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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Jun 04. 2023

출판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중쇄 찍는 법』 리뷰

‘이딴 걸 책으로 팔아먹을 생각을 했다고?’


출판사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온 내 두 번째 책의 원고를 다시 읽고 느낀 감정이다. 출판사에서는 그저 몇 꼭지 더 써 달라고만 했지만 그래서 될 수준이 아니었다. 온라인에 무료로 게시하면 모를까, 책으로 팔기엔 마치 눈, 코, 입을 찍찍 선으로만 그어 놓은 초상화처럼 부실했다. 내 쪽에서 먼저 전면 수정을 제안했다.


그래서 틈틈이 원고를 뜯어고치는 와중에 『중쇄 찍는 법』을 만났다. 2021년에 『날마다, 출판』으로 1인 출판사 대표의 마음가짐과 구체적 경영론을 공개한 멀리깊이의 박지혜 대표의 신간이다. 이번 책에서 그는 그간 중쇄율 70퍼센트를 기록한, 즉 출간한 책 중 70퍼센트가 1쇄(약 2000권)를 모두 소진하고 새로 인쇄된 경험을 토대로 재쇄의 비결을 말한다. 그 비결은 ‘전복성 2, 충실성 7, 미래지향성 1’이라는 공식이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바로 이렇게 무슨 소리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전복성'이다. ‘충실성’은 돈을 주고 사서 봐도 아깝지 않을 만큼 내용이 탄탄한 것, ‘미래지향성’은 독자를 더 나은 미래로 안내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현재 보완 중인 내 원고는 중쇄를 찍을 만할까?


피칠갑 소설들을 ‘섬뜩한’ 비유가 담긴 ‘다정한' 문장으로 소개하며 독자에게 영감과 위로를 전하고(전복성?)

단순히 줄거리만 정리하지 않고 다른 책, 드라마, 영화와 관련성을 밝히며 작품이 우리 삶에 던지는 질문을 이야기함으로써(충실성?)

독자가 삶의 방향성을 생각하게 하는 것(미래지향성?)


이것이 책의 콘셉트다. 이대로 실현만 된다면 중쇄의 공식에 부합하지 않을까?


단, 아직 내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간절함'이다. 박지혜 대표는 ‘내가 이 책을 꼭 만들어서 독자들에게 건네야겠다’라는 간절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평소 성격 자체가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라는 식이다. 초고가 그 모양으로 나온 이유도 ‘책이 팔리면 좋고 안 되면 말고'라는 허술한 마음으로 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왜 내야만 하는가?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중쇄 찍는 법』은 출판사 경영자의 관점에서 쓰였지만 출간을 목표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 과연 자신이 팔릴 만한 책을 쓰고 있는지 점검할 근거를 제시하는 책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이라는 스테디셀러 투자서가 있는데 손바닥 만한 크기의 『중쇄 찍는 법』은 ‘출판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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