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 심리학

ep. 11

by 글쓰는 몽상가 LEE


* 혹시 모를 불편함을 드리지 않기 위해 먼저 말씀드립니다.


『내멋대로 심리학』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심리적인 시선과 저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성향을 비방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을까?’라는 물음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심리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타인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고찰의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네가 하는 건 나도 할거야, 따라쟁이들의 심리(feat. 내 이름은 손민수)

출처: unsplash


* 손민수가 뭐에요?

손민수 했다는 표현은 '치즈 인더 트랩'이라는 웹툰이자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로 또 다른 캐릭터 '김설'의 스타일이나 패션, 헤어 스타일 등을 따라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로 다른 사람 스타일, 취향, 행동, 패션, 글쓰기 등을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을 말한다.


나도 어릴적엔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친구가 하는 악세서리, 옷이 예뻐보여서 따라한적이 있다. 지금도 SNS에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보면 따라하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러니까 유명인들이 광고를 하는거겠지?


대부분은 자신이 동경하는 누군가가 한번쯤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처럼 되고싶은 욕구도 이해못할것도 아니다(심리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모델링, 모방학습이라고 하면 될거 같은데, 사회적 학습 이론은 관찰만으로도 학습이 일어나며, 주의·파지·재생·동기가 필요하다).


무튼, 누군가를 따라할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항상 말투와 행동에서 기인한다.


착하고 건강한(?) 손민수는 미러링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지만, 마치 자신이 원래 했던것마냥 남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손민수는 조금 많이 피곤하다.






영상이나 글에서 손민수들에 대한 사연은 꽤 쉽게 접할 수 있다. 연애를 참견해주는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커뮤니티에서도 고민이 심심치않게 올라온다. 청소년기에는 자아를 확립해나아가는 시기이고, 동경하는 마음이 최고조에 다르는 시절이라 손민수 사연이 가장 많고, 2-30대 여성들의 고충이 그뒤로 많은 것 같다.


대학생 J는 예쁜 갈색 가디건을 사서 학교에 입고갔다. 친구들이 옷이 너무 예쁘다며 칭찬해줘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다음 날 같은 학과 친구인 G가 갈색 가디건을 입은 모습을 봤는데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제대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J가 학교 도서관으로 가는중에 친한친구 T가 J를 보고 G인줄 알았다고 하는 것이었다.


T: 어? J야, 미안. 나는 G인줄 알았어. 옷이랑 신발이 G랑 비슷해서..


J: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내가 하고 다니는 스타일 알잖아.


T: 그러니까. 근데 요즘보면 G랑 너랑 스타일이 너무 비슷해서 자매라고 해도 믿을거 같더라고ㅎㅎ


J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단 찜찜하다고 할까. G와는 친하지도 않을뿐더러 다른 친구들이 헷갈려할 정도로 스타일을 비슷하게 하고 다닌다는게 영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찜찜한 마음으로 걷다가 지나가는 G를 마주한 순간, 거울을 보는 듯한 스타일에 할말을 잃었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보는 사연들이 꽤나 있다. 대놓고 '너 왜 나 따라해?'라고 물어보는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무슨 특허같은것도 아니고 그 옷과 스타일을 하는건 개인의 자유이지 허락을 받아야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손민수 대처법이라고 해서 나름의 방법들이 있긴하다.


첫 번째, 돌려 말하기

* 어? 너도 이거 샀어? 내꺼랑 똑같네!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은연중에 내 스타일과 비슷하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이다. 머쓱해하면서 "아, 응. 사실 네 것이 예뻐보여서 나도 샀어."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착한 손민수겠지만 적반하장으로 "그래? 몰랐네, 나는 다른 사람을 유심히 보지 않아서!"라고 해버리면(...)


두 번째, 거리 두기(정보 차단하기)

“아 그거? 그냥 이것저것 보다가 산 거야~ 나도 정확한 건 잘 몰라.”
“그날 분위기에 맞춰서 골랐던 거라 딱히 추천은 어려워!”

손민수들은 대개 ‘정보’를 원한다. “어디서 샀어?”, “무슨 브랜드야?”, “화장품 뭐 쓰는 거야?” 같은 질문이 잦아지는 패턴이 있다. 이럴 때는 너무 차갑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정보 공개를 줄이는 거리 두기 전략이 효과적이다. 상대에게 ‘따라 할 핵심 정보’를 덜 제공하면서도 겉으로는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이다.


세 번째, 취향의 ‘맥락’을 강조하기

“이건 내가 예전에 겪은 일이랑 연결돼서 선택한 거라 나한테만 맞더라.”
“내 체형/스타일/직장 분위기랑 맞아서 고른 거야.”

손민수 유형은 보통 겉모습을 베끼기 쉽지, 취향을 만들어낸 배경까지는 따라 하기 어렵다. 그래서 선택한 이유나 맥락을 강조하면 자연스럽게 모방 난이도가 올라간다. 이렇게 하면 상대는 ‘겉모습만 카피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혹자는 뭐 이런거까지 신경쓰면서 사냐고 할 수도 있지만, 뭐든지 당사자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그렇다면 손민수들의 이러한 따라하기 특성은 어떤 심리에서 발현되는 것일까?


# 자기 정체성의 불안정

이들은 자기만의 취향, 기준, 스타일이 단단하지 않아서 남의 것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나’를 구성하려는 면이 있다. “나는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 “내 선택이 맞는지 자신이 없어”, “남이 하는 걸 따라 하면 실수할 확률이 줄겠지” 라는 무의식적 사고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 경우 손민수는 불안해서 남을 베끼는 것이지, 악의가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


# 동경과 동일시(Identification)심리

조용히 말하면 좀 귀엽기도 하지만, 사실 꽤 강력한 심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처럼 되고 싶고, 그 사람처럼 보이고 싶고, 그 사람의 세계에 포함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왜곡되면 모방으로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 소속되고 싶은 욕구

친해지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한 사람이 ‘비슷해지는 것’을 소속감의 증거라고 착각하는 경우이다. 친구 관계에서도 “우린 스타일도 비슷하고 취향도 같아!” 같은 느낌을 만들고 싶어서 따라 하는 것으로 관계에 지나치게 밀착하고 싶어하는 애착형일 수도 있다.






사실 누군가를 따라 한다는 건 처음부터 나쁜 마음에서 비롯되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모습을 예쁘게 느끼고, 멋지다고 생각하고, 조금은 닮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할 것이다.


어릴 때 가졌던 그런 순수한 동경의 흔적이, 어쩌면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만의 취향이라고 믿었던 무언가를 다른 사람이 너무 똑같이 들고 나타났을 때, 그 순간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서늘해지는 기분, 그건 ‘내가 지켜온 작은 세계가 침범당했다’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남을 따라 하면서 자신을 알아가고, 누군가는 그 경험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취향과 경계를 더 단단히 발견한다. 우리가 부딪히고 어색해하고 때로는 속상해하는 모든 과정은 결국 ‘나’를 더 선명하게 이해하는 여정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닮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그 마음이 상대에게 어떤 감정으로 닿을지 한 번쯤 가만히 생각해보는 것. 그 사람의 취향이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 작은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진 세계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런 배려가 있다면, 모방이 누군가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따뜻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reuben-juarez-C4sxVxcXEQg-unsplash.jpg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