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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Jan 17. 2023

저성장이란 말장난에 대하여

<비즈니스의 미래> 리뷰


그놈의 성장은 언제쯤 만족할 만큼 이뤄지는 걸까요? 안 그런가요? 복지 좀 늘리자 하면 맨날 경제가 어쩌구저쩌구, 저성장이 이러쿵저러쿵.


복지는 저에게 중요해요. 왜냐하면 나는 벌이가 시원찮거든. 앞으로 100년은 더 살 예정인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든든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거죠.


이 책은 성장지상주의자들이 말하는 저성장 논리를 깨부수면서 시작합니다. 경제 성장이란 풍요를 확대하는 것인데, 이미 우리는 충분히 풍요롭다는 것이죠. 물론 여전히 빈곤 문제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풍요로운 사회예요. 여기서 풍요를 늘린다고 한들 얼마나 늘릴 수 있겠고, 그게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어요. 그러니까 저성장은 당연합니다. 저자는 저성장이라고 하지 말고 ‘성숙'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사회가 더는 성장하기 어려울 만큼 성숙했다는 뜻이니까요.


그렇게 경제적으로 성숙한 사회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지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문화입니다. 그런 문화는 노동과 여가가 구별되지 않을 때, 다시 말해 일이 곧 놀이가 될 때 가능해져요. 그래서 우리가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게 권장돼야 한대요. 개개인이 충동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시도를 뒷받침하려면 그 시도가 성공하지 못해도 먹고살 수 있는 경제적 버팀목이 필요하고, 그것은 보편적 기본 소득의 형태로 제공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 제목만 보고 자본주의 시대에 개인적으로 더 수익이 쏠쏠한 미래를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했어요. 하지만 웬걸, 이 책은 현재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더 나은 복지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구상을 제시합니다. 돈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이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이야기하죠. 그게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 책은 각종 통계를 비롯해 여러 객관적 근거를 들어 주장의 타당성을 증명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작년 대선 이후 항상 마음에 불만과 분노가 도사리고 있다가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불만과 분노가 타당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의 뿌리가 되는, 내가 바라는 더 나은 사회를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그려봄으로써 위로를 받았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어차피 세상은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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