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캘리그라피에세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시간을 향유하는 것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시간을 잘 관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 이전에 사람마다 절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돈을 벌 필요가 없는 사람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시간은 차이가 나기 마련이고, 내 몸 하나 챙기면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은 양적으로 다르다. 아무래도 전자가 한 개인의 목표달성에 있어서는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전형적인 엄마의 삶을 살고 있는 나는 평소 아이 둘을 돌보며 청소나 요리를 하고 가끔씩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지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모두가 잠이 든 새벽까지도 할 일이 적지 않다. 젖먹이 아기와 있다보면 생활하는 데 있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도전하는데 한계를 지닌다.
그렇다고 나는 똑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길 원하지 않는다. 느리게라도 조금씩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이미 작가로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 김훈의 서재에는 이런 말이 쓰여있다.
必日新(필일신)
‘날로 새로워져야 한다’
작가들도 인정하는 최고의 소설가이지만, 그는 삶과 일을 대할 때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글을 쓰는 프리랜서로서 자신을 통제하고 또 퇴보하지 않기 위해 채찍질 한다. 하루 하루 더 새로워지고자 한다. 나 역시 사방이 막힌 방에 갇히더라도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게 솔직한 마음이다.
요즘은 엄마의 역할만으로도 바쁜 시기이지만, 문득 시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취미처럼 써오던 시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육아를 위해 일을 많이 줄인 지금이 적기이다 싶어 동네 문학관 강좌도 들여다보고 문화센터나 독립서점의 시강좌와 모임을 찾아보았지만, 내가 선뜻 갈 수 있는 시간대의 강좌는 없었다. 가까운 곳의 수업은 모두 평일이고, 주말에 들을라치면 몇 시간씩 이동해서 다녀야만 했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떠오른 것이 바로 책읽기.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많은 내가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책읽기였다.
운이 좋게도 우리 아파트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집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스무걸음쯤 걸으면 갈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곳이다. 이름 그대로 작은 도서관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도서에서부터 소설과 시집, 영어원서까지 다양한 책들이 가득하다.
이 작은 도서관을 발견하고 시작한 것이 바로 매일 한 권의 시집을 읽는 것이었다. 물론 시의 깊이를 간과하고 저지른 행동으로 곧 그 양을 수정하였지만, 초반 매일 한 권의 시집을 읽으며 느낀 성취감은 대단했다. 그리고 그 동안 써온 나의 시들이 얼마나 부족하고 서툴렀는지 새삼 깨닫기도 하였다. 한 권의 시집, 시인의 작품 하나하나가 교과서이자 스승이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캘리그라피를 배울 때에도 그랬던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들을 만나겠다고 서울이며 대전이며 찾아다닐 수도 없고 그 많은 수업들을 다 들어볼 수도 없으니, 작가들의 책을 사서 따라 쓰며 공부하곤 했었다.
책 한 권 살 돈, 혹은 도서관에 갈 약간의 의지만 있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비단 특정 분야의 실력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소설이나 에세이, 철학서 등을 읽으며 우리는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엿보며 내가 가진 문제를 알아차리기도 하고, 해답을 얻기도 한다. 때로는 소설 속 주인공으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또 책 속의 한 구절을 통해 삶이 송두리째 변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라고 한 데카르트의 말처럼 우리는 한 권의 책을 통해 그 분야의 전문가나 실력자들이 쌓아온 것들을 쉽게 손에 쥘 수 있다. 그것은 삶에 대한 지혜가 되기도 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이 되기도 한다.
지금 당신이 하고 싶은 것에 비해 시간도 돈도 자유롭지 않다면, 꼭 권하고 싶다.
남의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
written by 글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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