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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Apr 05. 2020

라이킷 100개 돌파 소감

내가 보름 전에 쓴 <브런치 오래 하려면 OO을 끄세요>에 라이킷이 어디 보자, 그새 또 올라서 141개네? 글 내용은 굳이 링크 클릭해서 보러 갈 것도 없다. 그냥 알림 끄고 글이나 열심히 쓰라는 거다.


끽해야 라이킷 20개 박히면 많이 박히는 브런치에 순식간에 라이킷 100개 돌파한 글이 생기다니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소감을 말하자면...


“내가 그날은 정말 성령님 받아야겠다, 오늘 내가 성령 못 받으면 안 내려온다 그렇게 각오하고 기도원 올라갔어요. 주여, 성령 부어주시옵소서, 성령 부어주시옵소서. 근데 처음에는 그냥 마음이 밍숭밍숭해. 아무런 감동이 없어. 근데 내가 뭐랬어요? 성령 못 받으면 안 내려간댔지? 그래서 계속 기도했어요. 주여, 성령의 불을 내려주시옵소서! 그렇게 계속 성령 불, 성령 불, 하고 있는데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어. 갑자기 가슴이 뜨끈뜨끈해지는 거야. 그러면서 성령님이 들어오셔. 근데 그 정도로는 성에 안 차잖아. 더더더 기도했지. 성령이여, 임하소서! 불처럼 임하소서! 그러니까 성령님이 갑자기 가슴을 확 열어젖히고 막 들어오시는 거야. 막 가슴이 벌렁거리고 온몸이 벌벌벌 떨리고 그러다가 갑자기 바람이 쉭 불면서 몸이 벌러덩 드러눕더라고. 그때부터는 와, 이거 내가 감당을 못 하겠다, 이건 내가 못 버티겠다! 그래서 주여, 주여, 그만 부어주소서, 이제 됐습니다, 그만 부어주소서! (빙긋 웃으며 좌중을 둘러본 후) 오늘 밤 여러분에게도 성령님의 강력한 역사가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아멘? (좌중: 아멘!)”


뜬금없이 웬 부흥사 멘트인가? 라이킷 100개 돌파할 때 내 기분이 그랬거든.


라이킷 100개 찍는 거, 교회 다니는 사람이 성령 충만하길 바라는 것처럼 브런치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거다. 아닌 척해도 다 안다. 나도 그러니까.


그렇다고 내가 라이킷 100개 못 받으면 브런치 지박령이 되겠다는 각오로 글을 쓴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늘 ‘라이킷 내려주소서’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고, 솔직히 말하는데 라이킷 막 50개, 70개씩 박히는 작가들 질투했다. 괜찮아, 질투야말로 우리가 글을 쓰게 하는 힘이니까.


근데 저 글은 처음부터 기세가 남달랐다. 브런치 들어올 때마다 라이킷이 후두둑 박혀 있었다. 30개를 금세 돌파했다. 흐뭇했다. 근데 그러니까 사람이 더 기대를 하게 되잖아? 그래서 ‘더 부어주소서!’ 했지. 40개 돌파. 50개 돌파.


라이킷 60개 달성! 한데 이쯤부터는 좀 부담스러웠다. 왜냐하면 나는 내게 라이킷해주는 분들 브런치에 일일이 들어가 보자는 주의인데 단시간에 라이킷이 너무 많이 찍히니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안 그래도 요즘 브런치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니까 누가 라이킷 찍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에게 대댓글 다는 것만 해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니까 마음 한편에 ‘그만 부어주시옵소서!’ 하는 거리낌이 있었다. 이 속도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속도였다. 맨날 평지에서만 자전거 타다가 나도 모르게 내리막에 들어선 느낌. 브레이크, 브레이크!


근데 저 그만 부어 달라는 말 반은 뻥이다. 낯설고 부담스러워서 이쯤에서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긴 해도 반대로 계속됐으면 하는 마음 역시 존재한다. 왜냐하면 좋거든. 짜릿하거든. 흥분되거든. 가슴이 막 활활 타오르거든. 처음 내리막 탈 때 넘어질까 무섭지만 재미있잖아!


그래서 라이킷이 90을 찍고 정체됐을 때는 더더욱 열심히 브런치에 들어왔다. 언제 100 넘는지 보려고. 그런 마음을 아는지 브런치는 라이킷 100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역시 100개는 무리였나, 체념했다. 그랬더니 또 나를 약 올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단숨에 100 돌파, 그 후로 또 꾸준히 라이킷이 증가했다.


그 느낌? 현자 타임이 왔다. 뭐든 그렇다. 뭔가 절정을 경험하고 나면 갑자기 만사가 부질없고 귀찮게 느껴진다. 부흥회에서 오밤중에 너도 나도 다 함께 막 울고 불고 하면서 하나님 귀머거리라도 만들 기세로 악을 써 가며 기도하고 나서 다음날 집에 오면 더 열심히 기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누워서 자고 싶은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자 타임의 어원이 뭔가. 남자들이 야동 보면서 사정하고 난 후 이게 뭐하는 짓인가, 다 부질없는 짓이로다, 하는 자괴감이랄까 깨달음을 느끼며 야동을 삭제하는 순간을 뜻한다.


라이킷 100개 찍고 난 기분이 그와 비슷했다. 글 쓰는 게 부질없는 짓으로까지 느껴지진 않았지만 귀찮았다. 쓰고 싶은 의욕이 없었다. 브런치도 잘 안 들어왔다. 마침 인스타를 새로 시작해서 인스타만 뻔질나게 들락거렸지.


근데 현자 타임은 오래가지 않는다. 삭제했던 야동 며칠 지나면 또 받는다. 현자 타임이 막 한 달씩 가고 그러면 야동 업계 벌써 문 닫았지.


브런치 현타를 깬 건 아이러니하게도 브런치 글이었다. 내 글에 라이킷해준 분들 브런치를 둘러보다가… 눈을 의심했다. 잠깐, 이 글 라이킷이 90… (눈 비비고) 900… 뭐야 900도 넘고 좀 있으면 1,000이잖아! 정말 그랬다. 그 작가님 글은 라이킷이 몇 번만 더 받으면 천이었다. (지금 다시 보니까 라이킷 천 개 돌파!)


그래서 나 자신을 점잖게 타이를 수밖에 없었다.


“현자 타임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야이 새끼야, 써 써 더 써, 소처럼 써!!!! 오늘부터 글쓰기 부흥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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