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2
* 혹시 모를 불편함을 드리지 않기 위해 먼저 말씀드립니다.
『내멋대로 심리학』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심리적인 시선과 저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성향을 비방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을까?’라는 물음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심리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타인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고찰의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애의 참견이라는 프로그램에 보면 별의별 사연이 다 나오는데, 단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은 '가성비 애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몇 개 있는데, 커플링을 당근에서 구입해서 선물한다던지 화상을 입은 애인에게 응급실 가는 게 비싸기도 하고 처치도 별로 안 해준다고 본인이 대신 찜질해 주겠다던지, 조금도 손해 보고 싶지 않아서 만나는 장소까지 반반을 원하는 더치페이 애인까지. 정말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희한한 사연들이 많다.
커플링마저 당근에서 사 온 가성비 연애 [연참 드라마 베스트] - YouTube
알고 보니 모두 계산된 남자 친구의 행동?!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의 반반 본능 [연애의 참견 3] - YouTube
* 영상 속 사연을 보낸 분들은 대부분 여자이고, 가성비 따지는 사람들이 남자분들로만 묘사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남녀구분이 의미가 없다. 남자이건, 여자이건 그 사람의 이러한 성향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가성비를 따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연애의 참견에 나온 사연 중 황당했던(조금은 무서웠던) 사연은 애인의 가성비를 따지는 행동에 지친 사연자가 이별통보를 했을 때, '지금까지 너랑 만나온 시간들이 아까워서라도 꼭 너랑 결혼할 거야!'라는 말이었다.
다소 광기가 느껴지기도 하는 대사여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 사연자의 애인에게 사랑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함께한 소중한 시간, 추억을 단지 [가성비]로 표현하는 이러한 특성은 어떤 심리에서 발현되는 것일까?
이들에게 연애는 감정을 나누는 과정이기보다, 시간·돈·노력을 투자한 만큼 돌려받아야 하는 구조에 가깝다. 그래서 데이트 비용, 선물, 이동 거리까지도 하나의 ‘지출 항목’처럼 관리된다. “이만큼 했으니, 이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깔려 있고, 사랑은 점점 계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가성비를 집요하게 따지는 사람들 중 일부는 ‘아끼는 성격’이라기보다 손해 보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억울해지고, 그 억울함이 관계 전체를 위협하는 감정으로 번진다. 그래서 미리 계산하고, 나누고, 선을 긋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예측이 어렵고 불안정하다. 그 불안이 큰 사람일수록 측정 가능한 것들 예를 들어 돈, 시간, 횟수에 집착하게 된다. 감정을 그대로 느끼기보다는 “이 정도면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으로 덮어버리는 것이다. 가성비는 이들에게 통제감을 주는 안전장치일 수 있다.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결혼하겠다”는 말은 사랑을 함께 쌓아온 시간으로 보지 않고, 포기하기엔 아까운 투자한 시간을 계산해 결과를 얻어야 하는 항목처럼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준다. 이 경우 연애는 이미 끝났는데, 계산이 이별을 붙잡고 있는 모양새가 되기도 한다.
사랑을 가성비로 따지는 태도도 처음부터 나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수 있다. 조금 더 효율적이고, 손해를 줄이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은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심리이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계산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될 때, 묘하게 서늘한 감정이 스며드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내가 쌓아온 관계, 내가 나눈 감정이 단순한 숫자로 평가되고 있는 걸까?” 그 느낌은 마음 한구석을 움찔하게 한다.
가성비를 따지는 태도를 겪으면서, 상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또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조금씩 확인하게 되지만 그 과정이 때로는 서운함과 답답함만 남고, 서로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현실을 다시 느끼게 되기도 한다.
사랑은 정답이 없는 영역이지만 그 안에서 마음을 계산의 기준으로 삼는 순간, 우리는 관계가 얼마나 쉽게 삐걱거릴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