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몽 Mar 23. 2019

[미술관산책] 대전 이응노 미술관





2019년 3월 미술관산책


[대전 이응노 미술관]



고암 이응노
동양화와 서예를 기반으로 하여 작품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화가

이응노 화가는 이제까지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작품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대전에서 그의 미술관을 발견했을 때, 가족들의 취향들도 무시한 채 '산책삼아'라는 명목으로 그의 미술관을 찾았다.








마침 둘째가 단잠에 빠진 덕에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게 된 전시회.






처음 미술관을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이응노 화가의 대표적 작품시리즈 <군상>이었다.

커다란 화폭을 가득 메운 군중의 묘한 춤사위.

나에게는 신나게 뛰거나 춤추는 모습으로 여겨졌는데, 같이 그림을 보던 딸이 묻는다.


"왜 다들 싸우는 거야? 전쟁 중이야?"


춤추는 모습을 보고 싸우고 있다고 하니, 처음엔 딸의 마음상태가 약간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딸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기저기 뒤엉켜 싸우는 사람들이나 쫓겨가는 듯한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시선을 조금만 바꾸니 180도 다른 세계가 보였다. 짧은 붓터치가 만든 화폭에는 명암의 세계가 담겨있었다.


나중에 전시회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상을 보니 군상시리즈는 초반에 군무에 가까운 작품들이었지만, 광주민주화운동 이후에는 저항의 메세지로 표현되었다고 한다. 


군중의 환희와 분노가 뒤섞여 표출된 작품이었던 것이다.






  


  캘리그라피를 하는 나로서는 서체를 응용한 작품들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언어를 전달하는 글자를 가지고 이런 입체적이고 추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질투심이 일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 동안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언어가 언어만으로 존재하지 않는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 글자가 낳은 또 하나의 세계를 그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머리 속의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작품화시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건강과 육아를 핑계로 정체된 지 오래였다. 결국 이 날의 난, 반성과 부러움을 한 가득 품고 길을 돌아와야만 했다. 사진기에, 머리 속에 그의 삶을 꾹꾹 눌러담으며.







영상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남편은 작품보다 화가의 인생에 관심이 더 많은 듯 했고, 딸은 자기 나름대로 작품을 해석해가며 즐겁게 전시회를 관람해 주었다.


우리가 보는 화가의 세계는 모두 달랐다.

그래서 이 날 우리에게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겼고, 우리는 짧은 시간동안 새롭게 건져 올린 또 하나의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written by 글몽


#대전이응노미술관 #이응노 #미술관산책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휴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