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어두운 밤을 지나는 중이다. 육아는 사람의 정신을 그토록 피폐하게 만든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 친구가 말했다.
“주먹을 살짝 쥐고 눈앞에 갖다 대봐. 이제 새끼손가락만 조금 펴봐. 뭐가 보이나?”
해보면 알겠지만 빛이라곤 한 점으로 밖에 안 드는 캄캄한 터널이 보인다.
“그게 이제부터 니 인생이야.”
새끼, 과장은. 하지만 이제 곧 육아 6년 차, 겪어보니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이쯤 됐으면 나도 육아인으로서 레벨이 제법 올랐다. 문제는 나 혼자만 레벨업을 하는 게 아니란 것. 몬스터, 아차차 실수, 아이도 레벨업을 한다. 그래서 이 게임은 절대로 쉬워지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누가 도전을 원한다고 했지? 나는 아니다. 나는 평소에 게임을 할 때 레벨을 잔뜩 올려서 저렙 몬스터들을 마구 사냥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이 육아라는 게임에서 언제나 사냥을 당하는 것은 나다. 일반적인 게임은 몬스터의 공격 패턴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어떻게든 깰 수 있다. 하지만 육아에서 몬스터, 아니, 아이의 공격 패턴은 종잡을 수가 없고 시시각각 달라진다. 그러니 공략이 불가능하다. 너무 어렵다.
게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개발자가 게임을 어렵게 만들고 싶을 때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몬스터의 피통(체력)을 무지막지하게 늘리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리 때려도 안 쓰러진다. 치사한 수법이다.
그리고 치사함으로 따지자면 육아야말로 최강이다. 아이의 체력은 날로 늘어난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만 5세를 코앞에 둔 첫째는 이제 낮잠을 안 잔다. 안 자고 종일 놀아도 쌩쌩하다. 반면에 만 40세를 넘긴 나는 나날이 체력이 떨어진다. 이제는 그냥 종일 누워 있고 싶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면 “어휴휴휴” 신음이 절로 나온다. 기왕에 아이를 낳으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낳을 일이다.
많은 사람이 이 게임의 난이도가 고작 노멀이나 하드 정도인 줄 알고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알게 되지. 하드를 넘어서는 인페르노, 즉 불지옥 난이도라는 걸. 그러나 이 게임은 리셋이 없다. 시작하면 끝까지 가는 거다. 부디 나의 몬스터가 무럭무럭 자라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살길 기원하며. 그러니까 육아는 절대로 내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이 인페르노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단테가 전하는 말이 있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신곡』 지옥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