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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처음 보는 사람이면 다 좋다지

by 김콤마

오늘의 말씀

으, 으.

—억돌이가 사람 부르는 소리



묵상

억돌이(8개월)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새로 보는 사람을 좋아해요. 맨날 엄마, 아빠랑 붙어 있어서 그런지 밖에 나가면 엄마, 아빠한테는 별로 관심 없습니다.


억돌이가 사람 부르는 소리가 있어요. 으, 으, 하고 ‘으’ 소리를 두 번 끊어서 냅니다. 항상 똑같진 않지만 대체로 비슷한 소리를 내요. 엘리베이터 같은 데 타면 자기가 안 불러도 사람들이 보니까 소리 안 내고, 아기띠에 앉혀서 산책 다니면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렇게 부릅니다.


오늘 마트에 갔는데요, 유모차에 태워서 계산대에 서 있으니까 옆줄에 서 있는 아줌마 등을 보면서 또 으, 으, 를 하는 거예요. 그 아줌마야 억돌이가 자기한테 그런 소리 내는지 모르니까 돌아보지 않았죠. 그러자 억돌이도 쿨하게 포기합니다.


가끔은 그럴 때 억돌이가 부르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인사라도 시켜줘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아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결정적으로 저는 낯선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얘가 아직 아기라서 이 사람, 저 사람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또 어디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유전자를 물려받거나 돌연변이가 생겨서 사람을 이렇게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근데 앞으로도 쭉 사람 좋아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저는 낯도 많이 가리고 썩 붙임성 있는 편도 아니라서 멀찍이서 다른 사람들 보면서 나도 저렇게 아무 하고나 잘 어울릴 수 있으면 인생이 더 재미있겠다, 하고 아쉬워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억돌이는 넉살도 좋고 숫기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모는 자기가 못 이룬 걸 자식한테 바란다더니 정말 그렇네요.



기도

억돌이가 아무나 좋다고 덥석 따라가진 않는 야무진 아이로 자라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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