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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Apr 18. 2020

바쁜 벌꿀, 아니, 꿀벌 모드입니다

나는 요즘 내 인생에서 최고로 바쁘게 살고 있다. 얼마나 바쁜가 하면 그 좋아하는 게임을 한 달에 고작 서너 시간 정도 밖에 못 한다. 아니, 안 한다. 안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려면 할 수 있지만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거니까.


뭐 하는데 그렇게 바쁘냐면 읽고 쓰느라 바쁘다. 일하고 애 보고 남는 시간을 책과 글과 인스타에 다 쏟아붓고 있다. 일주일에 책을 두 권 정도 읽고 매일 이코노미스트, 뉴요커, 쿼츠, 와이어드, SNEK 등등에서 관심 가는 기사를 출력해서 읽는다. 그리고 책에서 읽은 인상적인 문장 혹은 내 머릿속에 있는, 남들한테 보여줘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을 매일 인스타에 올린다. 틈틈이 인스타를 누비며 좋아요를 마구 찍고 내 포스트에 달린 댓글에 대댓글을 다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러면 정말 다른 걸 할 시간이 없다. 아침 6시에 아이와 같이 일어나서 저녁 11~12시에 아이 옆에서 잠들 때까지 게임 할 시간도, 넷플릭스 볼 시간도 없다.


얼마 전에 아내가 그랬다. “오빠 요즘 읽기 중독인 거 같아.” 그러고서 며칠 후에 또 그랬다. “오빠, 좀 쉬엄쉬엄 해.”


세상에, 내가 쉬엄쉬엄하라는 말을 다 듣다니. 나는 적당주의자다. 뭐든 적당히 성실하게 한다. 열과 성을 다 바치지 않고 적당히 쉴 거 다 쉬면서 한다. 연애 때 아내는 나의 그런 성격에 불만이 좀 있었다. 일을 더 빡세게 하길 바랐다. 아내는 열심히 살고 또 약간은 완벽주의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그랬다. 하지만 결국엔 체념했다. 그냥 나는 이런 인간이란 걸 받아들였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아내한테 쉬엄쉬엄하란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있다. 왜?


돈 나오는 구멍을 키우려고.


번역으로는 부자가 되기 어렵다. 번역료가 아무리 오른다고 한들 한계가 있다. 맨날 책 안 팔린다고 앓는 소리 하는 출판계인 만큼 출판사의 소득에 한계가 있으니 그 돈을 받고 사는 번역가의 소득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출판 시장에 호황이 오면 또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내가 보유한 주식이 수억 원대가 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그리고 바로 그게 내가 요즘 열심히 읽고 쓰고 인스타를 하는 이유다. 출판계와 투자계의 베스트가 되기 위해.


출판 시장이 불황이라도 수만, 수십만 권 팔리는 베스트셀러는 항상 나온다. 베스트셀러 만드는 법? 글 열심히 쓰고 홍보 열심히 하면 된다. 아니, 그런 거 안 하는 작가가 어딨냐고? 물론 그렇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안 쓰고 홍보 안 하는 사람에게 베스트셀러는 영원히 남의 얘기다. 쓰고 홍보하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나는 그 기본을 하기 위해 인스타를 시작했다. 인스타에 매일 쓰면서 나란 존재를 알린다.


내 글을 쓰려면 남의 글도 읽어야 한다. 그래야 견문이 넓어지고 표현력이 확장된다. 또 남이 쓴 좋은 글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콘텐츠가 된다. 그래서 나는 매일 남의 책을 읽고 느낀 바를 인스타에 올린다. 가끔 내 생각도 올리고.


브런치만으로는 안 되냐고? 브런치도 좋은데 기왕이면 나를 알리는 창구를 하나 더 만들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바람에 브런치는 좀 소홀해졌지만 지금은 인스타 초반이라 그렇고 결국엔 둘 사이에서 균형이 잡힐 것이다.


그렇게 SNS에서 꾸준히 글 쓰면서 내 존재를 알리고 구독자와 팔로워를 늘려서 내 영향력이랄까 홍보력을 키우는 게 지금 내가 열심히 사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게 해서 결국에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것이다.


내가 요즘 열심히 사는 두 번째 이유는 말했다시피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다. 부자가 되려면 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는 불로소득이 나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불로소득이 최고야!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이 굴러들어오잖아! 돈, 돈, 돈!


부동산은 내가 현금을 수억 원씩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출 땡겨서 투자까지 할 배짱은 없어서 논외로 치고 지금까지는 한국 주식에만 조금씩 투자하고 있었다. 근데 작년 말에 미국 주식 시장에 들어갔더니 여기는 신세계다. 백 년 천 년 찔끔찔끔 오르다 주저앉는 코스피와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좁게는 미국, 더 넓게는 세계적인 흐름을 읽기 위해 이코노미스트, 쿼츠, 뉴요커, 와이어드 등에서 기사를 읽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니 뉴욕타임스니 블룸버그니 하는 다른 언론사 기사도 읽고 싶지만 그걸 다 읽을 시간도 부족하고 또 앞의 4개도 뒤의 3개도 모두 돈 내고 읽어야 하는 서비스라 구독료 부담이 있어서 그러지 못하고 있다. 다만 뉴요커와 와이어드는 읽어보니 내가 원하는 기사가 많지 않아 구독을 해지하고 다른 매체로 변경할까 생각 중이다.


그리고 미국 주식에 더 비중을 뒀을 뿐 국내 주식에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SNEK에서 국내 주식과 경제 현황에 대한 분석 글을 틈틈이 읽는다. 또 투자와 관련된 책을 한 달에 한두 권씩 읽고 있다.


투자는 단순히 금전적 이익만 아니라 직업적 이익도 있다. 내가 번역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주제가 넓어진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 나는 재테크 서적의 번역을 맡았다. 그리고 투자 경험과 수익이 늘어나면 그쪽으로도 분명히 더 많은 글을 쓸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런 노력 끝에 나는 베스트셀러 인세 수입 + 주식 가치 상승 + 배당금 수입으로 부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니,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있다.


그러면 나는 왜 부자가 되려고 하는가? 쉬엄쉬엄 살기 위해서다. 맨날 놀면서 심심풀이로 일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다. 나만 아니라 내 가족도 그렇게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아내도 회사를 심심풀이로 다니고 아이도 학교를 심심풀이로 다니도록. 그렇게 다 같이 쉬엄쉬엄 살도록.


그런 얘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평일에 강가에서 한가롭게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아니, 지금 남들은 다 일하는데 이렇게 여유 부려도 되는 겁니까?” 그러자 낚시꾼이 반문한다. “선생님은 왜 일을 하십니까?” “돈 벌려고요.” “돈 벌어서 뭐하시게요?” “나중에 한가롭게 낚시나 하면서 살려고요.” 그러자 낚시꾼이 빙긋 웃으며 말한다. “저는 지금 그러고 있는데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지 말아라, 너무 돈돈 거리지 말아라, 뭐 그런 교훈을 주기 위한 이야기다. 근데 저 낚시꾼은 분명히 자기 명의로 수십억 짜리 건물을 갖고 월세를 받거나 수억 원대 주식을 보유했거나, 여하튼 일 안 해도 먹고살 만한 인간일 거다.


그렇게 든든한 자동수입원이 있으니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거다. 그렇지 않은 보통 사람들은 오늘 여유를 부리면 내일 여유를 부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까 기왕이면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조금이라도 더 에너지가 있을 때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래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불로소득원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나중에 여유 있게 사는 길이다.


이건 내가 20~30대를 여유 부리며 살아서 안다. 경제적 여유 말고 시간적 여유. 나는 너무 쉬엄쉬엄 살았다. 딱 적당히 먹고살 만큼만 일했다. 물론 일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서 그럴 때도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일을 적당히 여유 있게 받았다.


하지만 그런 여유가 진짜 여유가 아니란 걸 그때도 잘 알았다.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는 번역료 인상률을 생각하면 그런 식으로 계속 살 수는 없다는 걸 잘 알았다. 다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별개라서 쉽게 태도가 고쳐지지 않았을뿐.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열심히 사는 게 기본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눈치가 보여서라도 여유만 부리고 살 수는 없었다. 회사 생활이 얼마나 고된지 간접적으로 체험하니까 더욱 그랬다. 그래서 일도 좀 더 열심히 하고 브런치도 개설해 꾸준히 글을 썼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번역서가 아닌 저서 출간 계약을 맺고 결국에는 내 책이 나왔다. 전자는 내게 더 큰 책임을 부여했고 후자는 내가 그 책임을 이행할 방법이 번역 외에도 존재한다는 걸 알게 했다. 내 새끼가 더 편하게, 더 여유 있게 살게 만들어주고 싶었고 그 길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길에 내 40대를 걸어보기로 했다(사실 40대는 내년부터지만).


그러고 보니 예전에 아내가 사주를 보러 갔을 때 사주 아줌마가 온갖 질문을 하는 아내의 입을 막기 위해서인지 옆에 있던 내 생년월일시를 묻고는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한 우물만 파.”


“네? 바람피우지 말라고요?”


“아니, 지금 하는 일 계속하라고.”


그땐 평생 번역하라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계속 읽고 쓰라는 말이었다. 그러면 길이 열린다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더더욱 읽고 쓸 수밖에 없다. 잘됐다. 그건 내가 잘하는 일이면서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몸은 좀 고되도 마음은 편하니까.


그런 이유로 나는 요즘 내 인생에서 최고로 열심히 살고 있다. 나는 이 길이 옳다고, 그 길에 부와 명예와 지금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럼 된 거다. 내가 원래 의심이 많고 시도를 잘 안 하고 포기를 잘해서 그렇지, 일단 믿고 쭉 하는 건 또 다 잘한다. 번역이 그랬고 아내와의 연애가 그랬다. 지금 나의 수고도 그럴 것이다.


내 책과 처제가 주문제작한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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