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인스타에 빠졌다. 인스타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고 내가 그 속으로 일부러 몸을 집어넣고 있다. 왜? 언제일진 몰라도 다음에 나올 책 팔아먹으려고.
이번에 첫 저서를 출간하면서 내 이름만으로 홍보가 안 된다는 걸 느꼈다. 당연하지, 내가 유명한 번역가도 아니고 솔직히 저자로는 쪼렙, 더 심하게 말하면 좁밥이잖아. 아니, 이건 누가 나한테 그런 말을 했다는 게 아니라, 또 나 스스로를 비하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현실이 그렇다는 거다. 피식 웃으면서 쓰는 말이다. 좁밥인데도 책을 냈네, 잘했어, 하는 느낌으로.
이번엔 그랬지만 다음 책은 내 존재만으로 홍보가 되게 만들고 싶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 방송 같은 데 나가는 유명 인사가 될 수는 없겠고 SNS로 영향력을 키우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SNS 활동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에 인스타를 시작했고 3주째 1일 1포스팅 중이다.
현재 성과는 팔로워 154명, 좋아요는 포스팅당 70-100개 정도 찍힌다. 팔로우보다 팔로잉이 많지만 그건 차차 해결될 것이다. 3주 만에 이 정도면 내 기준에서는 출발이 좋다.
근데 난 작심삼주형 인간이다. 재미있게 하던 것도 3주 정도 지나면 시들해진다. 한 달을 못 채우고 그만두는 일이 많다. 인스타도 그럴 기미가 보인다. 아마 곧 ‘이게 의미가 있나?’ 타령을 시작할 것이다. 난 뭘 하든 의미 타령을 한다. 있던 의미도 질려서 도망갈 만치.
그렇잖아도 ‘이걸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한들 뭐 대단한 결과가 나올까?’라는 생각의 봉인이 이미 풀리기 시작했다. 근데 이번에는 그런 같잖은 생각에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내게는 성공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브런치에서 거둔 성공이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2년 반 정도 지난 지금 나는 구독자가 700명을 바라보고 있고 책 한 권을 출간했다. 이 정도면 대박은 아니어도 중박은 쳤다.
브런치를 운영하면서 처음 1년 반 정도는 이걸 계속 해, 말아, 고민했다. 애초에 큰 열의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반응도 별로 없었다. 그냥 혼자 글 쓰고 떠드는 기분이었다.
근데 계속했다. 나도 모르겠다, 왜 계속했는지. 뭔가 가능성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계속 글을 쓰다 보니까 더 쓰면 뭐라도 남겠다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덕에 포기 안 하고 버텼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라이킷이 늘고 구독자가 늘었다. 그러더니 출간 제의가 들어왔고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어제 첫 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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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다시피 이건 성공이다. 번역가 생활 13년 만에 내 첫 저서가 나왔다. 번역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고 브런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목표라기보다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하는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근데 버티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런 성공의 경험이 있으니까 나는 앞으로 인스타를 꾸준히 운영할 것 같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꾸준히 하면 팔리는 요리가 된다는 걸 직접 체험했으니까. 그러고 보면 번역가로, 프리랜서로 10여 년을 살았더니 업계에서 그럭저럭 인정받는 위치에 왔다는 것도 성공의 경험이다. 다행히도 나는 적당주의자라 업계 최고가 되는 대성공이 아니라 이 정도만 해도 성공으로 여긴다.
그러니까 내 인스타는 성공할 것이다. 그러면 그 성공이란 무엇인가. 성공하는 사람들은 뭐든 시작하기 전에 구체적인 성공의 조건을 정한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내 인스타의 성공 조건은 이렇다. 팔로워 10,000명, 평균 좋아요 1,000개. 팔로워가 10,000명이면 내 다음 책이 나왔을 때 그중 30퍼센트에게만 노출된다고 해도 3,000명에게 노출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좋아요를 찍어주는 사람 중 30퍼센트만 내 팬이라 해도 책이 기본 300권은 팔릴 것이다.
더욱 좋은 건 인스타가 바이럴 효과가 큰 플랫폼이란 점이다. 내가 요즘 #북스타그램 태그를 팔로우하면서 매일 어떤 글이 올라오는지 보는데, 그때그때 인스타에서 핫한 책이 존재한다. 똑같은 책이 여러 사람의 포스팅에 등장한다. 그건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이 괜찮다고 하니까 나도 한번 봐야지’ 하는 심리의 작용인 것 같다. A가 보니까 B가 보고 B가 보니까 C가 보면서 어떤 책이 요즘 인스타에서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은 다 보는 책이 되는 거다.
그러니까 내 두 번째 저서가 나왔을 때 팔로워가 10,000명인 내 계정에 딱 올리면 그게 퍼지고 퍼져서 인스타에서 핫한 책으로 등극하고 또 그게 퍼져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행복 회로가 가동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때까지 꾸준히 인스타를 할 거다. 브런치에서 성공했으니까 인스타에서도 성공할 거다.
성공의 경험이 또 다른 성공을 만든다. 성공의 경험은 또 다른 성공의 밑거름이자 밑그림이 된다. 인스타에서 성공해서 증명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