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것부터 성격까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 없다 여겨지는 우리는 자매의 운명을 타고났음에도 가깝게 지내는 법이 별로 없었다. 옷 입는 스타일도 달라 같이 쇼핑을 하러 나가는 날이면 금세 피곤을 느끼고, 커피 한잔하려 마주 앉은 날에는 역시나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해 속상하기 일쑤였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언니, 같이 여행 갈까"
"어디로 가고 싶은데?"
"일본?"
"일본?"
그렇게 우리는 함께 비행기를 탔고 낯선 도쿄에 발을 내디뎠다. 고작 3시간 반을 날아왔을 뿐인데 공기의 냄새, 소리의 모양이 확연히 달랐다. 온몸으로 일본에 도착했음을 인지한 순간, 우리는 서로를 보며 세어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아마도 친하지 않다 생각했던 우리가 이곳에선 제일 가까운 사이일 테니 말이다. 오로지 의지할 곳이라고는 우리 둘 뿐이라는 사실이 엄청난 결속력을 발휘했고 나름의 비장함을 품게 했다. 그렇게 여행이 시작됐고 우리는 4일 밤낮을 붙어 다녔다. 매 끼니를 함께 하고 같은 곳을 향해 걸었다. 그 사이 마음에 있던 소소한 이야기들이 서로에게 가 닿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서운했던 순간과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운 순간들, 가족이어야만 알아먹을 만한 에피소드까지. 이미 훨씬 지나간 이야기지만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던 것들을 덤덤하게 나눴다.
도쿄도청에 야경을 보러 가는 길. 우연히 치즈 타르트로 유명한 B매장을 발견했다. 줄이 얼마나 긴지, 그 매장의 명성을 몰라도 당장에 줄을 설 만큼 작은 매장의 아우라는 대단했다. 타르트 냄새가 온 역사 안을 가득 채웠다.
"언니! 6개가 한 박스네. 한 박스 살까?"
"나는 한 조각이면 될 것 같아!"
"그럼 나는 두 조각, 그런데 한조각은 부족하지 않겠어?
"에이- 그래 봤자 치즈 타르트가 다 똑같지. 부족하면 근처에서 사먹자"
호텔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하루의 고단함을 흘려보내고 저녁에 산 치즈 타르트를 꺼냈다. 적당히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어깨 위 두툼한 수건에 얹은 젖은 머리카락이 개운했다. 고슬 고슬 침대 위에 아빠 다리를 하고 마주 앉았다. 그러고는 봉긋한 타르트를 베어 물었다. "절로 콧바람을 타고" 으음- 흠-" 길게 흘러나오는 나오는 감탄이 그 맛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했으리라. 한 조각뿐이라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아! 한 조각 더 살걸!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거봐! 아쉽지?"
생각해보면 한 조각의 아쉬움이 딱 좋았다. 뭐든 맛있어 넉넉히 먹는 날이면 이전보다 못할 때가 더 많았기 때문에. 아쉬웠던 만큼 이때의 여행을 추억할 때면 치즈 타르트가 먼저 생각난다. 분명 최고의 맛이었다.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풍미와 식감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변함없는 생각은 '그래 봤자, 치즈 타르트!'
우리도 그랬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닮은 구석이 하나 없는 것 같아도, 그러다 점점 살가워지지 않은 사이가 됐다 하더라도 우린 자매였다. 늘 아쉬운 사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애틋한 사이, 마치 이날의 한 조각, 치즈 타르트처럼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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