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전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구조(식품 제조업)를 바꾸는 첫 단추다. 오랫동안 이어온 가장 익숙한 일을 더 이상 해오던 방식 그대로 반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다. 기존의 인식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 보고, 낯설게 다가가겠다는 것. 비로소 되고 싶었던 우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지금을 빌어 가져 보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자리를 정리하고 새 자리를 채비하는 일은 물리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녹록지 않다. 몇 번이나 겪은 일인데도 좀처럼 익숙해지기 어렵다. 철거와 시설 정비, 행정 절차와 시스템 세팅까지, 아직도 산 넘어 산이다. 사실 그동안은 이 선택을 가능한 피해보려 이리저리 묘책을 궁리해 왔다. 그러나 핵심을 비껴서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결국 비용과 시간, 에너지가 모두 바닥을 드러낸 끝에야, 가장 미루고 싶었던 선택을 돌파구 삼아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인간은 참으로 안일하다. 알면서도 고통을 피하려 안간힘을 쓰며 온몸을 비튼다. 분명 덜 고통스러운 길이 있을 거라 믿으며 조그만 잔머리를 굴린다. 그러나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고, 가야 할 길은 지나야 한다. 과정없는 연금술이 통할 리 없다. 만약 그런 것이 통한다고 믿었다면, 아마 삶의 장르부터 달라졌을 것이다.
자고로 선택지가 완전히 소거될 때라야 간절함이 진하게 우러난다. 그때서야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손바닥으로 가리던 하늘이 두 눈을 가득 채우는 순간이다. 오늘의 결정이 최선이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격렬하게 거부했다. 책임과 의무가 더 과중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히 버거웠고, 감당할 여력도 바닥나 있었다. 유일한 방책을 온몸으로 밀어낸 셈이다. 하지만 진짜 소중한 것을 잃을 위기가 턱 끝까지 차오르면, 번뜩 정신이 또렷해지고 불쑥 용기가 솟아오른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생존본능의 버튼이 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