 정 붙일만한 구석이 있구나"하면서.
별이 총총 박힌 키치 한 녹색 손수건을 풀고 흰색 사각 법랑 통을 열었다. 소담하게 그리고 단정하게 담긴 음식들을 보니 절로 행복이 번졌다. 누구든지 "나를 위해 준비한 요리" 앞에서는 무장해제되기 마련일 것이다.
"이건 가지랑 토마토로 샐러드를 한 건데, 살짝 볶아서 이렇게 먹으면 은근히 맛있어요"
"언니, 진짜 맛있어요. 덕분에 정말 제대로 식사를 챙기네요. 고마워요"
테이블 위로 치우침 없는 온정이 무리 없이, 둥둥 떠다녔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 했던가.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문득 이 행복을 아는 그녀는 '요리 베테랑'일 것이라고 감히 짐작했다. 만드는 즐거움을 누릴 줄 알고, 나눔으로 기쁨을 배로 즐기는 '요리의 진가'를 삶 속에서 실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리가 하고 싶어 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떠오르는 얼굴이 몇몇 있었고, 해주고 싶은 요리도 가볍게 스쳤다. 늦은 퇴근과 하루뿐일 휴일을 핑계 삼아 이 행복을 잊기로 작정했던 건 아닌 지하는 생각도 뒤따랐다. 결국 먹고 살려하는 일 아니였던가. 요리를 해야겠다. 시장에 가 장을 보고,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고, 함께 마주해 식탁을 공유하는 '요리의 진가'를 빨리 맛보고 싶어졌다.
"이번 주말엔 어떤 요리를 할까?"
사진과 글 ㅣ @likeg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