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 심리학

ep. 3

by 글쓰는 몽상가 LEE


* 혹시 모를 불편함을 드리지 않기 위해 먼저 말씀드립니다.


『내멋대로 심리학』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심리적인 시선과 저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성향을 비방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을까?’라는 물음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심리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타인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고찰의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그녀 B


*오늘의 사례는 나의 동료이자 친구인 B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한 내용이며, B와 동기들의 동의하에 쓰인 글입니다.


출처: unsplash


"글몽아, 나 분조장 환자 일까?"


어느 날 그녀(B)가 내게 말했다.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어쩌면 꽤 자주) 사소한 일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도 몸이 힘들고 일 때문에 시달리면 그러기에 그녀의 말이 유별나게 보이진 않았다.


돌이켜보면 B는 수줍음이 많고 낯가림이 있어서 먼저 말을 하거나 다가가지 못했다. 나도 처음엔 그런 편이 긴 하지만 사람을 경계하는 듯한 B와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던 것 같다. 그래도 동기들과 있을 때는 참석도 잘하고 곧잘 적응하는 듯해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친한 듯 안 친한 듯 선을 지키며 무난히 잘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동기들이 B와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학교친구도 아니고 직장은 일로 엮인 관계라 웬만하면 두루두루 무난하게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동기들에게 물어봤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먼저 동기들의 입장은 이러하다.


동기들: 글몽아, 우리도 누굴 싫어하거나 싸우고 싶지 않아. 그런데 B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처음엔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했어. 조금 예민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친구라고만 생각했는데 괜히 우리까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 같아서 싫어.


: 무슨 일인데? B한테 물어봐도 말을 잘 안 해서 그래.


동기 1: 어제만 해도 B는 나한테 너만한 동기는 없는 거 같다고 자기가 붙임성이 부족해서 다가가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더 잘 지내보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기쁜 마음에 그러자고 했어.


동기 2: 그래 맞아. 나한테도 그랬어. 그런데 다음날 우리가 부서 오찬 때문에 B랑 같이 식사를 못 하게 되었거든? 근데 다짜고짜 우리한테 '너희는 동기에 대한 의리도 배려도 없고 정말 최악'이라고 갑자기 화를 내는 거야.


동기 1: 글몽이 너도 알다시피 갑자기 잡히는 오찬이 있잖아.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 위에서 그렇게 일정 잡히면 참석할 수밖에 없잖아. 그리고 우리들끼리는 그런 거 암묵적으로 다 이해하고 그랬잖아. B도 전에 갑자기 말해서 우리가 예약해 놓은 곳도 취소하고 그랬는데 자기가 그랬을 때는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저러니까 우리가 너무 황당한 거지.


동기 2: 그니까. 어쩌다 한번 서운한 게 잘못 표현된 거라고 해도 한두 번이지 매번 저러니까 대체 쟤(B)는 성격이 왜 저러는 건지 우리가 만만한 건지, 이젠 어떤 게 진심인 건지 도통 모르겠는 거야. 어제만 해도 너희가 최고라는 둥 너희 같은 친구는 인생에서 일찍 만났어야 했다는 둥, 같은 찬사를 하다가 자기가 느끼기에 조금만 서운하고 비합리적이라고 느끼면 바로 화를 내고 안 볼 것처럼 저러니까. 우리는 할 만큼 한 거 같아. 이제 못하겠어.


나도 B의 극단적인 감정기복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동기들이 느낀 대로 나도 똑같이 느꼈으니까.

그녀의 널뛰는 기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지만 나중에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본인도 스스로의 이런 모습을 인지하고 있을까?


그렇지만 낯가림이 있는 데다가 민감한 내용을 다가가서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아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B가 메신저로 대화를 요청했다.


"글몽아, 혹시 이따 점심시간에 시간 되면 나랑 얘기 좀 할래?"






세상에! B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그녀도 동기들의 행동변화에 눈치는 채고 있었을 거다.

동기들은 그녀와 언쟁을 높였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지켜보고만 있었으니(그녀 입장에선 방관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요청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아무튼 긴장되고 약간은 불안한 마음으로 점심시간에 B를 만났다.


B: 글몽아, 동기들이 나를 피하고 눈도 안 마주치고 인사만 해. 아무래도 내 변덕스러운 성격에 다들 지친 거겠지? 나는 정말 왜 이러는 걸까. 바보 같아. 한심해죽겠어.


놀랍게도 그녀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다. 본인이 변덕스럽고 충동적이라는 사실을.


그녀가 주로 보이는 특성들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감정 기복과 충동적 반응이다. B가 동기들에게 “너희는 의리도 없고 최악”이라고 갑자기 화를 내는 모습, 그리고 다음 날에는 “너희가 최고”라는 찬사를 하는 등 극단적인 감정 변화가 나타난다.


두 번째, 대인관계에서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B가 “내 변덕스러운 성격에 다들 지친 거 같다”라고 스스로 인지하는 부분에서 자신의 문제를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사회적 고립과 회피 경향이 보인다. 낯섦과 부끄러움으로 먼저 다가가지는 못하고 상대가 다가와주길 바라는 성향은 보통 사람에게도 보일 수 있는 면이지만 앞선 B의 성향을 보았을 때 눈여겨볼 특성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은 어떤 심리에서 발현되는 것일까?


# 감정 조절 어려움과 충동적 행동과 말투

감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하고, 작은 자극에도 감정이 크게 흔들림. 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욱 심해지기도 하고, ‘충동성’으로 표현될 수 있다. 또한 충동적 행동과 말투는 갑작스러운 비난이나 과도한 칭찬 등, 상황에 맞지 않는 과잉 반응은 타인으로 하여금 혼란을 느끼게 하고, 관계 유지에 부담을 주는데 이러한 특징은 경계성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BPD)에서 종종 관찰되는 면으로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 있겠다.


# 낮은 자기 존중감과 자기 비하

B는 자신을 바보 같고 한심하다며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는 낮은 자존감의 신호일 수 있는데, 즉 자신이 ‘문제의 원인’이라 여기며 관계에서 밀려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심리적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


# 대인관계 불안

B는 낯가림이 심하고 자신의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으며, 타인의 반응에 민감한 상태임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불안은 소통과 신뢰 형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사회적 불안감이나 대인기피 경향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한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파동과 그로 인한 관계의 흔들림을 마주했다. B가 보이는 극단적인 감정 기복과 불안정한 대인관계는 단순히 ‘성격 탓’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복합적이고 깊은 의미를 지닌다.


어쩌면 그 안에는 자신을 지키려는 치열한 몸부림과, 외로움 속에서 진정한 소통을 갈망하는 마음, 그리고 때로는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때때로 상대방의 말투나 행동에서 불편함과 상처를 느끼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두려움과 불안을 들여다볼 줄 아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질문은 그저 누군가를 판단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닿아가려는 조심스러운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B가 자신의 감정 변화를 스스로 인지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은 변화와 성장을 향한 첫걸음이자, 관계 회복을 위한 진심 어린 신호일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가 때때로 흔들리고, 때로는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아파하며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는 그 과정 자체가 더 깊고 단단한 관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감정이 불안정한 B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