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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도구들: 키보드

by 김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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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에게 모니터만큼 중요한 게 키보드죠. 종일 두드리니까요. 키보드에서 중요한 게 뭘까요? 저는 효율성을 제일 중시합니다. 어차피 그냥 키 두드리는 건데 효율성이 좋고 말고 할 게 있을까요? 예, 있습니다. 손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오고 갈 때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거든요. 그걸 최대한 줄이는 게 제가 말하는 키보드의 효율성입니다.


아니, 그거 잠깐 움직인다고 뭐가 얼마나 낭비되겠냐 싶어도 번역하다 보면 하루에 족히 1000번은 움직일 거예요. 그것만 줄여도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단축할 수 있죠.


그러면 어떻게 줄이느냐? 키보드로 마우스 커서를 조작하면 됩니다. 그게 가능하냐고요? 예, 가능해요. 제가 쓰는 해키해킹 스튜디오(HHKB Studio) 키보드를 쓰면요. 키보드 중앙에 트랙포인트라고 해서 손가락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일 수 있는 장치가 있거든요. 그리고 스페이스바 아래에 마우스 왼쪽 버튼, 휠 버튼, 오른쪽 버튼에 해당하는 버튼이 있어서 웬만한 마우스 동작은 다 소화할 수 있어요.


저는 여기서 또 효율성을 키우기 위해 되도록 키보드 위에서 손의 위치를 바꾸지 않습니다. 보통은 화살표 키를 누르려면 키보드의 오른쪽 모퉁이로 손을 옮겨야 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움직이는 것조차 싫어요. 그래서 해피해킹을 사용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해피해킹은 오른손을 기본 위치에서 아주 살짝만 이동해서 화살표 키를 쓸 수 있습니다. 단, 따로 화살표 키가 없고 fn키와 조합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적응이 필요하긴 해요.


효율성을 키우기 위한 저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저는 애초에 마우스 동작 자체가 필요 없게 만들어요. 번역을 할 때는 웹이든 사전이든 검색할 일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마우스 커서로 웹브라우저나 사전을 클릭하면 그것 또한 시간과 에너지 낭비거든요. 그래서 저는 웹브라우저, 각종 사전, 문서편집기 등을 단축키로 한 번에 전환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맥에서 알프레드(Alfred)와 키보드 마에스트로(Keyboard Maestro)라는 앱을 써서 예를 들면 Option(윈도우의 Alt에 해당)+C는 브라우저, Option+,는 영한사전, Option+.은 영영사전, 이런 식으로 열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Option+스페이스를 누르면 검색 막대가 열립니다. 여기에 원하는 것을 입력하면 바로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 결과가 브라우저에 출력돼요.


이렇게 해서 저는 키보드에서 손을 거의 떼지 않고, 또 손의 위치를 거의 바꾸지 않고 작업합니다. 제가 느끼기엔 굉장히 효율적이에요.


해피해킹 스튜디오처럼 트랙포인트가 있는 키보드의 원조는 씽크패드 트랙포인트 키보드입니다. 해피해킹 스튜디오(약 50만 원)보다 저렴해서(약 13만 원) 접근성이 좋습니다. 단, 기계식인 해피해킹 스튜디오와 달리 키가 얕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치는 맛이 좀 떨어지더라고요. 그리고 공식적으로 윈도우와 안드로이드만 지원하다 보니 맥 사용자인 제게는 불편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해피해킹 스튜디오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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