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정리하며 남기는, 짧은 메모.
금귤향이 번지면 겨울이 서서히 물러간다. 아렸던 찬 바람이 둥글게 무뎌지고, 녹은 틈 사이로 흙냄새가 피어오른다. 봄이 도래한 것이다. 제철 음식은 계절의 경계 없는 때를 알린다. 몇 월, 며칠로는 차마 다 설명할 수 없는 날들이 있다. 어렴풋하고 모호한 관념처럼 느껴지지만 제철음식을 즐기는 동안에는 저절로 호응하게 된다. 이보다 더 또렷할 수 없어서. 때로는 감각이 이성보다 더 우세하다.
금귤청의 제철은 짧다. 그래서 봄의 장면을 더욱 강렬하게 건져 올린다. 산뜻하고 쾌적한 향, 단단한 과육이 뭉그러지며 새어 나오는 달콤 쌉싸름한 맛, 콧길 따라 번지는 꽃향기, 풀향기, 감귤향이 한데 어우러져 봄을 한껏 몰고 온다. 작디작은 한 알이 참 야무지게도 계절을 품는다.
3월에 만들어 다음 봄이 올 때까지 두고두고 먹는다. 냉장고 깊숙이 넣어두면 끄떡없다. 혹독한 8월의 한 여름,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0월, 세상이 꽁꽁 얼어붙는 12월 언저리에도 초봄의 감각을 이따금 깨워낸다. 날짜는 아무렴 상관없다.
*recipe
금귤청은 에이드나 차로도 훌륭하지만, 깨끗하고 고소한 치즈와 곁들이면 한층 세련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바닐라, 버터와도 잘 어울려 아이스크림이나 파이와 곁들여도 좋고, 쌉싸름한 잎채소와도 잘 어울려 드레싱으로 활용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1. 간식
호밀 블록 위에 리코타 치즈와 금귤청 과육을 차례로 올리고, 청을 반 스푼 끼얹는다.
간단하고 근사한 요깃거리가 된다.
2. 드레싱
올리브 오일 2T, 금귤청 1T, 화이트 발사믹 1T, 소금과 후추 약간을 섞으면 가볍고 산뜻한 드레싱이 된다.
계절에 따라 청을 바꿔도 좋다.
3.아이스크림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올리브오일 1T, 금귤청 1T 을 끼얹으면 산뜻하면서도 깊은 바닐라 풍미를 배로 즐길 수 있다.
@사진과 글ㅣ@heyg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