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 심리학

ep. 2

by 글쓰는 몽상가 LEE


* 혹시 모를 불편함을 드리지 않기 위해 먼저 말씀드립니다.


『내멋대로 심리학』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심리적인 시선과 저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성향을 비방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을까?’라는 물음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심리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타인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고찰의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라떼 요정의 이유 모를 항변(feat. 꼰데가라사대)


출처: 자이언트 펭TV



* 꼰데 또는 꼰대란 무엇인가?

꼰대 또는 꼰데는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최근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이다. (출처: 위키백과)

이러한 꼰대(꼰데)에서 더 나아가 "나 있을 때는 말이야~"로 서문을 여는 이른바 '라떼는 말이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겠다.


젊은 층들이 나이 든 어르신들을 무조건 꼰대, 라떼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고충이나 노하우 등을 전수해 준다는 명분을 가지고 말하지만 속내는 '나는 이만큼 고생했는데 니들이 지금 경험하는 거는 아무것도 아니다, 편한 줄 알아라'가 깔려있는 게 문제이다.


우리 회사도 물론 오랜 시간 동안 재직한 경력직 꼰대들이 곳곳에 계신다. 회사 창립멤버부터 임원보다 더 오래 있는 직원들까지 그들의 이력은 새내기 사원이 보기엔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나도 회사를 다녀보니(이런 발언자체도 꼰대일 수도) 한 곳에 10년 이상 다닌 사람은 정말 성실성과 책임감 하나만큼은 대단한 것 같다(우리 내 부모님들을 봐도 자식들 키우면서 한 직장에 2-30년씩 다니다 퇴직하시니 말이다).


회사에는 소위 '세평'이라는 게 있어서 그 직원의 업무능력, 인성 등 이야기가 자신도 모르게 공유되곤 한다. 인사이동 때가 되면 세평은 더더욱 힘을 발휘해서 웬만하면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성격이 무난한 직원과 일하고 싶어 한다.


세평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에 A라는 사람의 세평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면 나는 그 세평을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내가 직접 그 사람과 겪고 일해보고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잘해주면 좋은 사람, 조금이라도 까칠하고 서운하게 하면 안 좋은 사람으로 평가하려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 회사에는 모든 이들이 한마음으로 입을 모아 공통된 세평을 말하는 라떼분들이 있다. 라떼분들과 일해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같은 의견을 말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신빙성은 있기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인사이동 때 라떼 중 한 분과 일해본 경험이 있는데, 이 라떼분의 프로필을 간단히 보자면 회사 창립 때부터 있었던 멤버이고 사원으로 입사헤서 지금은 부서장을 맡고 있다. 같은 입사동기들은 이미 간부를 하고 있거나 이미해서 승진이 다소 느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상대로(?) 그분을 이해하려면 많은 인내와 양보가 필요한듯한 특성이 보였다(그분을 라떼 부장님, 라부장님으로 하겠다).


첫 번째는 업무 지시를 할 때 혹은 부탁을 할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습관이다.

"글몽씨(검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킴), 이번 보고서는 글몽씨가 좀 해줘야겠어요. 이 이 종이에 있는 데이터 말이야(종이를 검지손가락으로 톡톡 침). 이거 간단하니까 금방 하죠? 자기가 다하면(검지 손가락으로 까닥 까딱 하면서 삿대질을 함) 나한테 바로 보고해요.”

상사로서 업무를 지시하는 것에 대한 부분은 납득하지만 이른바 '손가락질'지시는 불쾌했다. 그것도 얼굴이나 내 몸을 가리키며 지시하는 것은 직원으로서 나를 존중하지 않는 느낌이 들게 했다.


두 번째업무 고충에 대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점이다. 본인이 회사 창립멤버여서 초창기에 고생을 한 것에 대한 이야기는 매 회식 때마다 늘어놓는 데에 반해 직원들이 업무로 힘들어하는 사항을 이야기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글몽씨, 내가 일했을 때는 컴퓨터가 뭐야, 그때는 보고서도 다 손으로 직접 쓰고 내용도 일일이 참고문헌 다 찾아보고 그렇게 썼는데, 요즘은 뭐 AI? 그걸로 내용만 치면 뚝딱 다 해준다며? 그럼 이 정도는 그냥 해야지. 힘든 것도 아니구만 뭐"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다시 라떼의 과거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럴 때는 솔직히 '정말 상사를 때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출처: 무한도전(MBC)



세 번째직함을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다. 엄연히 회사이고, 직책과 직함이 존재하는데 위의 예시에도 알 수 있듯이 "OO 씨"로 부르거나 본인과 친분이 있다거나 나이가 어린 직원이면 "OO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일했을 때 여직원들은 앞에 '미스'를 붙여서 불렀다면서 그마저도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직급이 있다나 뭐라나. 놀랍게도 이런 얘기할 정도면 7-80대 아니에요?라고 느껴지겠지만 50 중반이다.






라부장님의 이런 특성은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불쾌한 특성을 요약한 것이다. 나 또한 같이 일하면서 느꼈고 동감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은 어떤 심리에서 발현되는 것일까?


# 손가락으로 지시하고, 몸을 가리키며 말하는 이유

라부장님은 사람과 대화할 때 그 사람의 얼굴이나 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한다. 이는 비언어적으로 권위를 강조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데, 수직적인 권력 구조에서 '나는 너보다 위에 있다'라는 무의식적 표현으로 권위주의적 성격(authoritarian personality)의 특징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권위에 대한 복종, 타인 통제 욕구, 전통적 가치 고착, 공격성 및 편견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 ‘요즘은 편해졌다’며 직원의 고충을 폄하 혹은 회피하는 이유

라부장님은 자신의 고생과 고충은 대단한 것이고, 다른 사람의 힘듦은 당연하고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면을 보이는데 이는 자기 합리화(Self-justification)와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회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자신이 겪었던 고생은 분명히 의미 있었고, 지금의 본인은 그 고생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는 믿음이 굳건한데, 직원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비슷한 위치에 올라오려고 하는 것에 불공평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큼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는 인식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해서 직원들이 겪고 있는 지금의 고충을 ‘별것 아닌 일’로 축소시키려는 심리가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해야만, 자신의 고생의 서사가 무너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직함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

이것도 권위주의적 성향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사회지배성향(Social Dominance Orientation, SDO)의 특성을 추측해 볼 수 있겠다. 사회지배성향은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 성향으로 직장 조직 내에서 자신이 권력 구조의 상위에 있다는 걸 언어적으로 확인하려 한다. 관계를 평등하게 두지 않으려는 성향이고, 무의식적으로도 상대를 ‘하위 그룹’으로 분류하려는 심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특성을 보이는 라부장님에게도 좋은 점은 있다. 가령, 직원들의 경조사를 꼼꼼히 챙기고 회식이나 식사 자리를 자주 마련해서 고생에 대한 보상을 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위의 3가지 성향은 불편하고, 때로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손가락질을 하며 지시를 내리는 말투,

이름만 부르며 직함을 생략하는 호칭, 그리고 후배 직원들의 고충을 ‘요즘 애들’의 예민함쯤으로 여기는 태도.

어찌 보면 권위적인 성격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자신의 자리와 정체성을 지키려는 방어, 시대 변화에 대한 혼란과 두려움, 오랜 시간 버텨온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자기 확신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종 말보다 말투에, 행동보다 태도에 더 깊은 감정을 느낀다. 그렇기에 불편한 상호작용 속에서도,
그 사람의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이 글은 누군가를 판단하려는 것이라기 보단 그저 한 사람의 말과 몸짓 속에 담긴 심리를 이해하고, 우리가 얼마나 다른 배경과 감정 위에 서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기 위한 시도일 뿐이다. 이해는 언제나 느리게 오지만, 그 느린 시선이야말로 더 깊은 관계의 시작점이 되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