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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May 25. 2023

수짱과 나의 어정쩡한 삶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 리뷰













마스다 미리가 그린 수짱과 나는 구체적인 삶의 형태(30대 미혼녀 vs 40대 기혼남)와 고민의 내용은 다르지만 삶에 임하는 태도가 비슷해 깊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언제나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끊고 싶어도 안 끊긴다. 입은 수시로 침묵해도 머리는 무시로 소란하다.

타인의 사소한 행동과 말에 공연히 의미를 부여한다. ‘왜 이모티콘을 안 넣었지? 화났나?’ ‘이거 나한테 마음 있어서 준 건가?’

항상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더 넓게 보자면 지금 잘 살고 있는 건지 따져본다. 즉, 수시로 자기객관화를 시도한다.

그 자리에서 대응하지 못하고 나중에 되씹으면서 아쉬워하거나 후회한다

싫어도, 화나도 티를 잘 안 낸다. 그런 감정을 표출하는 게 옳은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감정적 대응을 가로막는다.

혼자서 조용히 생각을, 그리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즐겁고 필요하다.


답답한 성격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긴 걸 어쩌겠는가. 답답한 자들끼리 느끼는 공감대가 있다. 그래서 당근으로 권당 3000원에 사 온 수짱 시리즈를 4권까지 내리 읽고 시리즈 5권을 포함해 20종이 넘는 마스다 미리의 나머지 책을 사서 볼까 빌려 볼까 고민 중이다.


수짱도 나도 그리 답답하지만 무탈하게 산다. 원체 고민이 많고 조심스럽기에 큰 사고 안 치고 별일없이 산다. 조심스럽다는 말은 대범하지 못하다는 말이고 그러니까 어정쩡하게 산다. 수짱은 싫어하는 사람을 쳐내지도, 좋아하는 사람을 끌어당기지도 못하며 연애하고 싶은 싱글로 어정쩡하게 살고, 나는 번역에도 육아에도 뜨뜻미지근하고 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창작 활동에도 과감히 시간을 쏟지 못하며 어중간한 창작자로 산다.


그러나 우리는 이 어중간한 삶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을 살아내고 돌아보고 정리하며 소소한 기쁨과 낙심이 교차할 뿐이다. 어정쩡하지만 그래서 무탈한 삶에 적당히 만족하며 다만 지금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 고민하고 가능하면 조금씩 개선할 뿐이다.


어정쩡하고 무탈한 삶, 나는 그 잔잔함이 싫지 않다. 내 삶은 잔잔한 강물로 흐른다.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 (국내 출판 연도 기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2012)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2013)

아무래도 싫은 사람 (2013)

수짱의 연애 (2013)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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