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리 Sep 05. 2017

덕분에, 출간 준비중입니다.



1년 전쯤, 고수리 작가님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읽고 처음 브런치를 알게 됐어요. 우연히 거래하는 카페에 갔다가 제목에 끌려 가볍게 책 등을 잡아당긴 게 고작가님 책이었죠. 저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깜깜한 밤에 스미는 달빛이 얼마나 진한지 잘 알아요. 늦여름부터 추수시기가 가까워질 때까지는 벼들도 잠을 자야 알곡이 여물기 때문에 가로등을 꺼 두는데, 이맘때는 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평소보다 깜깜해요. 그런데도,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다닐 수 있었던 건 정류장에 마중 나와 있는 엄마와 달빛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짙은 어둠에 노란 달빛이 드리우면 차분한 남색 세상이 되는데요.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참 많이 했어요. 부는 바람에 계절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을 때여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때가 떠올라요.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라니"


찰나에 제목을 보고 마음을 홀딱 빼앗겼어요.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욱이 이렇게나 멋진 문장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너무 반갑고 명쾌해서 자꾸 입에서 "와"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어요. 선채로 한 꼭지를 읽고 나니 '퇴근 후엔 이 책을 사러 서점에 들러야겠다' 싶더라고요. 솔직한데 노골적이지 않고, 슬픈데 따뜻한 거예요.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 어느새 읽어 내려가는 글에 마음이 닿아 있더라고요. 전철에서 읽다가 눈물바람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요. 그러다가도 사소하게 웃음이 터지거나, 미소가 번지게 되기도 했고요.


그렇게 울고 웃으며 읽어 내려가다가 브런치 수상 후 출간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작가님의 글을 더 읽고 싶다는 마음에 브런치에 가입을 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글 쓰는 일이 삶에 큰 활력이 되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배우면서요. 그렇게 한편, 한편 써 내려간 글들이 모여 올해 은상을 수상하게 된 거예요. 참 신기하지요? 아마도 부족한 글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애정으로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시작도, 꾸준히 써 내려갈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하나 감사드릴 것이 있는데요. 내년 초쯤 푸드 에세이집으로 만나 뵐 수 있게 되었어요. 오늘, 마저 출판 계약을 마쳤고 올 말까지 부지런히 준비할 예정이에요. 출판 제안을 받았을 땐, 고민이 참 많았어요.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분량에 대한 걱정부터 소재와 글쓰기의 스킬 등등 셀 수없더라고요. 그런데 두세 번의 테스트 기간을 거치면서 제가 걱정해야 하는 건, 잘 쓴 글보다 좋은 글을 써 내려가고자 하는 책임감과 다정하고 솔직한 글을 용기 있게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능성은 테스트 후 계약을 통해 확인받았으니, 앞으로 최선을 다해 그리고 마음을 다해 쓰는 일만 남은 것 같아요.


다시 한번, 고작가님과 브런치, 애정으로 읽어주신 독자님들 너무나 감사드리고요.

편집장님, 좋은 기회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정하고, 솔직한 글로 보답할게요 :-)


감사합니다.




글과 사진 ㅣ 정보화  @likeglly

매거진의 이전글 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